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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유하는 직장인 May 01. 2021

공매도 재개해도 주식 시장 안 망하는 이유

공매도로 돈 좀 벌어보고 싶은 개미들을 위한 조언

    5월 3일, 약 14개월 만의 공매도 재개를 앞두고 국내 주식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실제로 4월 27일부터 30일까지 코스피지수가 4일 연속 하락하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만약 공매도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 없는 사람들이라면 마치 새로운 제도라도 생기는 줄 알 것이다. 하지만 공매도는 작년 초에 잠시 중단되었다가 코스피 상위 200, 코스닥 150 이상인 기업을 대상으로 ‘제한적 재개’되는 것뿐이다. 그런데도 왜 사람들은 불안에 떠는 것일까?


    우선 공매도가 중단된 이유부터 알아보자. 2020년 3월, 모두가 알고 있듯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전 세계 경기가 마비되고 2,200p 정도였던 코스피 주가 지수가 1,400p 초반까지 수직 낙하했다.  이 시기에 정부는 주가 지수의 추가적인 하락을 방지하기 위해 ‘공매도 금지’를 전격 시행했다. 공매도는 주가가 하락할 때 오히려 이익을 발생시키는 방식이기 때문에 이 같은 초유의 결정을 내렸을 것이다. 잠깐, 일반적으로 주식 투자는 주식을 싸게 사서 비싸게 팔아 수익을 내는 것이다. 그런데 주가가 떨어질 때 오히려 이익이 난다니, 어떻게 그게 가능할까?



공매도란 무엇일까


    언론에서 끊임없이 다루고, 개미들을 두려움에 떨게 하는 '공매도'가 무엇인지부터 살펴보자. 공매도의 '공(空)'은 비어있다, 즉 주식이 없다는 뜻이다. 주식이 없는데 매도를 할 수 있다니,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일까?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공매도 전략은 비록 주식은 없지만 증권사로부터 고평가 된 주식을 빌려서 판 뒤, 시간이 지난 후 떨어진 가격으로 주식을 사서 갚는 방식인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주식으로 생각하면 어려우니 우리 직장인들의 생활에서 가상의 예시를 들어보자.


    자, 여기 맥주 한 캔의 기쁨을 즐기는 직장인 김 씨가 있다. 매주 금요일 저녁이면 만 원짜리 고급 수입 맥주로 플렉스를 즐긴다. 그런데 독일에서 만들어 수입되는 이 맥주가 앞으로 국내에서 직접 생산할 수도 있다는 고급 정보를 듣는다. 국내에서 생산된다면 이 맥주가 절반인 5천 원 정도에 팔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이때 직장인 김 씨의 선택지는 3개 정도가 있을 것이다.  


A. 계속 맥주를 사 먹으며, 가격이 떨어지는 날을 기대한다. (평범한 직장인)

B. 지금 맥주를 많이 쟁여둔다. (굳이 왜 이런 선택을? : 흑우 직장인)

C. 어디선가 맥주를 빌려다가 현재 가격인 만 원에 판 후, 나중에 5천 원이 되면 맥주를 사서 되갚는다. (공매도 달인 직장인)


그럼, 생활의 공매도 달인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어보자.

저는 알고 지내는 마트 주인에게서 맥주를 100개 빌렸습니다. 한 캔에 만 원이니 100개면 100만 원이죠. 공짜로 빌릴 수는 없으니, 주인에게 10만 원의 이자를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즉, 저는 10만 원에 100개의 맥주를 먼저 갖게 된 것이죠.

그래서 어쨌냐고요? 저는 100개의 맥주를 지인들에게 시중 가격인 만 원에 팔아 총 100만 원의 매출을 얻었습니다. 시간이 지나자 제 예상대로 맥주는 5천 원이 되었지요!

맥주를 갚기로 한 날짜가 다가왔습니다. 저는 맥주를 팔았기 때문에 당연히 갚을 맥주가 없었죠. 하지만 걱정 마세요. 맥주를 다시 싸게 사면되니까요. 보세요, 이젠 시장에서 100개의 맥주를 50만 원에 살 수 있잖아요.

