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MZ세대의 '3요'에 직장인들이 벌벌 떤다는 말이 유행했다. 그 주인공은 '왜요?, 이걸요?, 제가요?' 세 가지다. 일부 기업에서는 '3요'에 대한 모범 답안을 자료로 만들어 전파했다고 한다. 그러나 사실 이 말은 MZ세대에 꿰맞춰 부각해서 그렇지, 이전에도 존재했다. 한때 같은 팀이었던 X세대이자 동갑인 A는 상사나 선배에게 '3요'를 자주 꺼냈다.
팀원 한 명이 퇴사해 업무를 분장하던 중 팀장이 한 업무를 A에게 넘겼다. A가 자리로 돌아와 앉은 후 얼마 뒤, 팀장이 뜬금없이 "A 대리, 좋은 거야. 나중에 나한테 고마워할 걸"이라는 말을 허공에 던졌다. '3요'가 먹히지 않아 화가 난 A는 흥분한 나머지 동료에게 보내려던 'X발, 나보고 XXX 업무하래. 열 받네'라는 메시지를 팀장에게 보내고 말았던 것이다.
A는 바로 팀장 자리로 튀어가 사과했고, 팀장은 "괜찮아, 나도 사장님 욕해" 평온한 목소리로 그 상황을 자연스럽게 넘겼다. 오히려 A가 면담을 신청했고 팀장은 A에게 새로 맡은 업무에 대한 장점 등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이후 A는 책임감을 느끼고 새로운 업무에 임할 수 있었다.
A는 하고 싶은 말을 다하는 조금 튀는 스타일이었지만, 팀장은 개성 넘치는 만큼 일도 잘하고 소신이 확실해 팀에 도움되는 A를 신임했다. A에게 일 떠넘김이 아닌 업무를 믿고 맡긴다는 의미였다.
MZ세대가 요구하는 '3요'의 핵심
X세대였던 A같은 직원의 태도가 최근 들어 언론에 대문짝만하게 날만큼 관심을 받는 이유는 요즘 세대가 명확함을 더욱더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MZ세대는 업무분장이 명확하지 않거나 불시에 발생하여 급히 처리할 일을 회피하는 태도가 강하다'라는 조사 결과도 있다.
'왜요? 이걸요? 제가요?'라는 MZ세대의 질문(태도)만 문제 삼을 일이 아니라 업무를 지시하는 상사의 입장(태도)에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이유다. '3요' 해설지에 따르면 '왜요?'는 내가 이 일을 왜 해야 하는지 이유를 알려달라는 말이고, '이걸요?'는 이 일에 동기부여를 해달라는 것이다. '제가요?'는 이 일의 적합자가 내가 맞는지 알려달라는 것을 의미한다.
"회사 일이니까 그냥 해!"
"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거야. 그냥 해!"
"시키면 해야지! 그냥 해!"
MZ세대가 요구하는 '3요'의 핵심은 결국 명확함이다. 맥락 없는 강압은 명확함에 대한 갈증을 해소해 주지 못한다. '3요'의 등장은 개개인의 성향 차이이기도 하지만, 그동안 명확한 업무지시를 내리지 않은 상사에게 책임이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여기서 '3요'와 더불어 불명확함이 불러오는 문제 한 가지를 더 추가하고 싶다. 바로 '몰라요'다. 사회초년생 시절 상사의 질문에 답을 모르면 무조건 "확인해서 보고드리겠습니다"라고 로봇처럼 답했다. 가끔 담당자가 그것도 모르냐는 핀잔을 듣기도 했지만, 내가 알고 싶다는 생각보다 상사에게 보고해야 한다는 마음이 강했다.
15년 넘게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후배에게 정색한 일이 딱 한 번 있다. 팀장이 요청하는 업무가 있어 퇴근 무렵 타 부서 후배에게 업무 관련 내용을 물었다. 후배는 심드렁하게 대꾸하다가 나중에는 "그걸 제가 어떻게 알아요?"라고 감정적으로 답했다.
