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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드id Jan 10. 2022

직장인, 이미지 메이킹도 능력

'이미지 좋다는 말은 상대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직장인은 다양한 이미지를 풍기며 회사에 스민다. 일 잘하는, 인사 잘하는, 말 잘하는 친절한, 말 안 통하는, 네 가지 없는, 똑 부러지는, 답답한, 입으로만 일하는 이미지 등 자신만의 색깔에 물든다. 한물든 이미지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 구전에 구전을 거듭하며 오래오래 꼬리표처럼 따라다니기 때문이다. 직장생활 15년 경력. 실력과 능력을 앞선 이미지가 나를 먹여 살렸다고 생각할 때가 종종 있다.


저보고 이미지 메이킹을 잘해서
실력보다 인사평가를 더 잘 받은 거래요.


한 후배가 팀장에게 인사평가 피드백을 받고 와 입을 삐죽거렸다. 좋은 게 좋은 건데 꼭 저런 식으로 말하는 인간들이 있다. 후배 말을 듣고 내가 떠올랐다. 내부 직원 만족도 조사에서 친절하다는 피드백을 많이 받았다. "역시!"라고 한 상사도 있고, "회사에서 친절하다는 평가가 꼭 좋은 게 아니야"라고 한 팀장도 있다. 직장에서의 이미지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미지가 좋지 않아 진급에 누락됐다는 피드백을 받은 후배도 있다. 불필요한 구실을 만드는 좋은 핑계가 되기도 한다.


첫 사수는 동료에게, 상사에게, 업체에게까지 후배 띄워주는 게 특기였다. 조그만 일도 기분 좋게 포장해 현란하게 어필한다. 후배들이 열심히 그리고 잘한 일은 △가 했다고 주변에 알렸다. 임원, 팀장에게 보고할 때도 OO가 한 일이라고 밝힌다. 당사자에게 기분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선배 덕분에 신입 시절 긍정적인 이미지 구축에 큰 도움을 받았다. 물론 열심히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사수가 다른 팀으로 발령 났다. 하루아침에 서먹한 선배가 그 자리를 채웠다. 떠나는 선배는 새로 온 선배에게 나의 긍정적인 부분을 주로 인수인계한 듯했다. 엑스 사수가 남긴 긍정 에너지를 충전해 열심히 낯선 선배를 도왔다. 기존 업무와 전혀 다른 부서 발령에 당황하던 선배와도 점차 호흡이 척척 맞았다. 그런데 반년도 안 돼서 내가 다른 계열사로 발령이 났다.


다른 계열사에서 3년 동안 일했다. 3년 후 복귀가 가능했다. 다만 이전 회사에서 받아 주는 팀이 있어야 한다는 조항이 있었다. 인사팀 담당에게 연락했다. 복귀하겠다는 말에 "Why not?"이라고 시원하게 답했다. 친분이 1도 없는, 내가 누군지도 모르는 사이였다. 나중에 들으니 회사를 떠나기 직전 함께 일했던 선배의 입소문 덕이었다. 오다가다 만나면 인사를 잘해 평소 이미지가 좋았다고도 했다.


돌아갈 팀이 정해졌다. 복귀 전 해당 부문 임원과 면담을 했다. 상무님은 "몇 명한테 너에 대해 물어봤는데, 이미지 좋던데?"라는 말로 환영했다. 그중에 함께 일했던 사람은 없었다. 업무 능력을 떠나 '사람은 괜찮을걸?' 정도의 표현이었을 것이다. 신입시절부터 인사를 잘한 덕이라고 생각한다. 상무님은 전해 듣는 입장에서 '이미지 좋다'는 말을 '일도 잘한다?' 등을 포함해 다양하게 해석했을지도 모른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동료 스타일은 스마일형 동료였다. 직장인들은 웃으며 인사하는 동료를 선호다. 회사에서 마주치면 선후배 상관없이 먼저 인사를 한다. 씹히는 경우도 부지기수지만, 환하게 웃으며 받아주는 사람을 만나면 기분 좋다. 소소한 인사는 좋은 동료가 되는 쉬운 방법이다.


이전 회사로 복귀하니 계열사 발령 전 함께 일했던 선배는 팀장이 돼 있었다. 일 년 정도 지난 후 선배는 팀원 2명이 빠진 자리에 나를 채우고 싶다고 했다. 나 역시 'Why not?'이었다. 선배와 4년여 만에 팀장과 팀원으로 다시 만났다. 선배는 한 미팅 자리에서 "천군만마를 얻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가훈으로 삼고 싶을 만큼 기분 좋은 말이었다. 차근차근 쌓아 올린 이미지가 한몫했다고 본다.


당연히 먼저 준비가 돼 있고, 일도 열심히 해야 가능한 일이다. 얄팍하고 가식적인 속임수 같은 게 통하는 시대가 아니다. 더불어 사는 조직의 생리를 이해하고 적을 만들지 않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조직 내 적을 만들면 결국 그 화살이 자신에게 돌아오는 경우도 있다. 서두에 언급한 팀장의 날카로운 말처럼 좋은 사람이 되려고만 해서도 안 된다.


신입시절, 성실한 노력과 후배의 좋은 점을 먼저 보는 선배들을 만나 직장생활을 슬기롭게 꾸려나갈 수 있었다. 그들의 긍정적인 에너지에 힘입어 즐거운 마음으로 직장생활에 임했다. 나 역시 마음이 기우는 후배가 있다. 그 후배 이야기가 나오면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사람 마음이 다 비슷하지 않을까. 아무에게나 마음이 가지는 않는 법이다. 좋은 말은 동기를 부여하고 기대 이상의 훌륭한 결과를 만드는 힘이 있다. 직장에서 이미지가 다는 아니지만, 사람을 평가하는 귀한 기준이 되는 건 맞다. "이미지 관리 좀 해"라는 말, 괜한 트집이 아닌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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