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코리아가 최근 남녀 직장인을 대상으로 <인사평가 결과 만족도> 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에 참여한 직장인 중 78.9%가 '인사평가 결과 때문에 이직을 고민했다'고 답했다. 이중 39.7%는 '현재 적극적으로 구직활동 중'이라고 답했고 39.2%는 '곧 이직을 준비할 것'이라고 했다.
15년 이상 직장생활을 하면서 인사평가 불만족을 수차례 겪고 즉흥적으로 뛰쳐나갈 생각도 해본 적 있다. 하지만 늘 준비가 부족해 이직에 성공하지 못하고 다시 제자리에 안주하곤 했다. 그래서 직장인의 이러한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쉽게 동의하기도 어렵다. 나름의 깨달음을 얻어서다.
승자의 강점은 오직 태도
인사평가 피드백을 받고 울면서 반차를 낸 후배도 있고, 티 나게 일을 대충 하던 선배, 몇 날 며칠을 비아냥거리며 팀 분위기를 흐린 팀원도 있다. 심지어는 'OO기업에서 최종 합격 연락이 왔는데, 갈까 말까 고민'이라는 말을 직속 파트장에게 대놓고 말한 후배도 있다. '욱'에서 비롯한 감정적인 실수다.
조직에서는 이러한 모습을 한 번의 일탈로 여기고 너그럽게 이해하지 않는다. 개인적인 분노를 조직에서 정당화할 수는 없다. 상사는 태도의 문제로 여긴다. 직장에서 태도 하나가 모든 것을 대변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다수가 비슷한 성과를 낸 상황이라면 상사는 과연 누구에게 인사평가 점수를 더 주고 싶을까.
어쩌면 인사평가의 화룡점정은 '태도'일지도 모른다. 관리자가 되니 수시로 내 과거의 태도를 돌아보게 되고 팀원들이 '사람을 대하는 태도'와 '업무를 대하는 태도'에 신경을 쓰게 된다.
"승자의 강점은 타고난 출생, 높은 지능, 뛰어난 실력에 있지 않다. 승자의 강점은 소질이나 재능이 아닌 오직 태도에 있다. 태도를 보면 그 사람의 성공을 가늠할 수 있는데, 이런 태도는 아무리 많은 돈을 주어도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심리학자 데니스 웨이틀리가 말했다. 좋아하는 명언이다. 태도는 모든 강점을 능가할 만큼 강력하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다'는 말이 있지만, 아홉을 잘 보여주고 마지막 하나 때문에 상황이 역전될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직장에서의 평소 태도는 쌓이고 쌓여 인사평가와도 연계된다. 태도는 직장생활에서 플러스알파가 되기도 하고 마이너스 요소가 되기도 한다. 특히 직장인에게 '사람을 대하는 태도', '업무를 대하는 태도'는 중요하다.
사람을 대하는 태도
십년도 더 지난 주니어 시절, 외부에서 새로운 팀장이 부임했다. 고참 직원 A가 팀장과 함께 일주일 동안 출장을 다녀왔다. 이후부터 팀장이 팀원들을 대하는 모습이 사뭇 달라졌다. 얼마 뒤, A가 출장 중 팀장에게 팀원들에 대해 별의별 이야기를 다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A는 평소 팀원들과 사이가 좋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팀장은 A의 말이 사실이 아니라는 걸 몸소 느꼈다. 팀장은 자기 경험을 토대로 팀원들을 재평가했고, A에 대한 신뢰는 바닥을 쳤다. A는 그 해 경쟁에 밀려 진급에 누락했다. 그런데도 변하지 않는 태도로 일관하다 다른 팀으로 발령 났고, 결국 퇴사했다.
새로운 팀, 새로운 회사에서 만난 사람이 누군가에 대해, 다른 팀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정보를 주듯 뒷담화 하는 경우가 있다. 같은 팀원을 깎아내리고 비방하기도 한다. 이는 결국 제 살 깎기다. 개인 감정을 기반으로 한 타인 비난과 선입견 전파는 자신의 평판을 떨어뜨리는 일이다.
회사에서 자신의 기분을 그대로 드러내는 경우도 바람직하지 않은 태도다. 회의할 때 못마땅한 표정으로 상대를 불편하게 하고, 통화에서 날카로운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는 경우도 있다. 직장에서 순간순간 휘몰아치는 기분이 곧 태도가 되는 사람은 좋은 평판을 얻지 못한다.
