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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유하는 직장인 May 21. 2021

부자가 되려면 계속 직장에 다녀야 하는 이유

자본가로 성공하고 싶은 평범한 직장인들을 위한 팁

    오늘은 삼플전자의 연도 실적 발표날이다. 직장인 A 씨는 아침부터 설레는 마음으로 기사를 찾아본다. 사실 새로 출시한 가전제품이 불티나게 팔리면서 사상 최대 매출액을 갱신했고, 주가는 연일 상승하고 있다. 언론에서는 삼플전자의 '고스펙' 직원들과, 그들의 높은 생산성에 대해 보도한다. 자 그럼, 올 한 해 열심히 일한 직장인 A씨도 화끈한 연봉 인상을 기대해봐도 되는 것일까?


    슬프게도 현실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 노동생산성이 높아진다고 해서 직장인 A 씨의 임금이 이와 비례해 상승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직원들이 이전에 비해 양질의 제품을 생산, 판매하며 가치를 창출하게 되었으니, 임금도 비례해서 상승하는 게 당연한 일이 아니냐고 따지고 싶을 수도 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그 많던 수익은 다 어디로 갔단 말인가?




    2백만 부 이상의 판매부수를 올리며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 인기를 끈 토마스 피케티의 저서 <21세기 자본>에 바로 그 답이 나와 있다. 벽돌처럼 두껍고 무거운 이 책을 바쁜 직장인들이 독파하는 것은 분명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그 책이 담고 있는 주요 의미는 의외로 단순한 문장으로 요약해볼 수 있다.


    1. 역사적으로 자본의 수익률(임대료, 배당금, 이자, 자산 가치 상승 등)이 경제성장률에 비해 높다.
2. 노동생산성 증가율에 비해 가계 임금 상승률은 낮다.


    간단히 말해 일반 노동자들은 경제성장률에 비례한 임금 상승을 얻는 반면, 자본을 소유한 이들은 그들을 비웃듯 경제성장률을 초과하는 +α의 수익을 누리고 있다는 뜻이다. 이것이 바로 피케티가 자본 수익에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한 이유다.




    불과 한 세대 전인 1950~1970년대 시기를 다룬 우리나라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허름한 공장에 줄지어 앉아 재봉틀을 돌리는 노동자들의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금은 그때와는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많은 노동자들이 고성능의 기계와 첨단 시스템을 활용해 일을 하며, 더 나아가 반도체를 설계하거나 AI를 개발하는 등 고부가가치 산업에 종사하기도 한다. '노동생산성'(노동자들이 일정기간 생산하는 재화의 양과 질)은 당연히 과거보다 현재가 월등히 높다.


1973년도, 동대문 평화시장 봉제공장 안의 모습  (출처: KoreaFashionNews)


    하지만 역사적으로 노동자들의 임금은 노동생산성만큼 높아지지 않았다. 홍춘욱 박사의 책 <디플레 전쟁>에서는 이 사실을 정확한 수치로 보여준다. 미국의 노동생산성이 1953년 이후 3.8배 상승했으나 같은 기간 근로자들의 실질임금 상승은 2.5배에 그쳤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러한 현상은 시간이 지나며 더욱 심해지는데, 1980년 이후 노동생산성은 107% 상승했지만 근로자들의 실질임금은 40%만 인상되었다고 설명한다.


* <디플레 전쟁> - 홍춘욱


    위 그래프를 보면 시간이 지나며 가계소득이 증가하기는 하지만, 노동생산성에 비하면 기울기가 눈에 띄게 완만한 것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두 그래프의 차이인 초과 이윤은 어디로 갔겠는가? 그렇다. 결국 대부분은 기업을 소유한 자본가에게 귀속되는 것이다.




▶ 우리 직장인은 자본가가 될 수 없을까?


     대다수 직장인들은 고용 시장에서 노동에 대한 대가를 임금으로 지불받는 노동자이다. 그렇다면 노동자는 자본가가 될 수 없을까? 필자의 정답은 ‘될 수 있다.’이다. 자본 시장(Capital Market)이라고 불리는 주식, 채권, 부동산 시장에 참여한다면 우리 모두가 노동자이면서, 자본가로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저는 일이 바쁘기도 하고 자본에 대한 감각도 별로 없어서 그냥 저축이나 열심히 하려고요. 절약이야 말로 최고의 투자잖아요!”


    혹시 이렇게 생각하는 직장인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옆 자리에 앉은 김 대리와 최 과장은 '투잡'(노동자, 자본가)을 뛰면서 부의 격차를 벌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따라서 직장인들이 부를 축적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노동자이자 자본가가 되는 것이 유리하다. 아니, 부자가 되려면 반드시 그렇게 해야만 한다고 믿는다.


    자, 여기 '노동주의자' 직장인들에게 뼈 때리는 명언이 있다. “만일 잠자는 동안에도 돈이 들어오는 방법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당신은 죽을 때까지 일을 해야 한다.” 워런 버핏의 이 말은 노동 소득에만 의존하는 이들에 대한 신랄한 경고다. 이들은 대개 하루 24시간 중 실제로 근로를 하는 8~10시간만 돈을 번다. 그런데 워런 버핏은 우리가 화장실을 가거나 놀고 있을 때도, 그리고 심지어 잠을 잘 때도 돈이 생겨나는 방법을 찾으라고 역설한다. 말이야 쉽지, 그럼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것인가?


