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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드id Sep 17. 2020

업무 실력만큼 중요한 한 가지

'거짓말은 독이 되고, 솔직함은 약이 된다'


능력, 근면, 성실함을 다 갖추고도
'정직함' 하나를 놓치면 쉽게 무너진다.


직장생활에서 력, 중요하다. 어찌 됐든 회사에 보탬이 되기 위해 입사했다. 뛰어난 력으로 회사를 도와야 한다. 기본기다. 물론 능력 외에도 중요한 요소는 많다. '근면', '성실' 그리고 '정직함'이라고 생각한다. 숨기려고 해도 능력은 업무처리에서 드러난다. 근면과 성실은 평소 근태나 생활 태도를 말한다. 남보다 조금 먼저 출근해 업무 준비하는 모습은 근면함을 부각하고, 두드러지는 실수 없는 생활에서 성실함이 배어난다. 한결같은 정직함은 믿음과 신뢰의 밑바탕이 된다.


사회 초년병 시절 상사를 속인 경험이 있다. 정직하지 못해 나를 끊임없이 믿어준 상사의 믿음과 신뢰를 깨뜨렸다. 철없는 시절의 실수지만 한 번의 경험으로 큰 깨달음을 얻었다. 사람에게는 역시 경험이 스승이고 보약이다.


방송 작가인 대학원 후배에게 TV 패널 출연 부탁을 받았다. 펑크 난 자리를 매워야 한다는 간곡한 요청이었다. 방송 경험은 없지만 후배의 부탁을 외면할 수 없어 참여하기로 했다. 아침 TV 프로그램이었다.


며칠 뒤 담당 작가에게 전화가 왔다. 회의실에 몰래 숨어 열심히 인터뷰에 응했다. 당시 제대 2주 만에 위암 판정을 받아 사망한 젊은이 사연이 이슈가 된 적 있다. 방송 내용은 군생활어려움과 문제점을 다뤘다. 얼마 뒤 대본이 나왔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녹화 요일이 바뀌었다. 그날은 팀장과 출장이 잡혀있었다. 차라리 잘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에게 전화했다. 작가는 대본이 다 뒤집혀서 절대 안 된다고 펄쩍 뛰었다. 나도 팔짝 뛰었다. 방송 녹화 때문에 출장을 못 간다고 할 수도 없었다. 한을 고민했다. 결국 선약인 방송을 택했다. 혹시라도 누가 TV를 보면 주말에 녹화했다고 할 대응 방안도 마련해 뒀다.


출장 당일 팀장님께 집에 일이 생겼다고 거짓말했다. 오전만 근무하고 퇴근했다. 죄책감도 잠시 계획대로 방송국으로 향했다. 대본대로 방송을 잘 마쳤다. 홀가분했다. 기분 좋게 소정의 출연료까지 챙겨 나왔다. 다 끝나니 회사가 생각났다. 찝찝했지만 별 일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방송은 3일 뒤였다. 집에다 얘기도 안 했는데, 아침부터 엄마랑 이모한테 전화가 왔다. 공중파의 위력이었다. 전화를 끊으니 팀장이 불렀다. 뜬금없이 물었다.


"너 의경 나왔냐?" 

"네?"


대답을 하다가 책상 위 팀장 핸드폰 안에서 열심히 떠드는 나를 발견했다. 쓰러질 뻔했다. 얼굴이 터질 듯 달아올랐다. 미리 준비한 대응 방안을 떠올렸다.


거짓말은 '독'이 되고,
솔직함은 '약'이 된다.


'저... 그게... 주말에 녹화를...'이라고 말하려고 했으나 실상은 그게 아니었다. 팀장 책상 위에 대본이 보였다. 멍청한 내가 대본을 출력해 프린터기에 놓고 간 걸 까맣게 몰랐다. 대본에는 방송일, 녹화일 정확하게 박혀 있었다. 팀장이 혹시나 하는 마음에 DMB를 켜고 확인한 거다.


팀장은 대인배였다. "조퇴한 거! 연차 하루 반납해라"라며 무심한 듯 넘겼다. 거짓말이 탈로난 허탈함과 팀장을 속였다는 죄책감, 한심한 나 자신이 초라해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다. 팀장한테 미안한 마음이 가장 컸다. 늘 나를 믿어주고 다독여 주던 사람이었다. 꽤 오래 송함과 민망함을 가슴에 품고 지냈다.


20대의 치기였다. 생각이 짧았다. 팀장은 그 날 이후 이 일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나만 애가 탔다. '내 말을 의심하지는 않을까'라는 생각이 늘 따라다녔다. 스스로 발목을 잡은 꼴이었다.


직장인에게 상사복이 중요하다. 누구나 알고 있다. 불행하게도 직장생활하는 동안 체감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이 일을 계기로 좋은 상사가 돼야겠다고 결심했다. 대학원 시절 잠깐 몸담았던 회사다. 실수 하나만으로도 충분한 교훈을 얻었다. 이 일을 계기로 상사의 믿음을 져버리는 일은 하지 않는다. 잘해주는 상사라고 쉽게 편하게 생각하지도 않는다.


직장생활에서 능력, 근면, 성실함을 다 갖추고도 '정직함' 하나를 놓치면 쉽게 무너진다. 거짓말은 '독'이 되고, 솔직함은 '약'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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