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유하는 직장인 Apr 11. 2021

월급은 오르는데 왜 더 가난해지는 거 같지?

- 직장인 자본주의 생존기 1화

    우리가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다는 말은 여기저기에서 지겹도록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숨을 쉬며 살아가면서도 산소의 존재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 것처럼, 자본주의가 진정으로 뜻하는 바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 이들은 많지 않을 것 같다. 나도 어느 날 문득 궁금해져서 네이버에서 ‘자본주의’를 검색해보니 다음과 같은 정의가 나온다. “자본이 지배하는 경제체제”, 이 간결하고도 명확한 정의는 나에게 왠지 모를 두려움을 느끼게 한다.


    

    자본주의의 사전적 의미야 어쨌든,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기본적으로 노동이라는 대가를 바탕으로 한 근로 소득(Labor income)으로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 '땀 흘려 번 노동의 대가'라는 낡은 레토릭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요즘 말로 ‘먹고사니즘’에 집중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먹고사니즘에 치여 사는 대다수 직장인들에게 결국 ‘부의 축적'에 대한 인식은 열심히 일을 해서 돈을 벌어들이고, 아껴서 소비를 하고, 남는 돈은 저축하는 것(일해서 돈 벌기 → 적당히 소비 → 저축)에 그칠지도 모른다.


    하지만 친절한 네이버 씨가 알려주듯 우리는 노동(Labor)이 지배하는 사회가 아닌, ‘자본(Capital)’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살고 있다는 것에 대해 늘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 출처 : 애니메이션 제작사 레드로버 제공


    최근 자본주의 세상에서 노동 주의자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소외감을 느끼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직장인들 사이에 재테크 열풍이 불고, 소위 '포모족'이라고 불리는 이들도 생겨나는 것이다. 심지어 사회 초년생들 사이에서도 이러한 움직임은 눈에 띄게 나타난다. '동학(東學)과 서학(西學)'을 통달하여 국내외 주식에 적극 투자하는가 하면 부동산 갭투자에 관심을 갖고, 코인 등 암호 화폐까지 손을 뻗는 등 다방면에서 활약하고 있는 것이다.




▶ 현금은 쓰레기다? : ‘72의 법칙’ 


    투자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라면, '72의 법칙(The Rule of 72)'을 한 번쯤은 들어 본 적이 있을 것 같다. 72 법칙은 특정한 이자율 또는 투자수익률을 적용했을 때 자산이 2배로 늘어나는 시간을 간단히 구하는 마법의 공식이다. 반대로 특정 기간에 자산이 2배로 늘어나게 하는 이자율/투자수익률이 얼마인지도 계산해낼 수 있다.


    무슨 말인지 조금 헷갈리는가? 자, 가상 세계의 한 은행원이 당신을 유혹한다. “OO은행에 저축하세요. 당신의 돈을 4년 내로 2배로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이자율이 대체 얼마이길래 저런 말을 할까? 72 법칙을 적용하면 쉽게 답을 찾을 수 있다. 바로 72를 4년으로 나누면 정답 ‘18%’(72/4)가 나온다. 즉, 당신에게 1년에 18%의 이자율을 적용해준다는 뜻이다. (안타깝지만 이런 은행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이번엔 꿈에서 워렌 버핏이 당신에게 찾아왔다. “제가 만든 펀드에 가입하시면 매년 +12% 수익을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저의 특기인 가치투자를 통해 원금이 금방 따블이 될 수 있죠~” 힘들게 모아 온 내 종잣돈이 두 배가 된다니 마음이 설레기 시작한다. 그런데 몇 년 뒤에 두 배 되는 걸까? Again, 72 법칙이 등장한다. 72를 12%로 나누면 목표 기간은 ‘6년’(72/12)이다. 

 

    통상 72 법칙은 은행에 돈을 예치하면 원금에 이자가 붙고, 늘어난 원금에 또다시 이자가 발생해 점점 더 돈이 불어나는 ‘복리(compound rate)’ 효과를 강조하기 위해 주로 사용되어 왔다. 하지만 고도성장 시기에 예금만 해도 은행에서 10%가 넘는 높은 이자를 주던 옛 시절과 달리, 많은 전문가들은 현재와 같은 저성장 환경에서는 저금리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낮은 이자율이 '뉴노멀'이 되어가는 시대에, 72 법칙에 근거해 은행 예금으로 복리 효과를 누리자고 주장하기는 더 이상 어렵다. 예컨대, 현재 기준(2021년 4월) 한국의 기준금리는 0.5%이다. 0.5% 기준으로 은행에 돈을 넣어 2배가 되기까지는 무려 139년을 기다려야 한다! 


