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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드id Aug 29. 2016

직장을 떠나는 워킹맘의 서러운 눈물

"뭐? 임신? 대체 애를 몇이나 낳는 거야?"


"뭐? 임신? 대체 애를 몇이나 낳는 거야? 애 둘이라고 하지 않았어?"

"어떻게 하려고 또 임신을 했대…"

"참 이기적이다. 애 낳은 지 얼마나 됐다고 또 임신이야." 

"아~ 또 휴직이야? 첫째, 둘째 나올 때도 우리가 얼마나 편의를 봐줬는데." 

"둘째 때도 제가 일 떠안느라고 코피가 터졌는데…" 

"진짜 여자들이 문제야, 기껏 교육시켜 놓으면 결혼에 임신에 남편에 애기에, 와~ 핑계도 많아." 

"그것도 아니면 눈물 바람으로 해결하려고 하고…"

"그게 다 여자들이 의리가 없어서 그래."


드라마 미생의 대화 내용이다. 물론 드라마 속 문제만은 아니다. 친하게 지내던 2년 후배가 2번의 육아휴직 끝에 사직서를 냈다. 후배는 해외에서 10년 이상 공부를 하고, 지금의 회사에 입사해 줄곧 기획팀에서 7년가량 근무했다. 스마트함과 열정 또한 겸비한 후배는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다. 회사에서도 인정받았다. 결혼도 하고, 출산도 하고, 복직해 다시 직장생활을 이어갔다.

 

복직 일 년 만에 둘째가 생겼다. 후배의 고민은 시작됐다. 주변에서 "복직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둘째야~"라는 농담 섞인 말에 눈치가 보이기도 했지만, 가장 큰 문제는 육아였다. 첫째는 시어머니가 봐줬다. 하지만 둘째까지 맡길 수 없는 상황이었다. 육아휴직을 마친 34살 후배는 사직서를 내고 회사를 떠났다.

 

 비단 후배만의 문제는 아니다. 남녀평등을 외치는 세상이고, 여자들의 사회적 입지도 높아지는 추세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여성이 다양한  육아 문제를 겪는다. 육아 문제 사회생활에 가장 큰 걸림돌이다. 직장 내 여성들은 결혼 후 아이가 생기면 많은 고민을 한다. 아내도 겪은 상황이고, 주변에서도 흔한 일이다.



"임신하면 회사 그만둘 거 아니야?"

 

국내 5대 대기업 H사에 경력직으로 입사한 대학원 동기. 연봉도 높고 복리후생도 좋아 늘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입사한 후 얼마 되지 않아 같은 회사에 다니는 남자와 결혼했다. 친구들은 "둘이 벌면 금방 돈 모으겠네"라며 부러워했다. 그런데 친구는 결혼 직후 고민에 빠졌다. 팀장 말 한마디 때문이었다.


"XX 씨 임신하면 그만둘 거 아니야?"

"아뇨, 계속 다닐 건데요?"


팀장 말에 대꾸는 했지만, 그 날 이후부터 마음은 늘 무거웠다.

 

팀장 말이 회사 전체를 대변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마인드의 상사와 일하는 자체가 힘 빠지는 일이었다. 이직도 여의치 않았다. 언제 2세가 태어날지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직하자마자 배가 불러서 다닐 수도 없는 일이었다"회사 그만두고, 애좀 키우고 다시 시작할까?"라는 친구의 말에 "애들은 엄마가 키는 게 좋긴 하지"라고 위로했지만, 마음이 씁쓸했다.


여전히 이렇게 보수적인 상사 많다. 자기 딸이라면 '애 생기면 관둘 거지?'라고 말할 수 있을까. 축복받은 아이를 배에 지니고, 무거운 마음으로 회사를 다니는 여직원 많은 이유다. 대한민국에서 그 어느 누구도 명쾌하게 해결해 줄 수 없는 문제다. 그래서 더욱 안타까운 현실이다.



