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내내 비가 쏟아졌습니다. 어린이날이 낀 휴일이었지만, 어린이를 지난 청소년기 아이들은 친구들과 보내기 바빴답니다. 오랜만에 저만의 시간을 만끽했죠. 3일 내내 집에서 뒹굴거렸어요. 스스로를 감금하다연휴 마지막 날 마침내 답답함을 느껴 친구 만나고 귀가한 고1 딸을 꼬셔 짧은 드라이브를 다녀왔습니다.
가끔씩 딸아이와 야밤에 스타벅스 DT를 찾아 근교로 떠나곤 합니다. 이번에는 파주에 위치한 스벅을 향해 달렸습니다. 비 오는 저녁 한적한 도로를 달리며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었어요.
"벌써 연휴가 끝났어. 내일 회사 가면 할 일이 산더미야."
"아빠 그건 내일의 나에게 맡겨요."
"무슨 말이야?"
"저는 밀린 일 있으면 '내일의 내가 하겠지'라고 생각해요. 오늘 내가 행복한 게 중요하거든요."
"..." (감탄 중)
"친구들이 과거에 내가 한 일이나 흑역사 얘기하면 '그거 나 아니야. 그때의 나야'라고 해요."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한 불안과 걱정에 사로잡혀 하루하루 불행을 쌓아 올리는 삶을 살던 중이었습니다. 5월 3일부터 시작되는 연휴를 맞으면서 5월 7일 해야 할 일에 스트레스를 받으며 쿵쾅거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연휴를 보냈어요. 사실 뒹굴거렸다는 것도 업무에 대한 중압감을 피하기 위한 발버둥이자무기력함이 드러난 모습이었죠.
오늘의 행복을 미래의 불행으로 채우며 살던 중 딸아이의 말랑말랑 솜사탕 같은 말을 들으니 입가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딸내미도 힘겨운 학교생활에서 행복을 찾기 위해 찾아낸 방법이겠죠. 그래도 '될 대로 돼라'가 아닌 행복하기 위한 예쁜 방법을 찾아낸 딸이 기특했습니다.
"오! 완전 명언인데! 글 한편써야겠어!"
"아빠는 항상 마음대로 해석해서 잘쓰니까." (약간의 비웃음)
매일 행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딸내미 말을 가슴에 새기며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내일 맞닥뜨릴 일을 떠올리니 쉬이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사실 말처럼 생각처럼쉽지 않은 일이죠.
하지만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발을 동동 굴러도 결국해결해야 할 사람은 내일의 나라는 것은 변함없는사실입니다. 하루하루 내일의 나에게 무거움을 맡기다 보면 조금씩 조금씩 몸도 마음도 가벼워지지 않을까요. 돌이켜 보면 걱정을 해도 안 해도 해결되지 않은 일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난데없이 내뱉은 딸아이 말은당장 해결할 수 없는 일에 신경 쓰지 말고 당장 곁에 있는 자신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자는 말이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꿈보다 해몽일지도모르지만요)
고등학생 딸 덕분에 '내일을 불편함에 지배당하지 말자', '현재에충실하자'는 다짐을 해봅니다. 세상에 넘치고 넘치는, 흔하디 흔한 말이지만, 세상을 한참 배워나가는 딸아이가 아빠에게 전하는 값지고도 특별한 명언이었습니다.
'내일의 나에게 모든 걸 맡긴다'라는 말, 결국 자기 자신을 단단하게 믿고 있다는 말일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