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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드id Dec 20. 2023

3박 4일간 스마트폰을 꺼놓고 지냈습니다

처음 보는 사람들과 수다를 떨고 보드게임을 했습니다


2009년 아이폰3S를 시작으로 스마트폰 세계에 입문했다. 지금까지 한시도 폰을 손에서 놓고 지낸 적이 없다. 해외에 갈 때도 로밍 상태로 곁에 두물에 들어갈 때 방수팩에 곱게 싸서 목에 걸었다. 지하철, 회사, 집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스마트폰 중독에 돌아버릴 지경이라고 느낀 적도 있지만, 문명 없는 생활상상해 본 적 없다.


최근 3박 4일간 지방에 내려가 회사에서 의무적으로 시행하는 교육을 받았다. 휴식을 취하며 몸과 마음의 건강을 관리하는 프로그램이다. 디지털 디톡스까지 포함돼 스마트폰을 모두 반납해야 했다. 디지털 기기 사용 금지다. 일에 스마트폰을 반납해 목요일까지 3박 4일을 폰 없이 생활했다.


<퇴소 전 스마트폰을 돌려받고 찍은 풍경>


이번 교육은 입사 2년 이내의 신규(경력) 입사자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일종의 힐링 프로그램 전국 각지에서 직원들이 모여 모르는 사람 대부분이었다.


입소하자마자 스트레스 지수와 인바디를 측정해 건강을 체크다. 하루 총 1800칼로리 유기농 식단제공했고 식사 시간에는 모래시계를 놓고 30분 동안 천천히 먹었다. 군것질도 술도 담배도 없다. (덕분에 퇴소할 때 몸무게가 2.5킬로그램 줄었다)


더불어 산림치유 프로그램과 족욕, 명상, 요가를 하고 효율적인 운동법을 알려주는 프로그램으로 가득 채워진 3박 4일이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처음  경다.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기분. 식사를 하고 자연 속을 산책하고도 넉넉한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모든 프로그램은 여유롭게 진행됐다. 더불어 마음 넉넉함이 스몄다. 객실에는 TV도 없다. 취침 시간은 10시. 매일  명상과 함께 잠자리에 들었다.


낮시간 동안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도서관 모여 책을 읽거나 컬러링을 했고, 운동을 하거나 보드 게임을 즐겼다. 웃음소리 끊이지 않았다. 조별 작업을 할 때 조원들에게 물었다.


"회사에서도 이렇게 밝아요?"

"아니요!!!"


모두가 나와 마찬가지였다. 회사에 입사해 가장 많이 웃은 시간이었. 스마트폰 없으니 책을 읽고, 처음 보는 사람들과 산책을 하고, 대화를 하고 보드게임 했다. 모두가 스마트폰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다. 객실에 책을 3권이나 가져와 틈틈이 읽고 낮잠도 자면서 여유로움을 만끽했다.


<객실 앞 고흐와 모네 작품 전시회>


스마트폰이 없으니 아름다운 풍경도 셀카도 찍을 수 없고, 매번 예쁘게 나오는 식사 촬영해 SNS에 올지도 못했다. 하지만 온전히 나에게만 그리고 가 하는 일에만 매 순간 집중할 수 있었다. 스마트폰이 없는 순간에 금세 익숙해졌고 참 행복다.


4일째 되는 날 점심을 먹고 스마트폰을 돌려받았다. 전원을 다. 수십 통의 부재중 전화, 답을 리다리는 문자, 카톡, 회사 이메일 폭탄. 천국의 시간은 사라지고 지옥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대야 할지 몰라 다시 전화기를 껐다. 버스를 타고 서울로 돌아와 버스에서 하차한 후 전화기를 다시 켰다. 전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스마트폰에 남겨진 묵직한 숙제를 차근차근 해결했다.


일주일이 지났다. 3박 4일의 시간이 언제였는지 무색할 만큼 변함없는 일상에서 허우적거리고 있. 중도 다시 늘었다. 고작 3박 4일이 틀에 박힌 일상을 바꿀 수는 없다.


그런데 몸과 마음이 천근만근 무거운 월요일에 출근해 일하면서 이전과는 조금 다른 기분을 느꼈다. 전에 없던 작은 여유로움이 마음속에 살포지 들어앉은 느낌이랄까. 짜증이 줄어든 기분이랄까. 3박 4일 간 받은 에너지가 여전히 몸에서 순환하는 듯했다.


치열하게 사는 것은 현대인의 숙명이라지만 잠시 하늘을 올려보며 여유를 찾는 것은 선택이다. 누구나 휴식이 필요하다. 건강하게 먹고 잘 자고 웃고 대화하고 운동하고 산책하고. 대단하지도 거창하지도 않은 일상이 삶을 조금이나마 긍정적으로 만든다는 사실을 다시금 떠올려 본다.


"휴식은 게으름도, 멈춤도 아니다. 휴식을 모르는 사람은 브레이크가 없는 자동차와 같아서 위험하기 짝이 없다"는 헨리포드의 말은 여전히 명언이다.


타의였기에 가능했지만, 스마트폰도 이어폰도 없 순간이 그립다. 천국과도 같았던 3박 4일이 무척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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