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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유하는 직장인 Oct 24. 2021

회사 때려치우고 장사하고 싶어질 때 생각해야 하는 것들

직장인의 기회비용과 합리적 선택

    '회사 때려치우고 장사나 해볼까?'


    소수의 운 좋은 이들을 제외하면, 직장인들은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해봤을 것 같다. 가게가 됐든 소규모의 회사든, 본인이 사장이 되면 스트레스도 적게 받고 지금보다 돈도 더 많이 벌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다.


    직장 생활 5년 차인 삼플전자의 장 대리도 이런 고민에 빠졌다. 힘든 취업준비 기간을 지나 주위의 부러움을 받으며 한껏 의기양양하게 삼플전자 취직에 성공한 장 대리이다. 하지만 반복되는 야근, 회식에 몸은 축나고, 월급이 잠시 머물다 사라지는 '텅장'을 보고 있자니 회사에 뼈를 묻는 것이 과연 맞는 것인지 의구심이 들기 시작한다. 가깝게 지냈던 회사 선배들이 하나둘씩 자기 살길을 찾아 떠나는 것을 보니 더욱더 마음이 심란하다.


'텅장'(텅 빈 통장) 인기 짤방


    그러던 어느 날, 장 대리는 퇴사 후 자신의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선배와 저녁 식사를 하게 됐다. '꼴랑 그 월급 때문에 기죽고 스트레스받고 살 필요 있냐? 자기 사업하면 훨씬 더 많이 벌 수 있는데 말이야.' 술잔을 기울이며 나눈 선배와의 대화는 장 대리의 마음에 불을 지핀다.


    그날 밤 잠자리에서 장 대리는 머릿속으로 이런저런 계산을 해본다. 지금까지 모아 놓은 돈과 퇴직금을 합치면 2억 원 남짓, 여기에 은행 대출을 조금 더해 작은 가게라도 차리면 선배 말대로 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한 달간의 고심 끝에 장 대리는 결국 사표를 던진다. 평소에도 직접 원두를 갈곤 하는 커피 마니아인 장 대리는 본인의 특기를 살려 작은 카페를 차리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회사 출근 마지막 날, 동료들은 마치 먼저 전역한 선임을 떠나보내는 것 마냥 부러워하는 눈빛을 보낸다. 마지막 퇴근길이 가볍다. 오래간만에 느껴보는 설렘과 흥분이다.


    그렇게 자신의 가게를 운영하게 된 장 대리, 아니 이젠 '장 사장님'이다. 평소에 친절이 몸에 배어 있는 장 사장의 바른 인성, 그리고 고급 원두로 만든 맛있는 커피 덕분인지 가게에 손님이 붐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시간을 보내다 보면 어느새 가게 마감 시간이다. 사람이 몰리는 토요일까지 일을 하며 보낸 지난 1년, 가게를 해서 벌어들인 연 수익을 따져본다.


    연매출 2억에서 가게 월세, 대출 이자, 알바생 급여, 재료비, 그리고 세금 등 총비용 1억 3천만 원을 제하니 본인에게 떨어지는 수익은 7천만 원이었다! 이전 직장에서 받던 세후 연봉이 약 5천만 원이었으니 사업을 하며 2천만 원만큼 더 벌어들인 것이다. 장 사장은 바쁘게 살아온 지난 1년을 떠올리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띤다. 그런데 잠깐, 장 사장의 생각대로 직장을 그만두고 커피숍을 차린 것이 정말 훌륭한 선택이었을까?






    경제학적 관점에서 보면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경제학원론에서 가장 기초적이고 중요한 개념으로 배우는 것이 바로 ‘기회비용(Opportunity cost)’이다. 기회비용이란 쉽게 말해 한 가지 선택을 함으로 인해 포기하게 되는 기회의 손실을 의미한다. 경제학에서 '좋은 선택'이란 기회비용보다 더 큰 이익을 주는 선택지를 고르는 것을 말한다. 반대로 기회비용이 더 큰 선택지라면, 경제학적으로 합리적인 판단이라 보기 어려운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유튜브 프리미엄 서비스는 한 달에 대략 만 원 정도를 지불하면 가입할 수 있다. 다들 알다시피, 유료 프리미엄 서비스의 가장 큰 장점은 광고를 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유튜브 프리미엄 서비스를 신청하는 선택의 기회비용은 (다른 곳에 사용할 수도 있는) 월 이용료 '만 원'이다. 반대로 서비스를 신청하지 않는 것의 기회비용은 '광고를 보는 시간'이다. 프리미엄 서비스는 학생보다는 직장인들이 주로 이용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유는 기회비용으로 접근해보면 간단히 알 수 있다.


