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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드id Mar 13. 2017

직장인, 그깟 자리 배치와 스트레스의 상관관계

"나 너무 짜증 나, 오래 못 다닐 것 같아..."


나 너무 짜증 나, 오래 못 다닐 것 같아...


보수적인 기업들도 트렌드에 맞춰 변하고 있다. 대외적으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단연 복장 파괴. 삼성, SK, LG유플러스, 신한은행 등 반바지 출근을 허용한다는 기사가 줄줄이 올라왔다. 업무능률을 올리고 조직문화를 바꾸기 위한 기업들의 움직임이다. 


사무실 내에서도 소소한 변화가 일고 있다. 가장 실감 나는 게 바로 자리배치다. 입사할 당시만 해도 팀장 자리가 너무 멀어서 한참을 찾아다녔던? 기억이 있다. 요즘은 달라졌다. 보통 창가를 등지고 부하직원들의 자리와 한 보 이상 떨어진 곳에 팀장 자리가 있었는데, 지금은 대부분 팀장과 최소한의 동선을 유지한다. 직급과 상관없이 업무에 따라 자리 배치받는 곳도 많아졌다. 자유 좌석을 시행하는 곳도 있다.


유연한 조직문화가 자리 잡는 건 좋은데 역효과도 발생한다. 한 신문 기사에서 직장에서 최고의 자리와 최악의 자리에 대한 설문 결과를 본 적이 있다. 최고의 자리는 '상사와 거리가 가장 먼 자리'였고, 최악의 자리는 '상사 옆자리'가 차지했다. 자리 뒤 벽면이 있는 자리에 배치되었을 때 나도 모르게 '앗싸!'라고 외친 적 있다.


똑 부러지는 성격에 일도 잘하는 K 대리(女). 상사에게 인정도 받고, 성격도 좋아 동료들과 즐거운 회사 생활을 이어갔다. 그런데 최근 그녀가 동료들과 이야기할 때 빼놓지 않는 고민이 있다. 

 

"나 너무 짜증 나, 오래 못 다닐 것 같아..."


K 대리의 가장 큰 고민은 바로 자리 배치다. 조직의 변화가 수반한 역효과. K 대리의 자리는 바로 팀장 옆 자리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팀장 자리는 창가 앞 외딴섬처럼 자리했다. 스마트 오피스 열풍이 불면서 회사에 변화의 물결이 출렁이기 시작했다. 임원 자리도 골방에서 밖으로 나왔다. 팀장 자리도 없어지고 팀원과 통합된 것이다. 팀장과 팀원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게 됐다. 


그렇다면 K 대리의 팀장 성향이 최악일까? 절대 아니다. 그 어떤 팀장보다 밝고, 재미있고, 배려있는 사람이다. 그런데 왜 K 대리는 하루하루가 그렇게 괴로울까? 


바로 '그 자리' 자체에 대한 본질적인 문제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직장인들 대부분이 하루 종일 자리에 앉아 일만 하지 않는다. 졸리면 동료들과 채팅도 하고, 인터넷 서핑은 기본이다. 그래야 업무에 능률이 오른다는 사실은 연구를 통해 밝혀진 바 있다. 


소셜커머스에서 맛집 쿠폰도 사고, 모레부터 입을 수영복도 구매해야 한다. 휴가 때 입을 옷도 사고, 휴가 때 묵을 펜션 후기도 살펴야 한다. 포털 사이트 메인에 뜬 낚시 성 기사도, 좋아하는 연예인 기사도 클릭하고 싶다. 


가끔씩 옆자리에서 들려오는 그분의 밝은 목소리가 문제였다.


"K 대리 누구랑 그렇게 즐겁게 채팅 해?"(웃음)

"K 대리 쇼핑해?"(미소)

 

상사의 사소한 한마디에도 부하직원 심장은 무너진다. 물론 악의 없이 던지는 말이다. 하지만 당사자의 머리는 복잡해진다. 


'하루 종일 인터넷 서핑만 하는 줄 아시는 거 아니야?'

'아까 펜션 예약하던 것도 보신 거 아니야?', 

'비행기표 예매해야 되는데, 왜 자꾸 이쪽만 보고 계시지?'


팀장도 직원들이 가끔씩 웹서핑을 하거나 업무 외적인 일을 하는 걸 이해하리라 믿는다. 그렇지만 직접 겪는 당사자 입장은 다르다. 상사가 지나갈 때 메신저를 하거나 업무와 상관없는 화면이 띄워져 있으면 죄짓는 기분이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그래서 더더욱 민감한 자리배치. 하루 종일 딴짓을 하기 편해서가 아니다. 괜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일을 사전에 방지하고, 마음의 평온함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컴퓨터 본체를 책상 위에 올려 조금이라도 사각지대를 만들어 보려는 K 대리의 노력. 소음과 전자파를 싫어한다는 팀장의 말 한마디에 무산. 모니터에 필름을 붙일까도 생각해 봤지만, 대놓고 그러는 것도 눈치가 보여 포기했다. 하지만 꼭 나쁜 점만 있지는 않다. 나란히 앉아 편안하고 신속하게 보고를 주고받는 모습이 부럽기도 하다. 


다 생각하기 나름이다. 직장생활뿐만 아니라 인생이 찰나다. 잠깐만 그 자리에서 묵묵히 버티면 금세 새로운 명당자리가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 어쩌면 이미 적응 완료해 자리 옮기기가 오히려 귀찮아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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