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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유하는 직장인 Oct 24. 2021

직장인, 월급만 믿고 살면 절대로 안 된다?

월급은 오르는데 왜 더 가난해지는 것 같지?

    필자를 포함한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노동을 대가로 한 근로 소득(Labor income)으로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 하지만 월급만으로 살아가기에는 먹고사는 것이 전보다 더 팍팍해졌다. 천장 모르고 치솟는 집값에, 날마다 늘어나는 물가와 학원비까지. 외벌이로 아이들을 키울 수 있었던 것은 이제 옛말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최저 임금이나 급여도 조금이나마 오른다는 점이다. 특별한 상황이 아니라면 월급이 떨어지는 일은 드물기 때문에, 어쨌든 버티다 보면 이 팍팍함도 조금은 나아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회사원 A씨도 그렇다. 2년째 연봉 동결의 쓴 맛을 봤던 A 씨는 올해는 기필코 연봉 인상 협상을 성공시키리라 마음먹는다. 힘들게 얻어 낸 인상률은 +4%. 연 4천만 원에서 4천2백만 원가량 되었으니, 이제는 좀 숨통이 트이려나 싶다. 하지만 더 생활이 팍팍한 것만 같은 느낌 적 느낌은 무엇일까?  


▶ 현금은 쓰레기다? : ‘72의 법칙’ 


    그 이유를 알기 위해 우선 '72의 법칙(The Rule of 72)'부터 알아보자. 투자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라면 한 번쯤 들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72의 법칙은 복리를 전제로 기존 자산이 2배가 되는 데 걸리는 시간을 계산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도대체 왜 '72'의 법칙이냐고? 그건 72를 해당 수익률로 나누면 원금의 2배가 되는 기간의 근사치가 자동으로 산출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특정 기간에 자산이 2배로 늘어나게 하는 수익률이 얼마인지도 계산해낼 수 있다. 



    무슨 말인지 조금 헷갈리는가? 자, 가상 세계의 한 은행원이 당신을 유혹한다. “OO은행에 저축하세요. 당신의 돈을 4년 뒤 2배로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이자율이 대체 얼마이길래 저런 말을 할까? 72 법칙을 적용하면 쉽게 답을 찾을 수 있다. 바로 72를 4년으로 나누면 정답 ‘18%’(72/4)가 나온다. 즉, 당신에게 1년에 18%의 이자율을 적용해준다는 뜻이다. (안타깝지만 이런 은행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이번엔 꿈에서 워런 버핏이 당신에게 찾아왔다. “제가 만든 펀드에 가입하시면 매년 +12% 수익을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저의 특기인 가치투자를 통해 원금이 금방 따블이 될 수 있죠~” 힘들게 모아 온 내 종잣돈이 두 배가 된다니 마음이 설레기 시작한다. 그런데 몇 년 뒤에 두 배 되는 걸까? 다시 72 법칙이 등장한다. 72를 12%로 나누면 목표 기간은 ‘6년’(72/12)이다. 


    통상 72 법칙은 은행에 돈을 예치하면 원금에 이자가 붙고, 늘어난 원금에 또다시 이자가 발생해 점점 더 돈이 불어나는 ‘복리(compound rate)’ 효과를 강조하기 위해 주로 사용되어 왔다. 하지만 은행에서 10%가 넘는 높은 이자를 주던 고도성장 시기와 달리 낮은 이자율이 '뉴노멀'이 되어가고 있는 요즘, 72 법칙에 근거해 은행 예금으로 복리 효과를 누리자고 주장하기는 더 이상 어렵다. 예컨대, 현재 기준(2021년 4월) 한국의 기준금리는 0.5%이다. (0.5% 기준으로 은행에 돈을 넣어 2배가 되기까지는 무려 139년을 기다려야 한다!) 





    그렇다면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이 우리 돈의 가치를 얼마나 빨리 하락시키는지 72의 법칙으로 계산해볼 수도 있을까? 정답은 YES. 역 72의 법칙을 적용하면 된다. 역 72의 법칙이란 72의 법칙과는 반대로 내 자산의 가치가 1/2로 감소하는 시점을 계산하는 방식이다. 72의 법칙에서 수익률 대신 물가 상승률을 넣기만 하면 된다. 



    직장인 A 씨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현금을 가만히 내버려 둔다면 물가상승률에 영향을 받으므로 실질 구매력은 감소한다. 즉, 같은 돈으로 구매할 수 있는 물건의 양이 줄어든다는 뜻이다. 연 인플레이션율이 6%인 경우에는 자산의 가치가 몇 년 뒤에 반토막이 되어버릴까? 단순한 공식을 잊지 말자. 역 72의 법칙에 대입하자면 답은 '12년'(72÷6=12)이다. 


    예를 들어 2020년에 5만 원이란 돈의 가치로 탕수육 5그릇을 살 수 있었다면, 12년 뒤인 2032년에는 같은 5만 원이라도 절반인 2.5그릇 밖에 구입하지 못한다. 5만 원권 위의 신사임당과 화폐의 액면가는 그대로 일지 모르겠지만, 탕수육을 주문하는 우리는 사실 절반으로 가난 해진 것이다.




    

  


'분명 매년 월급은 오르는데 왜 더 가난해지는 것 같지?’ 


    회사원 A 씨의 고민에 대한 답 역시도 이제는 할 수 있다. 이유는 상승한 것이 A 씨의 월급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월급이 올라도 재화의 가격이 더 많이 오른다면 우리는 상대적으로 더 가난해졌다고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과거 ‘연봉 1억’은 부의 상징이자 많은 직장인들의 선망의 대상이었지만, 오늘날에는 몇몇 대기업의 평균 연봉이 1억을 넘을 정도로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실제 한국경제 기사에 따르면 2020년도 억대 연봉자가 근로소득자의 4.4%인 85만 명을 초과했다고 한다. (출처 : '선택받은 4.4%, 억대 연봉자 5년 만에 33만 늘어 85만 명' – 2020.12.29일) 이는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고소득의 슈퍼 샐러리맨이 엄청나게 늘어난 게 아니라, 인플레이션 환경에서 1억이라는 구매력(실질 임금)이 낮아져 흔하게 되어 버린 결과일 수도 있다.


    최근 몇 년간 미국의 양적 완화(Quantitative Easing)를 시작으로 각국 중앙은행들이 돈을 찍어내며 인플레이션이 더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생겨났다. 가만히만 있어도 자산의 가치가 점점 하락하여 우리의 부 또한 줄어드는 것이다. 이런 시기에 우리 직장인들이 힘들게 일해서 모아 온 재산을 현금으로 가지고 있는 것은 인플레이션이 우리의 자산을 잠식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이유로 세계적으로 저명한 투자가 레이먼드 달리오는 자산을 주식, 부동산, 채권 등 투자 자산 형태가 아닌 현금으로 가지고 있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선택이라고 비판했고, 'CASH IS TRASH(현금은 쓰레기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그는 사실상 제로 금리의 환경에서 현금이 지니는 자산 매력도가 너무나 낮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말은 평범하게 살아가는 우리 직장인들에게 의미 있는 교훈을 준다. 착실히 벌고, 저축하여 돈을 모아 가는 것도 필요하지만 적절한 시점에 스스로 가치를 증식하는 자산을 매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저금리, 인플레이션의 시대에서 시간은 현금을 가진 사람의 편이 아니라 바로 투자자의 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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