    일정한 수입이 없는 학생들 같은 경우 매월 만 원의 돈이 부담스러워 중간에 광고를 보는 시간을 감수하면서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학생들에게는 '돈' 보다는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시간'이라는 기회비용이 더 작은 것이다. 반대로 바쁜 직장인들에게 통상 시간이라는 기회비용은 돈보다 크다. 예컨대 직장인 A의 월급을 시간당으로 환산해 보았을 때 3만 원이라고 가정해보자. 한 달 동안 유튜브를 이용하면서 광고를 보며 소비하는 시간의 합을 30분이라고 하면, 광고를 보는 기회비용은 1만 5천 원으로 환산해 볼 수 있다. 일을 하며 시간에 쫓기는 직장인들은 학생들에 비해 시간의 기회비용이 더 크기 때문에 차라리 유료 서비스를 선택하는 것이 '경제학적으로 합리적인 것'이다. (물론 개인 편차 등의 예외는 있다!)     



    자, 그렇다면 장 사장의 경우는 어떨까? 장 사장은 커피숍을 차리기 위해 은행에서 가게 보증금 '2억 원'을 대출받았다. 경제학적으로 합리적인 선택인지를 판단할 때 중요한 것은 표면적으로 발생하는 대출 이자뿐만 아니라, 2억 원을 가게 보증금으로 사용함으로써 하지 못한 일, 즉 '자본의 기회비용' 역시 따져봐야 하는 것이다.     


    작년 한 해 주식 시장이 10% 상승했다고 치자. 만약 장 대리가 회사를 계속 다니며 2억 원을 빌려 인덱스 펀드(시장의 수익률과 동행하는 펀드)에 투자했다면 2천만 원(이자 제외)을 벌어 들일 수 있었을 것이다. 이것을 바로 자본의 기회비용으로 봐야 하는 것이다. 또한 월부터 금요일까지 주 5일제로 회사를 다닐 때와는 다르게, 가게를 운영하기 위해 주말 중 하루는 출근을 했다. 한 주에 약 10시간 근무, 1년에 500시간을 더 일했다고 치면 시급 3만 원 기준 1,500만 원에 대한 기회비용을 고려해야 한다. 만약 그냥 회사를 다니며 주말에 알바를 했다면 그만큼의 추가 수입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2억 원에 대한 자본의 기회비용과 추가 근무 시간의 기회비용을 모두 따져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저는 사업에 관심 없는데요?"라고 생각하는 직장인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기회비용은 비단 사업을 할 때만 고려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직장 생활 속에도 기회비용을 따져야 할 것들은 수없이 많다. 만약 직장인 A 씨가 회사 근처의 집값이 부담되어 왕복 2시간 거리의 전세를 구했다고 가정해보자. 전세 금액에 대한 부담은 줄어들겠지만, 매일 2시간 통근하는 시간적인 기회비용(1년에 250일을 출근한다면 500시간, 꼬박 21일이다!)이 발생한다. 이 기회비용을 줄여 투자 공부를 하거나, 투잡을 뛰는 게 낫다고 판단하는 이들이라면 조금 더 비싸더라도 회사 근처에 거처를 구하는 선택을 할 것이다.




    자, 그럼 이제 정리를 해보자. 장 대리가 과거로 돌아간다면 경제학적인 선택은 회사를 다니는 것일까, 가게를 차리는 것일까? 기회비용을 따져보면 정답은 계속 회사를 다니는 것이다. 회사를 다니며 5천만 원의 근로 소득을 얻으면서 주식 투자 수익 2천만 원을 얻었다면 연간 수익은 7천만 원, 거기에다가 1천5백만 원의 부수입이(연간 500 시간) 더해져 8천5백만 원(명시적 비용 5천+암묵적 비용 3.5천) 임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회계적인 이윤’에 입각해 가게에서 벌어들인 수입 7천만 원과 근로 소득 5천만 원을 비교한다면, 장 대리가 회사를 그만두는 것이 맞는 선택 일수도 있다. 하지만, 기회비용을 감안한 경제학적 이윤을 고려했을 때는 회사에 남아 있는 것이 사업을 하는 것보다 더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것이다.


* 사업의 '경제학적 이윤'은 사업소득 7천 - (주식+알바 3.5천) = 3.5천만 원으로 줄어든다.


    이외에도 장 사장에게 눈에 보이지 않는 기회비용은 더 많을 수도 있다. 토요일에도 가게 일을 하면서 데이트를 하지 못해 연인과의 관계가 소원해지거나, 부모님과의 식사 시간도 오히려 줄어들었을 수도 있다. 또는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생활을 포기했을 수도 있다. 이러한 것들이 희생돼야 한다면 우리가 바라 왔던 행복과는 거리가 있을 수도 있다.





    드라마 미생의 명대사처럼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항상 가슴에 사직서를 품고 출근을 한다. 밀려드는 업무와 직장 내 대인관계 스트레스 때문에 지쳐, 한 번쯤 자신만의 사업을 꿈꾸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실제로 기존 직장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스타트업과 같이 새로운 도전에서 큰 성공을 이루는 이들도 많다.


   하지만 직장인으로서 살아갈지, 자신만의 사업을 할지와 같은 중대한 결정의 기로 앞에서는 반드시 다양한 기회비용을 따져보아야, 바람직하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모쪼록, 오늘도 아침 일찍 출근길에 오르는 우리 직장인들의 선택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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