팀원들 기분에 따라 회의 분위기는 오르락내리락한다. 그 못마땅함의 깊이를 알면서도 모르는 척 분위기를 열심히 끌어올려 보지만, 민망함은 씁쓸함으로 남는다. 그나마 반응해 주려 노력하는 한두 명이라도 있음에 위안 삼는다.
평판이 다가 아니지만, 실제로 팀원의 평판이 좋아 진급시켰다는 팀장도 있고, 평판이 좋지 않아 진급이 누락되었다는 피드백을 받은 후배도 있다. 평판이 좋다는 건 사람만 좋다는 게 아니라 일과 태도의 적절한 균형을 이룬 상태다.
직장에서는 감정 조절도 능력이다. 한결같은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원활한 인간관계를 이어갈 수 있다. 순간의 기분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반복하면 어디에서든 누구에게든 불편한 존재가 된다. 주변 동료나 상사도 모를 리 없다. 상사 입장에서 주변 사람을 불편하게 대하는 직원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을까.
업무를 대하는 태도
한때 별명이 '이 슬쩍'인 이 과장이 있었다.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업무에서 슬쩍슬쩍 빠져 팀원들이 붙여준, 본인만 모르는 별명이었다. 이 과장은 상사의 업무 지시에 거부감부터 내세우며 이리저리 빠져나가기 바빴다. 팀 회의 때에도 팀장이나 선배의 업무지시에 부정적인 의견을 자주 제시해 동료들은 그가 불편했다.
팀 주간 업무 회의 때 팀장이 동종업계 사례조사 진행업무를 지시했는데, 그 자리에서 시간도 오래 걸리고 바빠서 할 수 없다며 단번에 거절했다.
"이 과장은 팀장님이 말할 때마다 뭐가 그렇게 만날 안 된대. 먼저 확인부터 해본다고 하면 좀 안 돼? 일하기 싫다는 소리로밖에 안 들려."
팀장의 지시사항에 매번 핑계를 대는 이 과장에게 참다못한 고 차장(차석)이 한 소리 했다. 회의가 끝난 후 이 과장은 툴툴거렸지만, 동료들 마음도 고 차장과 같았다.
이처럼 조직에서 업무를 진행할 때 무조건 안 되는 이유부터 찾는 문제 찾기 능력자가 있다. 업무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함께 멀리 가고 싶은 동료와 그렇지 않은 동료가 구분된다.
일을 시작하기에 앞서 불가능부터 논하면 힘이 빠지고 기분이 상한다. 누구도 의욕 저하 유발자와 함께 일하고 싶지 않다.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문제점도 찾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문제점부터 찾는 태도는 조직의 분위기를 저해하고 부정적인 이미지만 남긴다.
상사도 의욕이 보이지 않는 팀원에게 좋은 평가를 할 수 없다. 업무 성과가 좋다 하더라도 비슷한 성과를 낸 적극적인 팀원이 있다면 그쪽으로 마음이 기운다. 인지상정이다.
명상 지도자 마이클 버나드 벡위스는 "문제에 대해 말하는 것은 의심, 걱정, 불안을 야기해 침전하고, 가능성에 대해 말하면 구체적인 실현 방법을 몰라도 에너지가 올라간다"라고 했다.
직장에서의 긍정 에너지는 '가능성'이라는 단어 하나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다. 일할 때 자동으로 거부감에 먼저 발동 거는 사람이 있고, 긍정 에너지부터 전파하는 사람이 있다. 안 된다는 말을 자주 전하면 부정적인 평이 쌓이고, 가능성을 먼저 찾는 사람은 주변에 희망을 심는다.
서두에 언급한 잡코리아의 설문조사 결과처럼 인사평가에 불만을 품고 홧김에 이직을 추진하는 것은 그다지 현명한 방법이 아니다. 한번의 인사평가가 내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진중하게 고려한 후 차근차근 준비를 거치면 좀 더 좋은 곳으로 이직할 가능성이 높다.
'도망친 곳에 천국은 없다'고 했다. 화가 나는 순간을 과거의 나를 돌아보는 기회로 삼아보는 건 어떨까. 앞으로 직장인을 계속할 심산이라면 어떤 태도로 직장 생활에 임할지를 결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