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드id Apr 14. 2022

떡잎부터 남 달랐던 팀장들

"좋은 상사를 만난 건 전생에 나라를 구한 것"

 

탄탄한 대기업, 두둑한 월급, 각양각색의 복지 혜택이 직장생활에서 가장 큰 축복일까?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 이겠지만, 십 수년 직장생활을 이어온 나에게 회사에서의 축복은 좋은 직장 동료들을 만난 것이다. 그중에서도 더욱더 큰 축복은 바로 좋은 팀장을 만났다는 사실이다.

 

풍부한 경험과 지식을 갖췄고, 유능하고, 대인관계도 좋고, 팀원들의 든든한 지지자가 되어주는 등 많은 걸 갖춘 팀장을 만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큰 축복이 아닐 수 없다. 전생에 나라를 구했던 것일까? 늘 팀장 복이 넘쳤다. 꼰대 문화가 지금보다 약 20배는 강했을 시기에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탈하게 버틴 건 상사 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글 같은 직장생활을 평온하고 행복하게 만들어준 팀장, 소소하지만 대단한 추억을 심어준 팀장, 사회 초년병 시절 나의 롤모델이었던 팀장 Best 4를 자랑해 본다.

 

 

1. 업무 얘기 금지, 스트레스 Zero 회식

 

요즘은 코로나19 덕에 회식이 많이 없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달랐다. 무분별한 회식에 지치고 스트레스를 받는 직장인이 많았다. 하지만 팀장 曰 "회식은 모두가 편하고 즐거워야 된다"라며 회식 자리에서는 절대 업무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누군가 업무 얘기를 들먹거리면 "일하는 척하지 마"라는 말로 일축했다. 대신 팀원들 가족과 친구 이야기, 소소한 살아가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신입사원 때는 폭탄주가 만연하던 시절이었지만, 팀장은 술잔을 돌리거나 술을 강요하지 않았다. 팀원들은 허심탄회하게 소통을 할 수 있는 회식 자리를 즐겼다. 그렇다고 무작정 편한 사람은 아니었다. 공사 구분이 명확했다. 잘못된 태도나 업무에 대해서는 소리 높여 엄하게 질책했다. 퉁명스러움 속 자상함, 따듯한 카리스마가 배어나는 멋진 팀장이었다.

 

 

2. 일할 맛 나게 만드는 리더

 

한 번은 팀장에게 올린 기획안이 임원 선에서 최종 3번 반려된 적 있다. 팀장은 포기하지 않았다. 임원이 반려한 결재문서를 계속 들고 임원실에 들어갔다. 결국 의견 차이가 커 설득하지 못했지만, 팀장의 노력을 충분히 알기에 좌절하지 않았다. 항상 적극적으로 팀원들 의견을 존중하고 지지했기 때문에 감동은 늘 팀원들 몫이었다. 결재 반려는 직원이나 팀장이 무능해서가 아니었다. 타 팀과 임원 간 의견 조율, 내부 갈등, 경쟁 부서와의 신경전 등 조직의 문제였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해결해 보려는 팀장의 노력에 뭉클했다.

 

직장에서는 어떤 일에서든 상사를 100% 만족시키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무슨 일을 하든 팀원을 위해 힘든든한 팀장이 있다는 사실은 큰 힘이 된다. 함께 일하는 부하직원은 의욕이 차오를 수밖에 없다.  

 

 

3. 믿음을 심어주는 리더

 

정기 인사 발표 후 팀장이 인사팀에 찾아가 "도대체 내 팀원들이 승진에서 누락된 이유가 뭐야?"라고 따졌다. 팀원들을 위한 투쟁이었다. 진급 누락된 직원을 불러 자신이 부족한 탓이라며 미안하다고 했다. 인사나 승진 발표 후 남 탓으로 돌리기 바쁜 팀장도 많다. 팀원 하나하나에게 각별하게 관심을 기울여 주는 팀장, 마음만으로도 팀원들은 고맙다.

 

인사고과가 형편없는데 승진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인사고과가 좋아도 승진이 누락되는 사람은 있다. 팀장은 팀원들 승진을 위해 노력은 할 수는 있지만, 절대적일 수는 없다. 이미 나온 결과를 뒤집을 수도 없다. 직장 내 승진이나 인사고과는 팀장의 능력 외의 변수들이 존재한다. 팀원들 진급을 위해 팀장이 노력해 주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다. 직속 상사에게 인정받고 있다는 믿음을 심어줄 테니까.

 

 

4. 자기계발 솔선수범 리더

 

사회 초년생 시절 대학원에 다녔다. 팀장이 흔쾌히 허락해 주어 가능한 일이었다. 승인받은 일이지만 일주일에 두 번 선배들보다 일찍 퇴근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사원 신분이라 더더욱 그랬다. 속 깊은 팀장은 이런 내 마음을 눈치챘는지 "너 학교 안 가냐? 일하는 척하지 말고 빨리 가"라며 배려해 주곤 했다.

 

뿐만 아니라 직원들 자기계발도 적극 독려했다. 업무 관련 교육이나 세미나 등에도 수시로 참석하게 했다. 대부분의 팀장은 팀원이 자리 비우는 걸 싫어한다. 하지만 팀장은 "배울 수 있을 때 많이 배워라. 다 피가 되고 살이 된다"라며 팀원들의 자기계발을 적극 권장했다.


한 번은 사내 영어 강좌를 3개월 간 팀장과 함께 수강한 적도 있다. 팀장이 모범을 보여야 팀원들도 눈치 안 보고 참여한다는 이유에서다. 자기계발을 적극적으로 권장해 주는 팀장은 직원들 미래까지 챙기는 사람이다. 팀장 덕에 팀원들 사기는 점점 올라갔다.

  



시대가 많이 변했다. 워라밸, 직장 내 괴롭힘 처벌, 소극적인 회식문화가 당연한 시대가 됐다. 세월의 영향도 있지만 태생부터 이런 성향의 리더도 있다. 꼰대 문화는 나이나 시대가 양산한 악습이 아닌 개인 성향에서 촉발한 문화가 아닌가 싶다.


직장은 정글이다. 내 마음 같은 사람 하나 없고, 내 입맛에 맞는 사람만 골라 일할 수도 없다. 그래서 좋은 상사를 만나는 건 축복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무작정 좋은 상사가 나타나길 기다려서는 안 된다. 스스로 좋은 팀원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맡은 바 일에 최선을 다해야 좋은 상사를 만날 확률이 높다. 누구에게나 사람은 상대적 가치를 지니고 있으니까.


사족이지만, 함께 일했던 역대 팀장 중 두 명의 대표이사가 탄생했다. 역시 팀장 시절부터 남다른 이유가 있었다. [아직도 직장인] 떡잎부터 남 달랐던 최고의 팀장 Best4 (jobkorea.co.kr) 잡코리아 발행 글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직장인, 이미지 메이킹도 능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