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안통하는 김부장님은 그냥 NPC입니다!

by LifeRpg

회사에서 예상치 못한 문제가 터졌을 때 우리는 본능적으로 범인을 찾는다. 일이 잘못되거나 상사에게 호되게 깨지고 나면 마음속에서는 억울함이 밀려온다.


팀장님이 지시를 애매하게 해서 그렇다거나 유관 부서 담당자가 자료를 늦게 줘서 이 지경이 됐다고, 때로는 회사의 시스템이 구식이라서 혹은 거래처가 상식 밖의 요구를 해서 그렇다며.


이렇게 남 탓을 하고 나면 순간적으로는 마음이 편안해진다. 적어도 나는 잘못이 없다는 안도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주변 상황이 도와주지 않아서 실패한 것이니 자존심을 지킬 수 있다.


하지만 게임 게이머들은 NPC가 내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다고 해서 분노하거나 좌절하지 않는다. 우리가 게임에서 만나는 NPC(Non-player character)는 플레이어가 조종할 수 없는 캐릭터라는 뜻이다. 마을의 상인이 물건을 비싸게 판다고 해서 혹은 퀘스트를 주는 촌장이 답답한 소리를 한다고 해서 그 캐릭터를 내 마음대로 조종하려고 들지 않는다. 애초에 내 컨트롤러로 조작할 수 없는 대상임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NPC가 길을 막고 있다면 게이머는 비키라고 고래고래 소리치는 대신 그 옆으로 돌아가는 길을 택한다. 몬스터가 강력한 공격을 해오면 몬스터에게 화를 내는 대신 내 방패를 들어 올리거나 회피 기술을 쓴다. 통제할 수 없는 대상을 바꾸려 드는 것이 아니라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나의 행동을 바꾸는 것. 이것이 게이머의 상식이다.


그런데 일터로 돌아오면 우리는 이 단순한 진리를 자꾸만 잊어버린다.


꽉 막힌 상사를 보며 도대체 저 사람은 왜 저럴까 하며 분노하고 말이 안 통하는 동료를 보며 내 상식으로 이해시키려고 애를 쓴다. 상대방을 내가 조종할 수 있는 캐릭터로 착각하기 때문이다. 내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그들을 보며 스트레스를 받고 결국에는 그들 탓을 하며 내 에너지를 갉아먹는다.


당신을 힘들게 하는 사람들을 그냥 NPC라고 생각해보자. 그들을 무시하라는 것이 아니라, 내 컨트롤러가 작동하지 않는 영역임을 인정하자는 것이다.


부장님이 아침마다 화를 내는 것은 당신이 컨트롤할 수 없는 영역이다. 동료가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 또한 당신의 의지로는 바꿀 수 없는 변수다. 이것은 게임의 날씨 시스템이나 지형지물처럼 그저 주어진 환경일 뿐이다.


현명한 플레이어는 바꿀 수 없는 환경을 탓하느라 시간을 쓰지 않는다. 대신 그 환경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플레이에 집중한다.


남 탓을 멈춰야 하는 진짜 이유는 상대를 용서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내 게임의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서다.

저 인간 때문에 내 기분을 망쳤어라고 생각하는 순간 내 감정의 컨트롤러는 그 사람에게 넘어간다. 내 행복의 열쇠를 내가 제일 싫어하는 상사의 주머니에 넣어두고 제발 좀 변해달라고 사정하는 꼴이 된다.


상황이 불합리하더라도 그 안에서 내가 조작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상대방이 말도 안 되는 공격을 해오더라도 결국 엔딩을 보는 것은 끝까지 평정심을 잃지 않은 당신이어야 한다. 컨트롤러를 꽉 쥐고 있는 한 게임의 승패는 NPC가 아니라 오직 플레이어인 당신의 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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