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양자 얽힘과 비국소성
양자역학은 미시 세계의 에너지 최소 단위인 '양자'를 다룬다. 양자 얽힘 현상에 따르면 한번 짝을 이룬 두 입자는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하나처럼 움직인다. 한쪽이 결정되면 반대쪽도 즉시 결정되는데 이는 두 입자 사이에 물리적 거리가 무의미함을, 즉 근원적으로 하나임을 의미한다. (단 거시 세계에서는 주변 간섭으로 인해 이 얽힘이 깨져 있어 우리가 이를 직접 체감하긴 어렵다.)
2. 데이비드 봄과 관찰자 효과
양자역학계의 거장 데이비드 봄은 "우주는 원래 하나로 분리되지 않았으나 관찰될 때에만 분리된것처럼 보일 뿐이다"라고 하였다. 양자역학의 관찰자 효과 또한 물질이 관찰 전에는 가능성으로만 존재하다가 관찰을 통해 비로소 실재가 됨을 보여준다. 이 지점에서 많은 영성가들은 '관찰자(알아차림=본질적 나)와 관찰대상(세상 등 만물=분별적 알아차림)이 하나(=알아차림)라는 철학적 진리가 과학으로 입증되었다고 주장한다.
양자역학이 철학적 영감을 준다는 사실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인문학적 논제를 증명하기 위해 비전문가인 인문학자들이 과학의 논리를 섣불리 차용하는 것은 위험하다. 양자역학의 거장들조차 양자역학을 완벽히 이해한 사람은 없다고 말할 정도로 난해한 분야인데, 이를 인문학적으로 해석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개념의 오용이나 와전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과학 이론은 끊임없이 변한다. 특히 양자역학은 여전히 발전 중인 신생 학문이기에 앞으로도 많은 내용이 수정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철학이 그 논리적 근거를 과학 이론에서 찾는다면 과학이 변할 때마다 철학 논재 또한 검증의 잣대 위에 오르게 된다. 철학이 독자적인 사유의 영역을 포기하고 스스로 과학의 검증 대상 아래로 들어간다면 이는 결국 철학이 아닌 사이비 과학으로 전락하는 길이다.
과학에서 영감을 받아 비유로 설명하는 것은 좋으나 그것이 철학적 진리의 증명이라고 주장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