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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유하는 직장인 Mar 31. 2021

내가 주식을 다시 시작하게 된 이유

'21.1분기 투자일지

    주식을 처음 접해본 것은 21살 대학생 때였다. 명색이 경영학도인데 자본시장의 꽃인 주식시장에 일찌감치 발을 담가야 한다는 (무모한) 믿음이 있었던 거 같다.


    평일, 주말을 가리지 않고 과외를 뛰며 모아 온 3백만 원가량이 첫 투자 자본금이 되었다. 초심자의 행운이 발휘되었는지 처음엔 증권 계좌의 돈이 꽤나 불어났다. 하지만 역시 실력은 단기보다는 장기전으로 진입했을 때 들통나기 마련이다. 단타를 먹다가 물려서 손절을 거듭하고, 코스닥 잡주(?)를 건드렸다가 상장폐지도 당했다. 어느 한 대낮, 맥주 집에서 대형 TV를 통해 연평도 포격 도발을 접한 기억이 난다. 겁을 집어 먹고 하한가 매도를 했는데 이 역시 큰 패착이었다. (주가는 다음날 곧바로 회복되었다..ㅠ)


    결국 20대 초반의 나이에는 꽤 큰 규모의 금액 손실을 감수해야 했다. 뼈아픈 레슨비를 제출한 셈이다. 사실 이것이 일종의 트라우마가 된 것인지 근 10년 동안 간간히 소액 투자만 하고 주식 투자 자체를 멀리 하려고 했다.


    절치부심으로 주식을 본격적으로 다시 시작하게 된 건 작년 12월. 몇 년 전 사두었던 아파트 분양권 때문에 여유 현금이 거의 없었는데, 작년 말 아파트에 입주하게 되면서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 계기였다. 주담대는 입주에 필요한 자금만큼만 대출받는 경우가 보통 이겠지만, 나는 분양권 매입 당시 기준의 상대적으로 높은 LTV 비율을 적용받아 최대한도 기준으로 자금을 확보해두었다. 연 3% 이하의 이자가 기회비용이라면 충분히 이를 만회하고 초과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에서는 레버리지(소위 '빚')를 두려워하면 돈을 벌기 힘들다는 게 개인적인 지론이다. 특히, 저금리를 이용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때 놓치지 않아야 한다. 신혼 초 다소 무리해서 분양권을 구입할 때도 그랬고, 주식 투자를 위한 자금을 마련하는 방식도 같은 믿음 때문이었다.


    또한 기업과 경제에 대한 이해도가 10년 전 철없는 대학생의 그것보다 훨씬 더 깊어졌다고 믿었다. 무엇보다 20대 초반의 무모한 혈기에 벗어나 좀 더 신중하게 투자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생긴 것 같다. (헤밍웨이는 세상의 가장 큰 오해 중 하나가 '사람들이 나이를 먹으면서 현명해진다고 여기는 것'이라 했다. 헴 선생 왈, 그들은 현명해진 것이 아니라 단지 신중해지는 것일 뿐이다. 'They do not grow wise. They grow careful.')





    작년 말이면 이미 코스피 지수가 신고점을 돌파했을 때여서 투자를 시작하기에 두려움이 따랐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여러 매체를 통해 분석을 해보았을 때, 코로나를 계기로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겪으며 체질이 개선되고, 수요가 빠른 속도로 회복되어 실적이 추가적으로 개선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아울러, 기존의 자동차, 조선, 철강 등 전통 산업부터 2차 전지, 반도체, 신재생에너지, 플랫폼 같은 성장 섹터까지, 고른 포트폴리오를 갖춰가는 한국 증시가 글로벌 시장에서 점점 매력도를 높여가는 것으로 느껴졌다.


    매크로 측면에서도 전 세계적으로 무제한적 유동성 풀기, 소위 양적완화의 여파가 계속되어 PER Multiple (주가수익배수) 등 높은 Valuation이 어느 정도는 정당화될 수 있다고 보았다. 특히 한국의 부동산 규제는 점점 심해지고, 결국 넘치는 돈은 어디론가 흘러 들어가야만 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곳이 증시일 확률이 높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개인 투자자들의 놀라울 정도의 매수세가 최근 한국 증시를 견인했다고 보아도 과언은 아니다.


