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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드id Jan 21. 2022

높은 자리에 오르면 왜 공감 능력이 떨어질까

'권력의 갑질, 상사의 힘희롱'

 

힘희롱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대대적으로 확산된 것은 대한항공의 땅콩 회항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면서부터다. 그 뒤로 대기업 오너들의 운전기사 폭행, 경비원 폭행 등 다양한 모습이 언론에 심심치 않게 등장했다. 또한 힘희롱 때문에 자살한 한 검사의 사건이 알려지면서 힘희롱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기도 했다.


이른바 조직에서 약자를 괴롭히는 '힘희롱'은 일본에서 만들어진 신조어다. '파워 해러스먼트(Power+Harassment)'를 줄여 표현한 단어로, '직장이나 일터에서 권력 있는 윗사람들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아랫사람을 괴롭히는 행위'를 말한다. 시대가 바뀌어 고용노동부는 2019년 1월 15일 '직장 내 괴롭힘 금지'를 명시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공포했지만, 여전히 크고 작은 문제가 끊어지 않고 발생한다.


권력의 갑질은 조직과 위계질서, 서열과 권력이 존재하는 곳에서는 어디서나 나타나는 현상이다. 직장에서 상사가 자신의 권위를 지나치게 강요하다 보면 뜻하지 않게 힘희롱이 발생한다. 심할 경우에는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는 인격살인임에도 자신의 행위가 상대를 얼마나 힘들게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뇌신경 심리학자인 이안 로버트슨 교수는 저서 <승자의 뇌>에서 권력을 쥐면 사람의 뇌가 바뀐다고 주장했다. 권력에 중독되면 목표 달성과 자기 고집에 집중하면서 공감능력이 뚝 떨어진다고 다. 뇌의 호르몬이 변하면서 타인의 감정을 읽고 재구성하는 기능을 담당하는 전두엽과 섬엽의 특정 기능이 저하된다는 이론이다.


직장인이라면 알아둘 필요가 있는 이론 아닐까. 지피지기백전불태知彼知己百戰不殆라고 했다. 적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면 덜 위태로울 수 있고, 공격을 당해도 덜 상처받다. 어디까지가 힘희롱인지 명확한 기준이 없고, 가해자는 인사권을 쥔 조직의 상사이기 때문에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기가 여전히 쉽지 않다.


때문에 직장인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상사의 힘희롱에 좌절하고 열 받고, 스트레스받기 일쑤다. 그렇다고 하루하루 깊게 파여만 가는 상처를 가슴에만 품고 살 수도 없다. 권력의 갑질, 힘희롱을 더 큰 위력으로 누를 수 없는 직장인들은 각자도생各自圖生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피해 반경 최소화가 관건


대기업에 다니는 E대리. 어느 날 팀장에게 불려가 폭언을 듣고 눈물을 펑펑 쏟았다. 팀장은 평소 맘에 들지 않았던 E대리를 불러 "이제부터 내가 하는 말은 협의도 아니고, 의견을 구하는 것도 아니명령이다"라며 그동안 E대리의 행동에 대해 적어놨던 수첩을 펴놓고 폭언을 퍼부었다. 결론은 "넌 가정교육이 안된 거 같다"며 "너 잘라 버리고, 내 입맛에 맞는 사람 뽑는 건 일도 아니야!"였다. E대리는 인사팀장과의 면담을 통해 다른 팀으로 옮겼다.


인격모독성 폭언이 가미된 힘희롱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팀장의 행동은 하나부터 열까지 상사라는 위치에서 오로지 권력에만 의존하고 있다. 팀장의 머리에는 팀원들이 동지가 아닌 일개 부하라는 생각뿐이다. 팀장은 팀원을 잘 보듬고 이끌어 팀 최대의 성과를 일궈 내야 할 의무가 있고, 팀원들은 팀이 빛날 수 있도록 팀장을 잘 보필하며, 업무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E대리는 새로 온 팀장이 이전 팀장과 업무 스타일이 많이 달라 힘들어했다. 때문에 회의 시간에 예전 상사의 업무 방식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꺼냈고, 팀장은 그러한 점이 못마땅했다. 반복되던 상황들이 곪아 상사는 폭발했고, 서열의 수직 관계 속에 팀장은 힘희롱이라는 무기를 꺼내든 것이다.


