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드id Jan 26. 2021

뜬금없는 이모티콘 대잔치

'삶의 낙이 별거냐. 소소한 즐거움 하나면 충분'


요즘 삶에 낙이 없다는 생각을 부쩍 한다. 똑같은 일상의 반복은 이미 익숙하다. 하지만 코로나 19로 생활 패턴이 바뀌었다. 빠듯한 시간 활용에는 능숙한데, 시간적 여유가 점점 늘어나니 난처하다. 6시가 조금 넘으면 회사 컴퓨터는 꺼진다. 한 달에 1/3은 재택근무를 하기 때문에 왕복 3시간의 출퇴근 시간도 벌었다.


보통 시간이 나면 글을 썼다. 새삼 깨달았다. 시간이 넘친다고 글이 저절로 써지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요즘에는 글이 잘 안 써져 잠시 멈췄다. 생각이 안 날 땐 안 쓰는 게 답이다. 문득 떠오를 때, 못 참겠을 때 쓰면 된다. 글쓰기나 독서 말고 새로운 무언가가 필요했다. 지친 나에게 생기를 불어넣어줄 무언가가.

<이드id 습작들>

그래서 미루고 미루던 작업을 다시 시작했다. 글 쓰는 것만큼 그림 그리는 것도 좋아한다. 미대를 나왔으나 그림을 잘 그리지는 못한다. 왜냐하면 공대 출신 미대생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모티콘에 커다란 매력을 느낀다. 뭔가 살짝 부족해 보이는 게 나를 닮았다. 더불어 그림 실력보다는 재치와 센스가 더 필요한 작업이기 때문이다. 눈 휘둥그레지는 이모티콘이 어찌나 많은지 경이로울 다름이다. 부러움에 몸 둘 바를 모를 지경이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지'라고 생각할 만큼 기가 막히는 작품도 무궁무진하다. 대화창을 열고 이모티콘만으로 하루 종일 대화 할 수 있을 정도다.


출간 작업을 마치고 책이 서점에 등장하면 기운이 빠진다. 갑자기 할 일이 없어진 기분이. 그때마다 틈틈이 이모티콘을 그렸다. 미대 오빠 출신이라 포토샵이나 일러스트를 다루는 데는 익숙하다. 나름 창의적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자랐는데, 나이를 먹으니 아이디어는 자꾸 가라앉기만 한다. 덕분에 평범한 작품 몇 개 탄생했다. 의욕이 서서히 소멸되어 갔다.


<이드id, 라인&네이버 스티커 작품>  


처음 목표는 카카오톡 이모티콘 출시였다. 주제도 모르고 감히 카카오톡을 얕잡아 봤다. 2017년부터 카카오톡 제안 플랫폼에 10번 제안을 했고, 10번 거절 메일을 받았다. 생각보다 장벽이 높아 실망을 가득 품고 LINE으로 출시 플랫폼을 옮겼다. 진입장벽이 약 2mm 정도로 낮은 곳이다. 이 곳에서 6개의 이모티콘을 출시했다. 주변에서 LINE 사용자를 거의 보지 못했다. 그저 출시에 의의를 뒀을 뿐이다. 네이버에도 7개의 스티커를 출시했다. 네이버 스티커도 사용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여전히 출시에 만족했다.

 

<이드id 습작들>

작업량에 비해 만족도는 낮았피로도 높았다. 작년 초 이모티콘 그리기를 중단했는데, 최근에 다시 불이 붙었다. 꺼진 열정에 휘발유를 들이부은 건 아이패드다. 그동이모티콘을 그리기 위해서는 그래픽 프로그램을 다루는 기술과 불꽃 아이디어, 남다른 센스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착각이었음을 한순간 깨달았다. 가장 중요한 건 실행이었다. 망설임 없이 실행하기 위해 아이패드를 질렀다. 7개월 무이자.


'세상에! 이렇게 쉽게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니!'


오래전, 아이폰4까지만 경험했다. 그래서 아이패드 조작이 조금 낯설고 불편했지만 즐거움으로 극복했다. 에서 발버둥 치며 정신 사납게 움직이는 아이들은 아이패드로 간단하게 작업했다. 어플 하나로 포토샵, 일러스트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 애니메이션 작업도 쉽다.


삶의 낙, 소소한 즐거움 사소한 변화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아이패드를 사자마자 애플 펜슬이 닳아 없어질 지경으로 그리고 그렸다. 무료하고 지루한 일상에 활력이 돌았다. 거창한 그림은 못 그리지만, 못생긴 꼬물이들이 약간의 작업만 거치면 유치한 포즈로 움직이는  신나는 일이다.


창작 아이디어가 0일 땐 아이들에게 창작의 날개를 달아주기도 한다. 감정 단어를 적어주고 아무렇게나 그리라고도 한다. 그다음 내가 다시 패드나 컴퓨터로 작업한다. 딸아이와 함께 출시한 초딩티콘도 2개 있다. 물론 수익금은 모두 딸내미 몫이다.


삶의 낙이 별거냐.

소소한 즐거 하나면 충분하지.


<이드id 습작들>


브런치에 글 쓰다 말고 그림 그리는 중이네요. 글 쓰는 플랫폼에 이모티콘 대잔치를 펼쳐보았습니다. 유치한 이모티콘 감상하시면서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