저는 그렇게 맥주를 구입해 주인에게 갚았습니다. 자, 이자인 10만 원을 빼고도 40만 원이라는 수익이 제 손에 들어온 거죠. 이게 바로 저만의 생활 속 공매도 전략이랄까요?


그럼 저도 공매도를 하면 돈을 벌 수 있나요?


    물론 현실 세계에서는 공간적 제약 때문에라도 위와 같이 실물 공매도 거래를 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휴대폰 속 가상(?)의 세계에서 빠르게 거래가 일어나는 주식 시장에서는 흔하게 벌어지는 일이다. 예를 들어, 당신이 공매도 투자자이고 삼성전자 주식이 1주일 안에 10% 이상 떨어질 것이라 확신한다고 가정하자. 비록 수중에 주식은 없지만 증권사로부터 주식을 빌린다. 빌린 주식을 현재 가격에 팔고, 미래에 하락한 가격으로 주식을 사서 다시 갚는다면 당신은 10%의 차익(이자 제외)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한국은 2021년 5월 3일에 공매도 재개를 앞두고 있다. 게다가 이번에는 개인 투자자들이 공매도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제도 역시 보완되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은 ‘어쩌면 나도 공매도로 돈을 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릴지도 모르겠다.


    그럼, 정말 개인이 공매도를 해서 돈 벌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온 것일까?




 안타깝지만 개인적인 의견으로 정답은 'Not really'이다. 


1. 예측 불가능성 (Unpredictability)


    첫 번째 이유는 주가가 오르는 것을 맞추는 것보다 떨어지는 것을 예측하는 것이 훨씬 어렵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주가는 시간이 지날수록 상승 곡선을 그리기 마련이다. 왜냐하면 기업은 시간이 지나면서 기술력과 생산성을 높이고 더 큰 가치를 창출해내기 때문이다. 그리고 주가는 이러한 기업의 이윤과 직결되어있다. 실제로 대한민국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는 과거에 비해 더 낮은 가격에 훨씬 좋은 성능의 스마트폰과 가전제품을 소비자에게 제공하고, 이를 통해 점점 많은 이윤을 내고 있지 않은가?


    아래는 2012년부터 현재까지 삼성전자의 월봉 차트이다. 물론 출렁임은 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상승하는 추세가 완연하다. 전체 기업을 대변하는 코스피 지수 역시 장기적으로 상승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물론 전염병 확산, 금융위기와 같은 악재가 등장하여 주가가 폭락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해에 경제는 성장하고 기업의 이익은 늘어나는데 주가가 떨어지는 것에 베팅하는 것이 유리할까, 오르는 것에 베팅하는 것이 좀 더 유리할까? 이에 대한 답은 독자에게 긴다.


* 네이버 증시 (삼성전자 월봉 차트, 2012년~2021.5월)


* 네이버 증시 (코스피 월봉 차트, 2012년~2021.5월)


  

2. 과다한 손실 가능성 (Big Loss)


  두 번째 이유는 공매도는 최대 손실 가능 금액이 이론적으로 무한대(∞)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주식을 매수할 때 최대 손실 가능 금액은 100%, 즉 상장폐지 등으로 원금을 모두 잃는 것이다. 반면, 공매도는 주가가 떨어질 때 돈을 벌기 때문에 최대 이익 금액은 100%, 손실은 무한대이다. 극단적인 예로, 공매도 전략으로 5만 원에 팔았던 주식이 갑자기 1억 원이 되었다고 해보자. 결론적으로 5만 원에 빌린 주식을 1억 원에 갚게 되는 꼴로, 무려 -200,000%의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전문 인력을 바탕으로 대규모 자본을 운영하는 유명 헤지펀드조차, 공매도(Short selling)로 무지막지한 손해를 겪는 경우는 꽤 흔하게 발생한다. 1994년 출범하여 3년 만에 30배 수익을 거두고, 미국 내 최대 펀드 자금을 운용하는 등 월스트리트를 대표하던 롱텀 캐피털 역시 공매도로 인해 파산했다. 생각해보자, 워런 버핏 등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투자자들은 저렴한 주식을 사서 높은 가격에 파는 전통적인 가치투자를 통해 부를 이뤘다. 그럼 혹시 공매도를 통해 대성한 투자자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영화 '빅쇼트'의 실제 주인공 마이클 버리 정도가 대중에 알려진 유일한 인물인 것 같다.)