조직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직속 상사가 좋든 싫든 일단은 장단을 맞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놓고 반기를 들며 무시하거나 안 좋은 내색하는 부하직원을 좋아할 상사는 없다. 직장생활을 해보면 알겠지만, 한 팀장과 길어야 2~3년 정도 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성급하게 현재의 난관을 인생 전체에 대입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E대리도 팀장도 자신의 감정을 조금만 조절했다면 그리고 일방적인 폭언보다는 서로 대화를 시도했더라면 이처럼 비극적인 상황까지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고통은 깨달음을 준다. 고통이 없다면 우리는 성장할 수 없다. 고통과 슬픔을 경험한 후에 우리는 진리 하나를 얻는다. 만약 지금 당신에게 슬픔이 찾아왔다면 기쁘게 맞이하고 마음속으로 공부할 준비를 갖추어라. 그러면 슬픔은 어느새 기쁨으로 바뀌고 고통은 즐거움으로 바뀔 것이다."


톨스토이가 말했다. 자신이 처한 상황을 너무 극단적으로 몰고 가지 말고 감정을 조절하라는 말이다. 조직은 개개인의 상황을 고려할 만큼 도량이 넓지 않고, 조직의 조화가 우선이다. 도덕적, 윤리적인 문제가 아니라면 개인의 감정보다는 조직의 상황과 룰을 따르는 것이 조직과 융화되는 방법이고, 힘희롱의 표적이 되지 않는 방법이다.


무조건 쥐 죽은 듯 납작 엎드려 지내라는 말이 아니다. 직장 내 때와 장소에 따라 필요한 감정의 흐름을 조절해 스스로 피해 반경을 최소화하라는 것이다.



사소한 지적에도 분노하는 사람들


중견 여행사에 다니는 F주임, 평소 할 말은 하는 편이지만, 상사의 막말에 망연자실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한 번은 퇴근하는데 팀장이 "F주임 약속 있나?"라고 물었다. 여자 친구와 선약이 있던 F주임은 정중하게 약속이 있다고 말했다. 팀장은 약속 있냐는 말을 되풀이 했고, 끝까지 약속 있다는 F주임에게 '개X끼'라고 했다. 결국 F주임은 여자 친구와의 약속을 취소하고 내키지 않는 술자리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팀장은 다음 날 회의시간에 "요즘 여행업계 어려운데, 우리 팀에 사람 너무 많은 거 알지?"라며 F주임을 힐끔 쳐다봤다. 반복되는 팀장의 욕설과 힘희롱에 F주임은 "차라리 잘렸으면 좋겠다. 실업급여라도 받게…"라며 울분을 토로했다.


요즘 기업들은 힘희롱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며 조직문화 개선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일부 기업에서는 '폭언 규정집'을 만들어 배포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직장인이 힘희롱 사각지대에서 고통받고 있다. 지금은 퇴직한 한 대기업 임원이 팀장 시절, 하루가 멀다 하고 이어지는 막말과 폭언 테러에 정신과 치료를 받은 팀원이 있는가 하면, 참다못해 팀장에게 의자를 집어던지고 나간 직원도 있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개인이 바꿀 수 없는 힘희롱에 대한 문제보다는 그에 대처하는 직원들의 심리상태다. F주임을 포함해 정신과 치료를 받고, 상사에게 의자를 던진 직원들의 공통점은 자존심이 크게 상했다는 것이다.