    쉽게 말하면 자본이 스스로 일을 하게 만들라는 뜻이다. 일정 시간 일을 하고 나머지 시간에 휴식을 취해야 하는 인간의 속성과 달리, 자본이라는 무형의 실체는 24시간, 365일 내내 일을 할 수 있다. 예컨대, 한 기업의 주식을 샀다고 가정하자. 기업의 공장과 근로자들은 우리가 직접 일하지 않는 동안에도 제품을 생산해내며 가치를 만들어 내는데, 주주로서 이익에 대한 지분을 점유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부동산을 소유해도 마찬가지이다. 부동산이라는 자산의 가치는 우리가 깨어 있는 시간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밤낮을 가리지 않고 매 순간 새롭게 평가받고 있다.


    상상해보라. 노동만을 하는 직장인들은 고된 일과를 마치고 잠이 들 때 고단한 하루가 끝났음에 안도하겠지만, 자본을 소유한 이들은 침대에 누우며 '자본'에게 야간 근무를 맡기며 흐뭇해한다. 말 그대로 자나 깨나 돈이 들어오는 구조라니, 얼마나 듬직한 일인가?






▶ '자본가'가 되려면 노동을 그만 둬야 할까?


    거대한 자본가들은 노동하지 않아도 자본이 그들 대신 일을 해주기 때문에 많은 돈을 버는데, 우리는 매일 뼈 빠지게 일을 하고 있으니 회사를 당장이라도 그만두고 싶은 회의감이 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타고난 '금수저'가 아닌 이상, 평범한 직장인들이 자본가가 되기 위해서는 노동에서 창출되는 근로소득이 오히려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물론, 아주 많은 자본이 축적된 이후에는 더 이상 노동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자본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안정적 현금흐름(Cash flow)과 자본조달(Capital finance)이 선결 조건이다. 쉽게 말해,  꾸준히 현금이 유입되어야 하고 ② 투자 자금을 빌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내용을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자.


    첫 번째, 직장인들은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가질 수 있다. 만약 당신이 직장에 다닌다면 매달 정기적으로 일정 금액이 계좌에 들어올 것이고, 이것을 바탕으로 꾸준하게 자본에 투자할 수 있다. 지속적인 자본 투자는 이전 글에서 설명한 '72의 법칙'과 같이 자산의 복리 효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예컨대, 종잣돈이 부족해 한꺼번에 많은 주식을 살 수 없을지라도 월급의 10%씩 꾸준히 사모은다면 시간이 지나며 자본이 점점 빠른 속도로 불어날 수 있다. 실제로 이러한 '적립식 투자' 방식으로 평범한 소시민에서 수십억 대 자산가가 된 일화가 언론에 소개되기도 했다. 반면, 아무리 높은 시급을 받을 수 있을지라도 단기 알바를 일하며 들쑥날쑥한 현금흐름을 갖게 된다면 안정적으로 자본에 투자하기 어렵다. 또한 투자를 하고 있다고 해도 당장의 현금이 부족하게 되어 원하지 않는 시점에 보유 주식을 처분해야 하는 상황을 맞기도 한다. 부동산 투자도 마찬가지이다. 대개는 소득과 원금/이자를 상환하는 고정적인 현금유출을 비교하여 투자를 하게 되는데, 소득이 일정하지 않을 경우 이러한 투자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


    두 번째, 직장인들은 '자본 조달'이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한마디로 쉽고 저렴하게 대출을 받아 투자를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직장인들은 금융권 신용 대출, 사내 대출 등을 통해 소속 없이 일하는 프리랜서 보다 자본 조달이 쉬울 것이다. 은행은 대출을 하는 사람(차주)이 안정적인 소득이 있는 직업을 가졌느냐에 따라 대출 규모와 이자율을 달리 적용한다. 예를 들어, 직장인 신용대출 가능 금액의 경우 연소득의 약 100~150% 내외로 형성되어있고, 조달 이자율 또한 직업과 소득, 그리고 개인 신용도와 연관되어 있다. 또한 사내 기금이 조성되어 있는 경우, 금융권의 부채 한도와 별개로 직장 내 대출이 가능해 추가적인 자금 확보를 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반대로 일정한 소득이 없는 무직자에게 돈을 한 푼이라도 빌려줄 곳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은행의 입장에서도 이자와 원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채무불이행(Default) 위험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도 결혼을 하면서 아파트를 구매할 때, 사내기금 대출이 있어 부족한 자금을 메울 수 있었다. 처음에는 매달 꽤 큰 이자를 감당해야 하는 것이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회사를 그만두지 않는 이상 다달이 찍히는 현금흐름 믿고 투자를 선택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지금도 대부분의 여유 자금을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현금은 아주 적게 갖고 있지만, 월말마다 안정적으로 들어오는 월급으로 카드값을 막을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기에 크게 불안하지 않다.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출근하고, 정해진 급여를 받는 월급쟁이 직장인으로 살아가는 것은 어쩌면 고단한 일이다. 하지만 이것이 '자본가'로 거듭나기 위한 필수적인 길이라고 생각하며 조금 더 힘을 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번 직장인 자본주의 생존기의 결론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A. 노동보다 자본의 힘이 더 강하다.

    B. 부를 축적하기 위해서는 자본 시장에 참여해 자본가가 되어야 한다.

    C. 자본가로 살아가려면 역설적으로 노동자로서의 지위가 중요하다.


※ '직장인 자본주의 생존기' 이전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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