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위행

by LifeRpg

무위행의 방법은 단순하고 실용적이다.


저녁으로 먹을 간단한 파스타를 요리한다고 해보자.

아바타 시점의 나는 내가 잘 해내야지라는 의지와 중요도를 바탕으로 움직인다. 빨리 끓여야 해 면이 불으면 안 돼 소스는 완벽한 비율이어야 해라는 불안의 지배를 받는다. 이 의지와 집착이 강하면 강할수록 오히려 손이 떨리고 면을 삶는 타이밍을 놓치고 어깨에는 불필요한 힘이 잔뜩 들어간다. 게임의 난이도가 스스로 올린 설정 때문에 급격히 높아진다.

사실 아바타는 굳이 무언가를 해야지 하는 생각을 끄집어 내서 하지 않아도 지금 해야 할 행동을 하게 되어 있다. 아무 생각을 안하려고 해도 생각이 계속 떠오르는 것과 같다. 그렇기에 무언가를 내가 하겠다는 마음을 내려놓고 그저 알아차림을 알아차리기만 해보자.

지금 알아차림이 있는가.

이 질문을 던지면 당신은 이 글을 읽고 있는 알아차림이 있음을 확인한다. 알아차림은 언제나 무엇을 하든 배경처럼 있다. 그저 알아차림이 여기 있구나 하고 담담하게 알아봐 주면 된다. 그러면 자신의 생각과 행동이 자연스럽게 모니터링된다.

이 요령으로 다시 주방의 인덕션 앞에 서보자.

이번에는 요리를 하겠다는 생각과 행동을 잠시 내려놓자. 지금 알아차림이 있는가라고 묻는다. 그리고 알아차림이 있는 걸 아는 상태를 유지한다. 생각과 행동은 여전히 일어난다. 이제 생각과 행동을 하기 위해 필요했던 알아차림을 알아봐주기만 한다. 생각과 행동은 내버려 두고 그걸 경험하는 알아차림만 바라본다.

나는 알아차림 안에서 아바타의 손이 물을 붓는 것을 본다. 물이 끓는 소리를 듣는다. 면이 익어가는 냄새를 맡는다. 아바타의 손은 알아서 적절히 움직인다. 나는 손에게 이렇게 움직여야지 하고 명령하지 않는다. 알아차림 안에서 손이 움직이는 것을 지켜본다. 아바타는 이미 자기 데이터베이스 안에서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고 그것을 수행하고 있다.

무언가를 하려는 인위적인 생각을 내려놓자 오히려 불필요한 힘이 빠지고 정교한 자기 모니터링이 더해져 더 명료한 사고와 행동을 하게 된다.

흐름은 저절로 알아서 흘러간다. 무위행은 최적화된 자동 플레이 모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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