자존심은 남이 나를 인정해줄 때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자존심이 센 사람들은 한 사람이라도 나를 무시하면 큰 상처를 받는다. 그러나 자존감은 온전히 내가 나를 인정하는 것, 타인과 상관없이 자신이 사랑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소중한 존재임을 자각하는 마음이다.


똑같은 폭언을 듣고도 유독 잘 버티는 사람과 유난히 힘들어하는 사람들의 차이는 자존감의 차이이기도 하다. 남들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자존감 높은 사람들은 타인의 독설에 크게 상처를 받지 않지만,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은 사소한 말에 상처를 받고 분노한다. 때문에 직장인들은 입사 후 급격하게 쓰러지는 자존감을 의식적으로 다시 일으켜 세울 필요가 있다.


<매일매일 쌓아가는 자신감>의 저자 데이비드 로렌스 프레스턴(David Lawrence Preston)은 매일 15분 아이티아(I-T-I-A Formula) 실천을 통해 자존감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자신감을 쌓아야겠다는 목적(Intention)을 확고히 하고 스스로 자신감 있는 삶을 살겠다고 약속하라", "나는 안될 거라는 사고방식(Thinking)을 나는 된다로 바꿔라", "스스로 자신감 있는 사람이라고 상상(Imagination)해라", "이미 자신감이 충분한 사람으로 행동(Act)하라"라고 조언한다.


일어나지 않아도 될 일들이 수시로 일어나는 적자생존의 직장생활에서 자신은 스스로가 지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존감을 높여 정신력으로 무장하고 스스로 강해지는 법을 찾는 것이 정도(正道)가 될 수 있다.



힘희롱의 다섯 가지 유형


대기업 직장인 G대리는 하루하루가 지옥 같다. 보고서에 오타를 발견한 상사는 "너 한글 모르니? 미국에서 대학 나와서 다 잊었니?", 결혼기념일에 연차를 쓰겠다는 말에 "너는 왜 그렇게 자주 쉬니? 주말에도 다 쉬고 언제 일할래?"라며 사람 속을 까맣게 태운다. 저녁 약속이 없는 날에는 “오늘 저녁 약속들 있나?”라며 팀원들을 불러 모으고, 불참한 팀원들을 안주 삼아 욕하기 때문에 일주일에 두어 번은 누구 하나 불참할 수 없는 강제적인 회식이 이어진다.


직장에는 다양한 종류의 상사들이 있고, 각양각색의 힘희롱이 존재한다. 힘과 권력을 사용해 전 직원이 보는 앞에서 고함치고 창피를 주는 등의 인격모독은 모욕죄에 해당하지만 경직된 기업문화에서는 혼자 감내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앞서 언급했듯 '권력에 중독되면 목표 달성과 자기 고집에 집중하면서 공감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무조건 자신의 입장과 상황만을 고려하는 행동에서 벌어지는 일'이라고 일단은 이해하자.


그렇지만 업무가 됐든 회식이 됐든 강압적이고 폭력적인 조직문화는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업무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더 나아가서는 기업의 생산성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힘희롱을 일삼는 일부 사람들로 인해 직원들의 사기와 애사심은 바닥을 칠 것이고, 기가 약한 직원들은 우울증 등 정신적인 문제에도 봉착할 수 있다.


이처럼 다양한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그리고 스스로 견뎌내기 위해서는 무지개처럼 다양한 빛깔의 성향을 가진 상사에게 대처하는 자신만의 노하우를 쌓아야 한다.


직장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타입은 폭력적이고 입이 험한 ‘독재자 형’이다. 이들은 무리한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강요하기도 한다. 이런 상사의 특징은 자신이 어떤지에 대한 자각이 전혀 없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괜한 트집을 잡히지 않기 위해서 기본적인 업무나 근태 등 일상생활에서의 허점이나 약점을 보이지 않는 게 중요하다.


