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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드id Mar 23. 2022

불필요한 업무 강박에서 벗어나는 뇌 변경 모드

'업무 생각에서 멀어졌다 다가가는 과정을 반복하자'


<몸은 집인데 마음은 근무 중… 직장인 70% 업무 강박증>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읽고 남 일 같지 않아 씁쓸했다. 주 52시간 근무 제도가 시행되면서 '저녁이 있는 삶'을 기대했지만, 이상과 현실이 다른 경우가 많다. 회사라는 블루투스에 수시로 테더링 되어 있기 때문이다. 퇴근은 했어도 업무 압박이 여전히 따라다 숨 고를 시간도 없이 바쁜 일상에 지칠 때도 부지기수다. 업무 강박증에 시달리는 70%의 직장인이 대한민국 2,000만 직장인을 모두 대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짧은 기사 제목이 시사하는 바는 분명 크다.


누구나 자신만의 숨 쉴 공간과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회사를 떠나는 순간에는 의식적으로라도 업무 로그오프를 해야 한다. 직장 밖에서까지 회사 일을 떨쳐버리지 못하면 정신 점점 피폐해지면서 몸까지 상하게 된다.


취업 포털 사람인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업무 강박증에 시달리는 직장인 가운데 95.9%는 강박증이 신체적 질병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극심한 피로감, 잦은 분노와 짜증, 수면장애, 두통, 의욕 상실, 위장장애, 폭식, 우울증, 공황장애 등의 증상이었다. 이는 또다시 <직장인 3명 중 2명 ‘번아웃’ … 무기력에 불면증, 혹시 나도?>라는 기사와 이어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상상만으로도 불행한 악순환이다.


이를 한방에 해결해줄 만병통치약은 세상에 없다. 다만 방치하면 소중한 인생에 커다란 스크래치가 생길 수 있으니 이를 항상 의식하고 극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일단 회사를 떠나면 업무 셧다운에 들어가는 것이 좋다. 퇴근 후 다급한 일은 처리할 수도 있다. 하지만 머릿속에 해야 할 업무를 수시로 저장하고 생각해봐야 스트레스만 쌓인다. 생각만 주야장천 한다고 당장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카이스트 정재승 교수가 쓴 도서 <열두 발자국>에 나오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다. 책에서 '우리 뇌의 무게는 전체 몸무게의 2%밖에 안 되지만, 섭취하는 음식 에너지의 25%를 사용한다'고 말한다. 무언가를 생각하고 신경 쓴다는 건 상당히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 과정이다. 이 때문에 뇌는 되도록 습관적인 선택을 통해 인지 활동에 에너지를 쓰지 않으려 노력한다. 좋아하는 일에는 기꺼이 에너지를 투자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일에는 습관이라는 방식으로 에너지를 최소화한다는 것이다.


회사 일을 매우 좋아하지 않는 한 회사 밖에서 아무리 업무에 대해 고민해도 최소한의 에너지만 소모되기 때문에 효율적인 일 처리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말이다.


<열두 발자국>에서는 사회적 성취를 이룬 사람의 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사회적 성취를 이룬 사람 뇌에서는 일반인과 다른 뇌 모드 변경 과정이 일어난다고 한다. 한 과제에 완전히 몰입했다가 다른 일로 생각을 옮기는 과정이 빠르다는 것이다. 한 과제에 집중했을 때 뇌 활성화가 확 올라갔다가, 다른 일에 신경 쓰면 이전 일에 대한 뇌 활성화가 금방 내려간다. 예를 들자면 퇴근 후 취미 활동에 돌입하면 회사 업무 생각에서 금방 빠져나온다는 말이다.


사람들은 한 가지 일에 오래 집중해야 기발한 아이디어가 나오거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여긴다. 이런 이유로 자나 깨나 업무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기도 한다. 하지만 오히려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수행할 때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법이다. 업무 생각에서 멀어졌다 가까이 다가가는 과정을 반복하는 것이 창의적인 아이디어 발상에 더 효과적이다. 이러한 과정이 어려운 문제 해결의 지름길이 될 수도 있다.


글을 쓴다고 하루 종일 키보드만 붙잡고 있다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공산이 크다. 스트레스만 쌓인다는 걸 경험으로 배웠다. 글이 막힐 때는 과감하게 덮고 딴짓을 한다. 방 정리를 할 때도 있고, 아이들과 뛰어놀거나 보드게임을 하고 책을 읽거나 유튜브를 본다. 딴짓을 한참 하 아예 글을 쓰지 않기도 한다.(요즘처럼) 한참 글 외도를 하고 난 후 글 쓰는 뇌 모드로 변경하면 마냥 붙잡고 있을 때보다 진도가 훨씬 빨리 나가는 걸 느낀다.


회사 업무도 마찬가지다. 중요한 일을 하다 잘 안 풀릴 때 업무 창을 닫는 과감함도 필요하다. 바람을 쐬러 나가든지, 차 한잔 마시거나, 부담 없는 업무를 먼저 처리하는 것도 소탐대실하지 않는 방법이다.


중요한 일 걱정에 빠진 뇌 활동을 스스로 조절하는 게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한 가지 생각에 집착한다고 효율성이 높아지지 않는다는 사실은 늘 기억해야 한다. 업무에 너무 매몰돼 자신이 만든 강박 감옥에 스스로를 밀어 넣지 말 의식적인 뇌 모드 변경으로 정신적인 휴식도 챙겨야 한다. 휴식이 곧 문제 해결의 지름길이자 발전의 시발점이 될지도 모른다.  카카오페이지 <이제는 롱런이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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