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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드id Sep 28. 2020

새 시대가 만든 직장인 '정' 부재 사건

코로나 19 또 하나의 분위기


마주치는 사람이 별로 없으니
인사를 나눌 기회도 줄었다.


코로나19 시대. 회사가 적막하다. 재택근무, 휴직, 시차 출근제 등으로 동료들과 접촉 빈도가 줄었다. 회사에 사람이 별로 없다. 덕분에 분위기는 고요함에 사로잡혔고, 직원들 목소리도 흐릿하다. 얼굴에는 생기와 미소가 점점 사라다. 코로나19가 창조한 새 시대 풍경이다.


십수 년 한 회사에 다닌다. 오다가다 자주 마주치는 선후배들과정겨움이 사라졌다. 요즘 같은 시대에 정겨움 운운하는 게 어울리지 않지만, 서로 주고받는 가벼운 '인사'에서 정겨움을 느꼈다. 인사는 서로 반응할 때 반짝반짝 빛이 났다. 시대 탓이다. 흔하디 흔하던 인사도 인색해졌다. 마주치는 사람이 별로 없으니 인사를 나눌 기회도 줄었다. 사를 해도 마스크 속에 미소가 숨어 버렸다. 여유롭고 넉넉한 미소로 너그럽게 주고받 인사가 그다.


"회사에서 마주치는 모든 사람에게 '안녕하십니까'라고 인사해요."


입사했을 때 같은 팀 선배가 해준 말이다. 두 살 어렸지만 생글생글 기분 좋은 인상을 품은 선배의 따듯한 조언이었다. 인사가 넘치던 시대였다. 인사는 회사에서 가르치는 기본기는 아니다. 어린 시절부터 축적돼 자동 발사되는 습관이다. 어릴 때부터 인사를 잘했다. 누나는 아니었다. 숫기가 없었다. 그런데 동네 아줌마들한테 괜히 욕을 먹었다. 아줌마들에게 인사는 그저 정이었다.


십여 년 전 한 팀장이 말했다.


"요즘 얼굴 모르는 애들 많이 보이던데 인사하는 신입사원은 몇 없더라. 후배들 좀 잘 챙겨라."


'알아서 하는 거지? 내가 왜?'라고 생각했다. 세월이 흐르니까 알았다. 인사는 동료들 간의 정이었다는 걸.


최근 느낀 '정' 부재는 코로나19,
새 시대가 만든 분위기다.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코로나가 세상을 삭막하게 바꾸니, 사람이 그립고, 따스한 인사도 그다. 아침마다 기분 좋은 '정'을 건네던 동료들이 줄었다. 휑한 분위기에 사로잡힐 때 가끔은 포근하고 넉넉한 인사를 건네던 이들이 떠오른다.


"너 요즘 선배 기자들 만나면 인사 안 하지? 화장실 복도 이런 데서 다른 부서 선배 기자들 만날 때마다 인사해?"라는 부장의 말에 "그런 곳에서는 수시로 마주치는데, 인사해야 되는 거예요?"


영화 <열정 같은 소리하고 있네>에 나오는 대사다. 인사 안 한다고 갈구던 때가 있었다. 인사 안 하는 후배를 뒤에서 비난하는 목소리도 자주 들었다. 강요하는 인사는 불쾌하다. 우러나는 인사가 '정'이다. 시대가 변해도 늘 마주치는 선후배와의 인사는 ''이었는 걸 이제 알았다.


최근 느낀 '정' 부재는 코로나19, 새 시대가 만든 분위기다. 서로를 돌아볼 작은 여유조차 사라졌다. 소한 미소조차 마스크 속에 가둬버렸다. 모두가 어려움에 허덕이고, 주변 공기는 늘 무겁다. 마음 편히 웃고 떠들던 시대는 어렴풋기억 저편으로 넘어갔다. 삭막한 세상이라, 마음 척박하. 넉넉하게 내뿜던 소소한 인사조차 그립다.


코로나19에 찌든 침울한 월요일 아침, 에너지 넘치는 후배의 인사에, 선배의 반가운 화답에 기분 좋았던 때가 떠오른다. 넉넉한 마음으로 '정'을 주고받던 때가 그리운 요즘이다.


'여러분의 인사는 안녕하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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