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해볼까?’라는 허황된 생각을 버려라
명확한 목적이 있는 사람은 가장 험난한 길에서 조차도 앞으로 나아가고, 아무런 목적이 없는 사람은 가장 순탄한 길에서 조차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토머스 카알라일 –
직장생활 11년 차로 회사에 큰 불만은 없지만 ‘언젠가는 이직을 할 수도 있겠지’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가끔 화가 나거나 불평불만이 극에 달할 땐 이력서를 넣고, 면접을 보기도 했다. 헤드헌터에게도 꾸준히 연락이 와 틈틈이 준비도 했다. 하지만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이직, 생각만큼 쉬운 게 아니었다. 마음만 가지고도, 경력만 가지고도, 월등한 스펙만을 가지고도 어려운 것이 이직이다. 그래서 이직을 마음먹었던 직장인들이 쉽게 포기하거나 번번이 실패하기도 한다.
국내 10대 대기업에 다니는 선배는 입사 3-4년 차부터 이직한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그러던 중 경력직으로 삼성전자의 최종 면접까지 갔다 고배를 마신 후 눈은 더욱 높아만 갔다. 이후 수많은 헤드헌터들의 러브콜도 선배의 맘에 들지 않았다. 다른 대기업의 최종 면접을 통과하기도 했지만, 더 좋은 직장을 구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이직을 포기하기도 했다. 내놓으라 하는 기업들만 욕심 내던 선배는 어느덧 입사 12년 차를 맞았고, 지금은 자신의 사업을 준비하며 회사 생활을 그냥저냥 이어가고 있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새로운 직장을 구할 때, 여러모로 자신에게 딱 맞는 자리라며 누가 봐도 과분한 자리를 노리곤 한다. 회사를 업그레이드하는 것은 당연, 경력과 적성에도 딱 맞아떨어지고, 게다가 연봉도 월등히 높이는 것은 필수라고 생각한다. 이직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욕심내는 자리에 부합될 만큼 나는 준비된 사람인가?’이다. 스스로는 완벽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직장인은 업무를 통해서 그리고 직장동료와 상사와의 관계를 통해서 복합적으로 평가되고 만들어진다.
새로운 직장을 탐색하기 전에 꼭 필요한 것은 바로 ‘너 자신을 알라’다. 자신의 마음가짐과 경력과 능력을 스스로에게 솔직하게 털어놔야 한다. 그리고 내가 그 회사에서 얼마만큼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도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입사지원에 앞서 내가 그동안 어떤 일을 어떻게 해왔고, 무엇을 성취했는지 그리고 내가 지금 회사에서 어떤 위치에 있고,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 이성적으로 정리해한다. 그래야 내가 어떤 직원인지, 다른 회사에 가서 무리 없는 생활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윤곽이 잡힌다.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는 부족했지만 다른 회사에서는 훨씬 잘할 수 있어’라는 막연한 생각을 면접 볼 때 내뱉을 수 있을까? 채용하는 회사에서 왜 그 직무에 경력직을 채용하는지 그리고 내가 그 회사에서 얼마만큼의 성과를 낼 수 있는지 충분한 고민과 확신이 있어야 한다. 매년 연말 업무 평가서에 100점 만점을 쓰겠지만, ‘난 완벽한 100점짜리야’라는 착각은 절대 금물이다.
국내 대기업 디자인팀에서 경력직을 뽑았다. 면접 때 넘쳐나는 자신감과 뛰어난 언변으로 면접관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꽤 인지도 있는 동종업계의 회사에서 업적이 탁월해 순수 국내파임에도 해외파들로만 구성되어 있는 디자인팀에 입사했다. 하지만 경력 7년 차임에도 불구하고 실력 발휘를 하지 못했다. 알고 보니 포트폴리오에 있던 다수의 작업물은 전에 다니던 회사 동료 및 업체의 것이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팀원들이 외면하는 상황을 겪던 경력직원은 결국 얼마 못가 퇴사를 했다.
우리는 이미 겸손함이 미덕이 아닌 자기 과시 시대에 살고 있다. 하지만 적당한 겸손은 여전히 사회생활에서 중요한 요소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내세울 게 없는 사람들이 자기 과시를 많이 하는 편이다. 경력을 속이거나 명품 등으로 자신을 과시하는 행동 등은 열등감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실체가 없는 허세는 결국 스스로를 수치스럽게 만들 뿐이다.
경력을 속여 더 좋은 회사로 연봉도 더 높여서 이직을 했다고 성공적인 이직이라고 말할 수 없다. 자신의 능력 범위 내에서 배어나는 진정한 자신감만이 약효가 있는 법이다. ‘일단 좋은 회사로 옮기는 게 중요해’라는 고약한 마음은 자신을 속이는 것이고, 회사를 기만하는 일이다. 언제든 자리를 박차고 나갈 수 있을 만큼의 경력관리와 자신감을 겸비해야 한다. 그리고 일단 어떻게든 옮기고 보자는 자만심을 주의해라.
직딩H
직장인들이 이직을 시도 때도 없이 외치고 있지만, 결국 실패하는 이유는 결코 하늘을 찌르는 경쟁률 때문이 아니다. 바로 준비가 덜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한 번 해볼까?’라는 허황된 생각은 버리고 체계적인 계획을 세워 전략적으로 실행에 옮겨야 한다. 성공적인 이직을 위해서는 냉정한 현실 세계를 보다 냉철한 시각으로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것이 바로 이직을 위한 첫걸음이고, 꿈에 그리던 직장을 찾는 현명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