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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rkingmom B Nov 05. 2022

나의 글쓰기

 글은 잔인하다. 아프지 않으면 한글자도 나오지 않는다. 글을 재능으로 쓰지 못하고 아픔으로 쓴다. 버릇처럼 글을 쓰는 글장이들과 다르게 글이 손가락 끝으로 뛰쳐나간다. 손가락 끝으로 배설된 글들이 예쁘게 나열될리가 없다. 내가 글을, 아니 글이 나를 쓴다. 글이 나를 통해 쓰여져준다.


 뛰쳐 나온 글들은 감정을 섬세하게 담아내지 못하지만 진하다. 퍽퍽한 농도라 또르르 흘러내리지 않고 오래도록 머무른다. 어디 내놓기 자랑스러운 글은 아닐 수 있지만 부끄럽지도 않은 글이다. 요즘 시쳇말로 '찐'이니까.


 사람마다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방법이 다양하다. 나는 뇌의 부유물들이 문자화 되는 과정에서 다시 감정을 들여다본다. 깊어진 마음에 놀라기도, 좁아진 내면에 답답해지기도 한다. 빽빽한 감정 속에서 놓치고 있던 사람과 상황이 보인다. 거기서 길을 찾는다. 글쓰기는 그렇게 구원이 되었다.


 누구보다 나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해왔다.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보고 있다고 생각했던 나의 오만함에 결국 빨간불이 들어왔다. 오래도록 원하는 것과 해야하는 것 사이에서 균형을 잡지 못하고 해야하는 일만 해왔던 시간이 길어졌다. 길을 잃었다. 해야하는 일이 없으면 불안해했고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하나도 모르는 사람이 되었다. 쉬는 방법도 잊은 사람이 되었다. 30대 후반이 되어서야 마음을 돌보지 못했던 나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내가 처한 상황을 조금씩 파악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글이 내게 왔다.


 나는 희망을 말하는데 많이 서툴다. 아픔을 말하는 것이 익숙하다. 슬픔이 더 친하다. 그렇다고 웃음이 없는 것은 아니다. 희망의 반대말은 과거일 뿐.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고 기쁜 일을 더 많이 기억한다고 믿는다. 그렇지만 아픈 일을 겪었다는 사실만큼은 절대 잊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과거를, 아픔을 이야기 한다.


 잊히지 않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나와 당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 슬프지만 유쾌하고, 아프지만 치유할 수 있는 글을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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