    더군다나 시장에 더 많은 돈을 유통하여 소비를 활성화시키겠다는 정부와 중앙은행의 전략, 쉽게 말해 '돈 찍기'로 인해 매년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고 있는 것은 자본주의 생존법에서 대단히 중요한 체크 포인트이다. 어떤 이는 돈이 시장에 많이 풀리면 좋은 것 아니냐며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은 자고 있는 사이 우리 돈의 값어치, 즉 화폐가치가 하락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지갑에 있는 돈은 그 자체로 값어치가 있는 것이 아니라 물건과 교환하는 '상대적 가치'임을 명심하자!) 




    '분명 매년 월급은 조금씩이라도 오르는데 왜 더 가난해지는 거 같지?’ 


     2년째 연봉 동결의 쓴 맛을 봤던 회사원 A 씨는 올해는 기필코 연봉 인상 협상을 성공시키리라 마음먹는다. 힘들게 얻어 낸 인상률은 +4%. 연 4천만 원에서 4천2백만 원가량 되었으니, 이제는 좀 숨통이 트이려나 싶다. 하지만 더 생활이 팍팍한 것만 같은 느낌적 느낌은 무엇일까? 


    이유는 상승한 것이 A 씨의 월급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앞서 강조했듯,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은 재화의 가격이 올라가는 것을 의미하고, 반대로는 화폐의 가치가 하락하는 것을 말한다. 월급이 올라도 재화의 가격이 더 많이 오른다면 우리는 상대적으로 더 가난해졌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예컨대, 연봉이 +4%만큼 올랐어도, 인플레이션율이 +6%이라면 회사원 A 씨의 구매력은 -2%만큼이 줄어드는 것이다. 그럼 인플레이션이 우리 돈의 가치를 얼마나 빨리 하락시키는 지를 앞서 다룬 72의 법칙으로 가늠해볼 수 있을까? 정답은 Yes. 이자를 받아 돈이 늘어나는 것이나,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돈의 가치가 하락하는 것이나 방향의 문제일 뿐 72의 법칙이 적용되기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즉, 이자율 대신 인플레이션율을 대입하면 얼마의 기간 이후에 돈의 가치가 반으로 줄어드는지 계산할 수 있다는 뜻이다.


    자 그럼, 여기서 문제. 연 인플레이션율이 6%인 경우에는 장롱 안에 숨겨둔 돈의 가치가 몇 년 뒤에 절반이 되어버릴까? 단순한 공식을 잊지 말자, 답은 '12년'(72/6=12)이다. 예를 들어 2020년에 5만 원이란 돈의 가치로 탕수육 5그릇을 살 수 있었다면, 12년 뒤인 2032년에는 같은 5만 원이라도 절반인 2.5그릇 밖에 구입하지 못한다. 5만 원권 위의 신사임당과 화폐의 액면가는 그대로 일지 모르겠지만, 탕수육을 주문하는 우리는 사실 절반으로 가난 해진 것이다.



   그래서인지 과거 ‘연봉 1억’은 부의 상징이자 많은 직장인들의 선망의 대상이었지만, 오늘날에는 몇몇  대기업의 평균 연봉이 1억을 넘을 정도로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실제 한국경제 기사에 따르면 2020년도 억대 연봉자가 근로소득자의 4.4%인 85만 명을 초과했다고 한다. (출처 : '선택받은 4.4%, 억대 연봉자 5년 만에 33만 늘어 85만 명' –2020.12.29일) 이는 어쩌면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고소득의 슈퍼 샐러리맨이 엄청나게 늘어난 게 아니라, 인플레이션 환경에서 1억이라는 구매력(실질 임금)이 낮아져 흔하게 되어 버린 결과일 수도 있다.


    최근 몇 년간 미국의 양적 완화(Quantitative Easing)를 시작으로 각국 중앙은행들의 돈 찍기 신공으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더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런 시기에 우리 직장인들이 힘들게 일해서 모아 온 재산을 현금으로 가지고 있는 것은, 돈의 가치가 점점 하락하여 가만히 있어도 부가 잠식되어 가는 일과 같다.


    이러한 이유로 세계적으로 저명한 투자가 레이먼드 달리오는 주식, 부동산, 채권 등 투자 자산 형태가 아닌 현금으로 가지고 있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선택이라고 비판했고, 'CASH IS TRASH(현금은 쓰레기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그는 사실상 제로 금리의 환경에서 현금이 지니는 자산 매력도는 너무나 낮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말은 평범하게 살아가는 우리 직장인들에게 의미 있는 교훈을 준다. 착실히 벌고, 저축하여 돈을 모아 가는 것도 필요하지만 적절한 시점에 스스로 가치를 증식하는 자산을 매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저금리, 인플레이션의 시대에서 시간은 현금을 가진 사람의 편이 아니라 투자자의 편이기 때문이다. 


- 다음화에 이어서 (직장인 자본주의 생존기) - 


※ '직장인 자본주의 생존기' 이전 글


- 내가 주식을 다시 시작하게 된 이유

매거진의 이전글 내가 주식을 다시 시작하게 된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