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시작은 아내의 우울 때문이었습니다

퇴근 후 글쓰기는 지금도 멈출 수 없는 일상이 되었다

by 이드id


우연히 시작한 글쓰기가 14년째 이어지고 있다. 아내에게 힘이 되고자 시작한 글쓰기였다. 남들이 다하는 '뭘 쓰지?'를 고민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14년 차라니 놀랍다.


활기차던 아내가 첫 아이를 낳고 키우며 점점 우울해졌다. 사회생활은 단절되었고 남편 연고지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해 주변에 만날 친구 한 명 없었다.


어느 날 별생각 없이 아내에게 불쑥 말했다.


"블로그를 한 번 해보는 건 어때? 애들 가르쳤으니 육아 블로그 운영하면 좋지 않을까?"


블로그가 유행하던 때라 큰 기대 없이 던진 말이다. 아내는 들은 체 만 체하더니 며칠 뒤 말을 꺼냈다.


"블로그 하려면 노트북도 필요하고, 카메라도 필요하던데..."


당장 장비를 갖췄다. 아내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블로그를 시작했으나, 얼마 뒤 강풍을 일으켰다. 단숨에 육아 블로그 1위를 차지하더니 글쓰기에 불이 붙었다. 사진을 찍고 편집하고 글 쓰는 일상이 이어졌다. 가족과의 하루하루가 아내 글의 소재였다.


"오빠도 블로그 같이 하면 좋겠어."

"내가? 뭘로?"


아내가 푹 빠져버린 취미에 동참하기 위해 블로그를 개설했다. 미약한 글쓰기의 시작이었다.


첫 글 세 개는 책 리뷰였다. 보는 이가 없었다. 영화 리뷰를 남기기 시작했다. 영화를 보지 못했을 때는 일상 이야기를 적기도 했다. 가끔 글이 다음 베스트에 선정되는 등 반응이 오니 재미가 붙기 시작했다.


시간이 문제였다. 퇴근 후 혼자 극장을 찾고, 주말에 혼자서 후딱 영화관에 다녀오곤 했다. 집에서도 틈틈이 시간을 내 영화를 봤다. 좋아하는 영화였지만, 점점 숙제처럼 느껴졌다. 주객이 전도된 기분이었다. 3개월 정도 버티며 영화 리뷰를 쓰다가 메인 주제를 바꿨다.


주제는 직장생활 이야기였다. 매일 숨을 쉬듯 자연스럽게 찾아가는 회사, 하루의 반을 머무는 곳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는 늘 넘쳤다. 따로 시간을 내지 않아도 각양각색의 소재가 나를 찾아왔다.


직장생활에 불평불만이 넘칠 때였다. 매일이 힘들고 피곤한 나날이었다. '이러려고 회사에 온 게 아닌데...'라는 생각이 나를 지배하던 시절. 동병상련 직장인들 생활을 엿보기 시작했다. 직장생활 관련 수십 권의 자기 계발서를 찾아 읽고, 직장인 관련 뉴스를 정독하는 게 일상이 됐다.


꾸준히 비슷한 책과 뉴스를 접하다 보니, 불변의 공통점이 눈에 띄었다. 직장생활은 당연히 불행한 것이고, 직장인들은 항상 불평불만 많은 불쌍한 존재라는 것이었다.


'남들이 불행하고 불쌍하다는 이유로 나까지 그럴 필요는 없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불행을 극복하기 위해 직장생활에 대한 단상을 글로 남기기 시작했다. 떠나지 못할 거라면 그 안에서 살아남는 법을 찾는 것이 탈출구라는 나만의 답을 구하기 위함이었다.


찰떡 주제를 만나니 글쓰기와 블로그 운영에 가속이 붙었다. 아내와 함께 블로그 매력에 풍덩 빠져버렸다. 남편은 취업직장 분야, 아내는 육아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한 케이블 방송사에서 부부 파워블로거로 방송 섭외까지 받은 적 있다. 부부가 라이벌로 경쟁하는 모습을 연출하자는 제안이 거북해 거절했지만, 기분 좋은 추억이다.


아내는 아이들 책, 자전거, 장난감, 식탁, 책상, 책장, 침대, 화장대 등의 협찬도 받았고, 파워블로그 초청 행사까지 참여하며 우울할 틈 없이 바빠졌다. 아내의 육아 글 두 편은 KBS TV <TV 동화, 행복한 세상>에 영상으로 제작돼 방영되기도 했다. 다음에서 지원하는 활동비, 광고 수익금 등도 소소한 일상의 활력이 되었다.


글쓰기의 씨앗은 블로그였다. 꾸준히 한 분야의 글을 쓰다 보니 원고 청탁이 이어졌다. 강의 요청, 출간 제안도 받았다. 아내의 우울감 퇴치를 위해 시작한 글쓰기였다. 아내의 작은 바람 덕분에 14년 동안 퇴근 후 글 쓰는 직장인 인생이 시작되었다.


2010년에 시작한 블로그는 수년간 무럭무럭 자랐다. 2016년부터 브런치스토리 플랫폼으로 옮겨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곳에서 조금 더 견고하게 뿌리내린 글쓰기 나무는 오늘도 새로운 싹을 틔우며 사방으로 뻗어 나가고 있다.




14년째 퇴근 후 글을 씁니다. 글을 쓰면서 벌어진 다양한 일에 대해 정리하고 있습니다. 차근차근 돌아보며 글이 선사한 별한 향력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글쓰기를 시작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만의 글을 꾸준히 이어갔으면 합니다. 글쓰기를 시작하시는 분, 글을 꾸준히 쓰시는 모든 분께 조금이나마 동기부여가 되면 좋겠습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글을 쓰는 이유는 미국까지 번지는 영향력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