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활을 하면서 가장 많이 주고받는 것이 바로 명함이다. 처음 만난 사람에게 우리는 명함을 건네며 이렇게 자신을 소개한다. 안녕하세요 OO건설 OO팀 대리 OOO입니다. 이 짧은 문장 안에는 소속과 직급 그리고 이름이 들어있다. 하지만 이 소개말 중에 온전한 나는 없다. 회사의 이름이 빠지거나 직급이 사라지면 나는 누구인지 설명할 길이 막막해지기 때문이다. 기획자나 마케터 혹은 영업사원 같은 직무 이름이 있기는 하지만 이것은 회사가 업무를 관리하기 편하게 붙여놓은 분류표일 뿐이다.
일을 즐기는 플레이어가 되기 위해서 나의 캐릭터를 다시 정의해 보자.
예를 들어 고객 불만을 처리하는 CS 팀 직원이 있다고 해보자. 회사가 정의한 그의 직업은 불만 고객 응대 담당자다. 이 정의에 갇혀 있으면 그는 하루 종일 욕받이 역할을 하며 스트레스를 받는 감정 노동자가 된다. 하지만 그가 스스로의 직업을 평화 중재자라고 재정의하면 어떨까. 그는 단순히 사과를 하는 사람이 아니라 화가 난 사람의 마음을 진정시키고 회사와 고객 사이의 오해를 풀어주는 협상 전문가가 된다. 그의 목표는 전화를 빨리 끊는 것이 아니라 분노라는 몬스터를 잠재우는 것이 된다.
총무팀에서 비품을 관리하고 복사기를 고치는 직원은 어떨까. 그의 명함에는 총무팀 사원이라고 적혀있지만 스스로를 베이스캠프 매니저라고 정의할 수도 있다. 동료들이 전쟁터 같은 현장에서 마음껏 싸울 수 있도록 보급품을 지원하고 무기를 수리해 주는 핵심 서포터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정의하는 순간 복사 용지를 채워 넣는 일은 하찮은 심부름이 아니라 아군의 탄약을 보충하는 주요 임무가 된다.
그렇다고 꼭 회사의 소속된 팀의 정체성 안에서 캐릭터 직업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일을 하는 것이 자신의 발전이나 인성 개발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을 수행자라고 정의할 수도 있다. 이런 사람에게는 어떤 힘든 일이 주어져도 자기 수행을 하고 있을 뿐이다.
당신은 어떤 캐릭터인가.
한 영업 사원은 자신의 직업을 스토리텔러라고 소개한다.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니라 우리 제품이 가진 이야기를 고객에게 들려주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또 어떤 개발자는 자신을 건축가라고 부른다. 코드를 짜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 세상의 건물을 짓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캐릭터 직업을 스스로 정의한다는 것은 단순히 이름을 멋지게 바꾸는 말장난이 아니다. 내가 이 일을 대하는 태도와 관점을 완전히 바꾸는 선언이다. 지금 당신의 마음속 명함을 다시 인쇄해 보자. 회사 로고도 떼고 직급도 지워라. 당신이 일을 대하는 태도와 가치만을 담아 새로운 직업명을 적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