"엄마가 돌보는 게 돈 버는 일이야"


회사 공채 전체 수석 4년 선배. 학벌도 좋고, 일도 잘해 늘 인정받았다. 첫 아이를 낳고 3개월 후 복직 2년 남짓 직장생활을 야무지게 이어왔다. 계획에 없던 둘째가 생겼다. 다시 3개월 출산휴가에 들어갔다. 하지만 하지 않고 1년 육아휴직을 냈다. 아이 둘을 도우미에게만 맡기기 부담스럽다는 이유였다. 게다가 첫째가 조선족 말투를 배워 더 늦기 전에 아이 교육을 시키고 싶다고 했다. 결국 선배는 퇴사했고, 동네 과외 선생님이 됐다.

 

남녀차별 체감 온도차가 크지 않은 회사였다. 아이 셋을 낳고 복직하는 여직원도 있다. 본인이 원하면 직장생활을 지속할 수 있다. 선배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의 장벽을 넘지 못해 직장을 떠났다. 축복받으며 결혼하고, 더욱더 축복받은 임신이다. 그러나 임신은 곧 고민의 시작이다. 그나마 아이 돌봐줄 사람이 있으면 다행이다. 그렇지 않으면 어린 피붙이를 생면부지 사람에게 맡겨야 한다. 엄마보다 아이를 더 잘 돌볼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경제적인 문제도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다. 직장생활과 육아 병행. 여성 직장인의 몸과 마음은 지쳐만 간다.



"이제 일하는 건 포기해야 할 거 같네…"


 결혼할 때 집을 장만했다. "둘이 벌면 금방 갚겠지"라는 장미 빛 미래가 보였다. 그런데 바로 아이가 생겼다. 결혼 8개월 만에 아내는 출산휴가에 돌입했다. 출산 휴가 후 복직을 생각하고 있었지만, 아이를 봐줄 사람이 없었다. 1년 육아휴직을 신청했다. 1년 후에도 여전히 아이를 봐줄 곳은 여전히 없었다. 아내는 퇴사하고 전업 주부가 됐다.


아이가 3살이 되었을 때 어린이 집에 보내기 시작했다. 전 직장으로 복직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그동안 육아에 지쳐있던 아내는 들떠 있었다. 그런데 회사와 복직 이야기를 마친 다음 날 둘째 임신 사실을 알게 됐다. 임신한 상태로 출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복직은 무산됐다. 아내는 "이제 일하는 건 포기해야 할 거 같네…"라는 씁쓸한 말을 남겼다.


4년 뒤 아내는 다시 취업을 했다. 하지만 1년 반 정도 일하고 첫째가 초등학교 들어갈 때 즈음 일을 관둬야 했다. 초등학교는 유치원보다 일찍 끝나기 때문에 아이 돌봐 줄 사람이 필요했다. 아내는 열정과 의욕이 넘쳐도 일할 수 없는 현실에 서러워했다.


 육아 문제로 직장생활을 포기하는 워킹맘이 많다. 남자도 육아휴직을 낼 수 있는 세상이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대기업에 다니는 대학 선배가 육아휴직을 냈다. 담당 상무 曰 "회사 다닐 생각이 없구먼…" 선배는 1년 뒤 복직했지만, 지방 발령이 났다. 1년 남짓 다니다 퇴사했다.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아이는 혼자 낳는 것이 아닌데, 희생은 늘 여자 몫이라는 아내의 말에 묵묵히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여러 기업에서 여성 직장인을 위한 복지와 혜택을 경쟁하듯 선보이고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임산부에 대한 배려 정도다. 출산 후의 대책은 아무도 대신할 수 없는 것이 여전한 현실이다. 요즘 크게 대두되는 어린이 집 아동 학대, 안전사고 등의 문제도 현실의 어려움을 대변하고 있어 안타깝다. 출산율 세계 최하위 대한민국. 근본적인 대책 없이 출산 장려만을 외치며, 실효성 없는 남성 육아휴직을 앞세운다. 무리 방송에서 육아 휴직한 아빠를 그럴싸하게 포장해도 현실을 쉽게 바뀌지 않는다. 여성은 출산 후 사회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런 현실 속 대한민국이 선진국이라는 사실이 아이러니하다.


  "(둘째 임신 후) 같은 회사를 다니는 내 남편은 축하한단 소리를 듣는데, 왜 나한테는 좋은 소리 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지…" 후배의 말이 귀에 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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