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드id Mar 14. 2024

강 건너 불구경 같은 그놈의 S대 타령

"S대도 안 나왔는데 왜 그렇게 건방지지?"


깃털 같은 이야기


내미 밴드 공연에 갔다. 중고생들의 공연인 만큼 관객들도 대부분 학생과 부모였다.


전문 사회자가 나와 분위기를 띄웠다. 이런저런 시답잖은 농담을 던지며 간순간 대을 요하는 질문을 했다. 처음에는 조용한 분위기였다. 반응 없자 점점 강도를 높여 관객 응을 유도했다.


아이스브레이킹이 끝나갈 무렵 몇몇 학생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한 학생이 시원하게 대답을 하자 사회자가 반색하며 학생을 일으켜 세웠다. 어느 학교 몇 학년인지를 물었다. 이어 자문자답다.


"학생 공부 잘하지? 내가 볼 때 S대 갈 거 같아."


연 중간중간 사회자가 나와 농담과 질문을 반복했다. 이번에는 대답해 준 한 여학생을 일으켜 세우더니 물었다.


"공부 잘하지? 어느 대학 가고 싶어? S대?"

"?"


쉽게 범접할 수 없기에 동네북이 된 S대였다.


일상에서 S대 나온 사람을 바라보는 평균적인 시선 다르다. 학창 시절의 노력과 프리미엄을 인정하기 때문일 것이다. 다시 학창 시절로 돌아간다 해도 이룰 수 없는 일이다. 공부가 제일 쉬웠다는 믿을 수 없는 수재들의 인터뷰도 해되지는 않는다.


1999년 첫 수능만점자가 나왔다. 수능뿐만 아니라 국가 주관 대입시험 사상 첫 만점자라고 한다. 그녀는 만점 비결을 묻는 질문에 "그냥 모르는 문제가 없었어요"라고 답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녀의 아빠도 서울대 법대 출신  행정고시 8회 수석이라고. 역시 피가.


주변에서 그리고 연예인들 중에서도 공부가 쉬웠다는 이들이 있다. 공부는 역시 타고나는 걸지도 모르겠다.


첫 책을 썼을 때 같은 팀 친구가 그랬다.


"니가 S대 나온 것도 아닌데 (니 책) 누가 겠냐?"


난데없는 S대? 걔는 대체 왜 그랬을까? 이 글을 쓰다 궁금해 7년 전 일을 물었다.


"몰라? 내가 그랬어? 근데 맞잖아."


친구는 기억을 못해도 머릿속에는 S대에 대한 프리미엄이 가득하다는 걸 확인했다. 아마 당시 함께 일하던 임원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S대 나온 사람이라면 무조건 찬양하던 분이셨다. 어느 그가 나를 은밀하게 불러 물었다.


"장대리 A 상무랑 일한 적 있지?"

"네,  제 팀이셨어요."

"그 사람 S대 나왔어?"

"네? 아뇨?"

"그런데 왜 그렇게 건방지지?"


S대 출신이라 자신에게 건방졌다 생각을 했다니 놀라웠다. 얘기를 들어보니 A상무는 그저 안 되는 부탁거절했을 뿐이다. S대와 책에 이어 S대와 건방이 엮였다. 함께 일하는 동안 전무는 S대 출신 직원을 유독 사랑했다. 다른 대학 출신이라고 미움받지는 않았지만, 씁쓸함과 민망함에 고개를 숙인 적이 몇 번 있다. 이 임원과 일할 당시 한 심리 검사에서 '다음 생에 태어나면 _______'이라는 문장 완성 문구를 보자마자 'S대에 가겠다'라고 보란 듯이 적은 적도 있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내 자리 앞에 하 머리를 학생이 건들거리며 서 있었다. 힐끗 보며 으로 말다. '날라리~' 그런데 그가 내리려고 몸을 살짝 돌리니 롱패 팔에 S대 마크가 새겨져 있다. 완전히 돌아서니 후면 하단부에 학교명과 과까지 큼지막하게 쓰여있다.


갑자기 얼마 전 읽은 책 <MIX>의 한 챕터 '모범생과 날라리를 섞으면 성공한다'는 문구가 올랐다. 왠지 성공할 것 같은 멋진 학생이 2호선 환승 역에서 하차했다.  마음의 줏대 없는 요동이 어이없어 속으로 웃었다.


딸내미가 다니는 교회 중등부 선생님이 S대 성악과 출신이라고 하니까 아내 눈이 반짝였다. "어쩐지..." 이 '어쩐지'에는 수많은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 것 같다. 나도.


S대에 몇 번 방문한 적 있다. 학부는 어려우니 대학원에 지원해 면접지는 다. 교수님이 건넨 전공 원서를 들고 직독직해를 하다가 땀 뻘뻘 흘고 망신스럽게 탈락. 마스크도 없던 시절, 얼굴이 순식간에 달아올다.


예전에 다니던 회사(건설사)에서 S대 법대 강의동을 준공한 적 있다. 사내 기자 활동할 당시라 촬영을 가서 캠퍼스를 활보하며 실컷 구경다. 간접 경험이라도 해봤으니 다.


사회에 나오니 회사에 팀에 협력사에도 S대 출신이 있다. 불어 사는 사람들임에는 틀림없지만, S대 나온 연예인이 이슈가 되고, S대 출신 OO면 일단 관심을 끈다. 드라마 <빨간풍선>에서도 툭하면 'S대 법대 출신이...'라는 대사가 등장한다. S대는 많은 이가 인정하는 국내 최고의 브랜드임에 틀림없다.


밴드 공연장에서 공부와 S대를 밝히던 사회자 덕분에 줄줄이 떠오르는 S대 에피소드 끄적여 다.

매거진의 이전글 3박 4일간 스마트폰을 꺼놓고 지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