■ '21.1분기 회고


    - (1월) 12월부터 보유한 반도체, 5G 소재주로 대부분의 수익을 냈다. 우주 산업, 소비재 등 단기 모멘텀을 노리는 전략도 유효했다. 결과는 10.1% (코스피 상승률 5.5% 대비 Alpha +4.6%p) 이익률 달성.


    - (2월) 월 초부터는 코로나 기저 효과로 강한 실적 모멘텀이 기대되는 경기 민감주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전환했다. 미국 국채 10년 물 금리가 2%에 근접하고 조기 금리인상, 테이퍼링(긴축)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더 이상 테마와 꿈을 먹고 자라는 종목은 밸류를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았다. 바야흐로, 유동성 장세에서 실적 장세로 접어드는 매크로의 큰 변곡 지점으로 본 것이다. 조정 국면으로 진입한 반도체 종목을 손절하기도 했지만 순환매 장세의 영향, 특히 보유 중인 해운주의 큰 폭의 상승에 힘입어 5.3% 이익률 달성했다. (코스피 상승률 1.2% 대비 Alpha +4.0%p)


    - (3월) 1,2월 수익을 바탕으로 운용 자금이 커지기도 했고, 금리 이슈에 따른 시장의 변동성이 너무 심해져서 주가가 조정받을 때마다 초조 해지는 스스로를 발견했다. 이것 때문에 회사에서도 업무 집중도가 떨어지는 게 싫었다. 결국, 연초부터 고민하며 미뤄 왔던 직접투자, 간접투자 병행 결했다. 3월 초 사모펀드에 투자금의 2/3 정도를 배분했다. 사실 자산운용사를 고르는 과정이 주식 종목 선정만큼이나 힘들었다. 오랜 고민 끝에 대표이사부터 주식 바닥에서 오랫동안 레코드를 쌓아오면서도, 최근 수석 운용역이 높은 수익률을 내어 이름값을 높인 자산운용사 한 곳을 선택했다.


    개인 투자는 경기민감주 위주의 포트 구성을 유지했고 몇 가지 악재성 뉴스로 주가가 조정받을 때가 있었는데, 기업 이익에 영향을 주지 않는 비펀더멘털 요소로 판단해 주식 레버리지를 일으켜 추가적으로 매입했다. 결과적으로 좋은 선택이었다. 3월 내내 지수가 횡보해 많은 이들이 힘들어했지만 개인적으로는 가장 큰 Alpha를 낸 달이었다. 이익률 10.5% (코스피 상승률 1.6% 대비 Alpha +8.8%). 사모펀드는 시장을 언더 해서 아쉬웠다. 그래도 한 달만에 펀드 판매사 연 수수료 1%를 만회하면서도 월 이자 비용 이상을 벌어왔으니 원망하지 않는다. (그래도 다음 달부터는 더 잘해주길..)





    계속 이렇게 이익을 내면 좋겠지만, 장기간의 휴식을 지나 초심자의 행운(그것도 무지 큰)이 나에게 다시 찾아온 것이라 생각한다. 솔직히 개인 투자는 2~3개 종목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High risk, High return 구조이다. 즉, 개별 종목이 타격을 받으면 이익률이 급격히 낮아져 시장 수익률을 크게 언더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몇몇 투자 Guru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나 역시 분산의 마법을 그닥 믿지는 않는 편이다. 그리고 내가 가입해둔 사모펀드가 다수의 종목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내 전체 포트폴리오가 일정 수준 분산이 되어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이유로 개인 투자 종목은 앞으로도 압축해서 운영해나갈 생각이다.


    4월은 1분기 어닝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개별 기업 주가의 등락이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컨센서스 이상의 어닝이 기대되는 저PER 경기민감주 위주로 포트를 유지할 계획이다. 개인적으로 코로나 보복 소비의 수혜주나, 철강, 운송 산업 등의 실적이 증명되면서 추가적으로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 '알쓸 직장인 재테크' 매거진에서는 투자에 도움될만한 경제 개념이나 지식을 공유하고자 한다. 나 역시 비전문가인지라 조심스럽지만, 바쁜 직장인으로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같은 눈높이에서 교감할 수 있는 소통의 채널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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