    올해 초에도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게임스탑 대란'이 있었다. 미국의 오프라인 게임 소매점을 운영하는 기업인 게임스탑의 장래를 어둡게 본 헤지펀드들 대규모 공매도를 감행했으나, 미국의 소셜 커뮤니티인 레딧이 주축이 된 개미 군단들이 게임스탑의 주식을 대량 매수하면서 오히려 주가를 수십 배로 폭등시켰다. 주가 하락을 확신해왔던 헤지펀드들은 결국 패배를 인정하고 울며 겨자 먹기로 비싼 값에 주식을 되사서 갚아야 했다. 이를 '숏스퀴즈(Short Squeeze)'라고 하는데 헤지펀드의 역 매수세로 인해 주가는 더욱 오르고, 천문학적인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드라마틱한 상황 연출됐다. 이번 게임스탑 대첩(?)으로 인해 헤지펀드들이 잃은 '손실은 자그마치 약 80조 원(708억 달러)'이다! (출처: Losses on short positions in U.S. firms top $70 billion - Reuters, Jan. 28th, 2021)


* 공매도 세력에 비수를 꽂은 개미 군단 리더, 케이스 질(Keith Gill)





▶ 공매도 재개가 한국 증시에 미칠 영향?


    주식으로 돈 벌기가 '난이도 上'의 미션이라면, 공매도는 난이도 최상급의 미션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러한 이유로 개인적으로 공매도 재개가 한국 증시에 미칠 영향은 다소 제한적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실적이 부진하고 단기적으로 급등한 몇몇 기업(바이오제약 등)들은 공매도의 집중 타깃이 되어 위험할 수도 있겠지만, 이런 기업의 주가는 공매도가 없을지라도 눈치 빠른 시장 참여자들부터 주식을 팔기 시작하기 때문에 자연스레 하락 조정이 되기 마련이다. 특히나 이번 공매도 재개는 비교적 우량한 코스피 200, 코스닥 150 기업에 한정했기 때문에 더더욱 주가 지수 영향은 미미할 수도 있다. 더욱이, 경기 회복 국면으로 국내 기업의 수출과 이익이 늘어나고 있는 현시점에,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 세력은 그다지 위협으로 느껴지진 않는다.


    특히, 양호한 실적을 보이는 기업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가진 투자자들에게는 오히려 공매도 재개가 반가운 소식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국내 증시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심리와 매매동향에 큰 영향을 받는데, 이들 자금의 컴백이 오히려 호재일 수 있다는 뜻이다. 한국에 투자하는 외국계 헤지펀드는 대다수 '롱숏(Long-Short) 전략'을 구사한다. Short는 부실한 기업에 주가 하락을 베팅하는 것이고, Long은 주가 상승을 기대하고 매수한다는 뜻이다. (헤지펀드의 'Hedge'는 롱과 숏을 동시에 구사함으로써 위험을 회피한다는 의미이다) 공매도 금지 이후로 해외로 빠져나간 롱숏 헤지펀드가 다시 국내 증시에 활력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소소한 바람도 있다. 또한 막상 공매도가 재개된 이후, 투자자들의 막연한 불안감이 해소되면서 증시가 반등할 가능성도 있다. (물론, 늘 그랬듯 주식 시장은 막상 까 봐야 알 수 있다!)




     자, 공매도 재개를 앞두고 약간은 혼란스러울 우리 개미 투자자들에게 하고 싶은 조언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A. 공매도 재개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은 잠시 내려둘 것

     B. 공매도로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은 금물

     C. 외국인 투자자들의 Long position 대상인 좋은 기업을 매수해 기회로 활용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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