쉴 새 없이 자랑을 일삼는 ‘자아도취형’은 자신의 생각만을 강요하고, 타인의 의견을 업신여긴다. 이들은 자신을 매우 좋아하기 때문에 반기를 들지 않고, 적당히 이야기를 들어주며 맞장구를 쳐주는 정도만으로도 어느 정도 타깃에서 벗어날 수 있다.


감정 기복이 심한 ‘기분파형’은 말의 앞뒤가 자꾸 바뀌고, 논리적이지 않으며, 불명확한 업무지시로 나중에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 기본적인 역량과 능력이 부족한 유형으로 업무지시 때 시간, 장소 등과 내용을 무조건 메모해 놓으면 괜한 독박으로 인한 피해는 면할 수 있다.    


타인에게 자신의 부하직원을 욕하는 ‘이간질형’은 자신의 성공만을 생각하는 타입이다. 다른 사람에게 부하직원을 욕함으로써 향후 자신의 폭언이나 행동을 정당화하려는 고단수다. 표면상으로라도 좋은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좋으며, 상사와 가까운 주위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는 것도 중요하다.


사소한 것에 집착하는‘시누이형’은 말이 많고 잔소리가 심하며, 타인의 결점을 찾는데 익숙하다. 또한 늘 부정적인 말과 행동으로 사람을 대한다. 하지만 자신이 던진 말들을 쉽게 잊기 때문에 원래 그런 사람이라고 적당히 수긍하며 넘기면 상처를 덜 받을 수 있다.


절망적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상사의 힘희롱은 혼자 힘으로는 절대 바꿀 수 없다. 당장은 스스로 견딜 수 있는 지구력과 인내심을 키우는 방법을 찾는 것이 급선무다.


최근 직장 내 성희롱 예방 교육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것처럼 사회적 이슈의 중심에 서있는 힘희롱에 대한 관심과 예방에 대한 교육과 관심도 더욱 확산되어야 할 것이다.



서로 다른 삶의 문맥이 갈등을 부른다

 

힘희롱은 상사와 삶의 문맥이 다르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다. 젊은 세대는 기성세대의 무조건적인 복종과 조직지향적 세상을 이해하기 어렵고, 기성세대는 신세대의 개인주의적인 성향을 이해하기 어렵다.


이렇게 어긋한 삶의 문맥이 '소통'의 어려움을 야기해 '불통'으로 이어지고, 결국에는 소통의 단절을 의미하는 '호통'으로 표출되는 것이다.


물론 너는 상사의 '호통'을 '호통'으로 맞설 수 없기 때문에 참을성과 인내심을 기르고, 건강하게 화를 다스리며 버틸 힘을 키우는 수밖에 없다.


인도에서 대대로 내려온다는 '쿰바카 호흡법'이 있다. 오른쪽 코를 막고 왼쪽 코로만 호흡하면 몸이 차가워져 열이 식게 된다는 호흡법이다. 화가 울컥 치솟을 때 왼쪽 코로 10~20번 호흡하면 마음을 다스리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불편한 감정을 그저 억누르며 혼자 해결하려 하지 않는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터놓고 얘기하며 화를 배출하는 습관을 들여라. 너의 분노를 이해하고, 너를 지지해줄 누군가와 관계 형성이 구축되면 화가 불러오는 스트레스는 반으로 줄고 상처도 금세 치유될 수 있다. 너의 상황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믿을만한 동료가 있다면 큰 위안이 될 것이다.


"내 위주로 돌아가길 원해서 화가 나는 거다. 다른 사람들이 나만 괴롭힌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내가 괴롭다고 느끼는 거다. 화는 그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연민이 되는 것. 분노는 내 입장에 서서 화가 나는 것이고, 연민은 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게 되는 것이다"


한 방송에서 정목스님이 하신 말씀이다. 가끔은 입장을 바꿔 화를 다스리는 것도 상대를 이해하고 분노를 조절하는 방법이 된다. <출근이 칼퇴보다 즐거워지는 책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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