"실무자니까 알아야지. 모르면 확인해서 말해줘야 하는 거 아니야?"
"아니 제가 팀장도 아니고 그거까지는 모른다고요."
말이 통하지 않아 대화를 접었다. 감정을 추스르기 위해 다음날 다시 얘기하자고 했다. 내심 후배가 사과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착각이었다. 어제보다 더 귀찮아하는 후배에게 태도를 문제 삼았더니 "저한테 감정 있으세요?"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10살도 더 어린 후배와의 감정 싸움이었다. 돌이켜 보면 연차 높은 선배라는 이유로 무조건 답만을 요구했던 것 같다. 퇴근 시간 전에 팀장에게 보고해야 했다. 급한 마음에 후배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지 않고 보따리를 내놓으라는 식이었다. 일방적인 업무 지시가 불통의 원인 아니었을까 추측해 본다.
남 탓하기 전에 자신을 돌아봐야
본인이 맡은 업무 관련 물음에 "몰라요"라는 답을 종종 듣는다. 상사의 물음에는 '한번 확인해 봐'라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 자신의 업무 내용에 대해 모른다고 답하고 고개를 돌리면 당황스럽다. 하지만 부하직원이 '몰라요' 하고 상황을 종결지을 때, 상사가 뒤돌아 '뭐 저런 게 다 있지? 직무 유기 아니야?' 하면 갈등은 증폭된다.
시대가 바뀌었다. 후배든 상사든 남 탓하기 전에 자신을 먼저 돌아봐야 한다. 내 업무 지시에 명확함, 즉 핵심이 빠진 것은 아닌지 살펴야 한다는 말이다. 매번 팀장 말을 이해할 수 없다며 회의 시간 녹음을 하던 후배도 있었다. 돌이켜 보면 십분 이해가 된다.
명확함이 중요한 시대다. '3요'와 마찬가지로 '몰라요'가 아닌 원하는 답을 얻기 위해서는 질문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언제까지 필요하니 확인해 달라고 명확하게 말해야 한다. 효율성에 기반한 명확한 업무 지시에는 대부분 '네' 하고 따른다는 사실을 오랜 경험을 통해 깨달았다.
요즘 세대가 잘 모르는 자신의 업무에 대해 알아보는 것은 상사에게 복종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업무에 대한 책임감이다. '몰라요'를 포함한 '4요' 갈등은 어쩌면 상명하복하던 상사들의 소싯적 DNA 때문일지도 모른다.
가족도, 사랑하는 사람에게도 명확하게 말하지 않으면 잘 모른다. '우리가 남이가?'라는 말로 상대의 의중을 싸잡아 내재화하던 시대는 지났다.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어야지!'는 직장에서 벽을 세우는 말일 뿐이다. 제대로 설명해야 답답함이 해소되고 역질문이 줄어든다. 더불어 명확함을 담아야 물 흐르듯 대화가 통하는 법이다.
'왜요? 이걸요? 제가요? 몰라요' 이 '4요'는 젊은 세대에 대한 이해 부족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기성세대의 '알아서 하겠지? 난 다 알아서 했어'라는 서툰 생각에서 비롯된.
세대와 차이, 다름과 새로움이 교집합을 이루는 시대다. 각기 다른 소리가 어우러져 훌륭한 오케스트라 연주가 탄생하고, 일곱가지 색이 모여 찬란한 무지개가 생긴다. 회사에서 다양한 세대를 한 팀으로 꾸리는 것은 큰일을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나는 당신이 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으며, 당신은 내가 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함께 큰일을 할 수 있다."
세대별 혼란을 겪는 직장인에게 마더 테레사가 명확한 팁을 주었다. MZ세대와 기성세대의 갈등을 부추기는 미디어가 확산하고 있다. 모든 세대가 더불어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조직에서 서로의 차이와 단점만 들추기보다는 서로 균형을 이룰 수 있는 접점을 찾아 부각해야 세대 갈등이 점점 줄어들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