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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나 Oct 09. 2023

빵기와 딱지

새 가족과의 만남

최근 혼자 있는 시간을 보내는 고통에 몸부림 치며 힘들어하는 빵기를 보고 마음에 큰 돌이 얹힌 것처럼 불안하고 걱정이 따라다녔다. 빵기 외에 다른 고양이를 입양한다면 여러가지 이유로 적어도 서너 살은 어린 아이를 데려오고 싶었다. 그런데 고작 4개월 보름 산 빵기가 저렇게 힘들어하니 어찌해야하나 싶었다.


빵기의 외로움과 적적함을 채워주기 위해 자동으로 움직이는 장난감을 3개나 구입하고, 먹이퍼즐도 마련해 주고, 고양이 티비도 매일 틀어주고 출근했다. 그런데 내가 혼자 살면서 그 어떤 물건도 내가 느끼는 적막함을 채워주지 못했던 것처럼 빵기도 그랬나 보다.


고양이 한 마리를 더 데려와 합사를 시킨다면, 빵기가 암컷이기 때문에 수컷을 데려오는 게 좋다고 해서 며칠 동안 수컷 고양이를 알아보았다. 이상하게 봐도봐도 마음에 와닿는 아이가 없다가 어느 날, '이 녀석이다!' 싶은 아이가 눈에 들어와서 퇴근을 하자마자 데려왔다. 이동장을 미리 챙기지 못해서 일회용 이동장을 이용했는데 걸을 때마다 2개월 갓 넘은 작은 아이가 이리저리 쏠릴까봐 집까지 먼 거리지만 바로 택시를 탔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8시 반쯤, '오늘은 문을 열어놓고 거실은 물론이고 이 방, 저 방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게 해놨으니 빵기가 오늘은 괜찮은 하루를 보냈겠지?'하고 현관에 들어섰는데...새로운 가족 고양이를 장에서 꺼내지도 못한 채, 나는 집부터 정리해야 했다. 거실, 주방, 작은 방 곳곳이 똥 오줌으로 엉망이 돼있었다. 이 날은 바닥에만 싼 게 아니라 소파 위에도, 이불에도, 벽지에도 똥 칠갑을 해놔서 닦고 세탁하느라 고생을 좀 했다.


'빵기 녀석이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으면 이렇게까지 불안정했을까.' 원래 화를 잘 안내는 성격이기도 하지만 너무 피곤해서 소리를 치거나 빵기를 데리고 알아듣지도 못할 일장연설을 할 기운조차 없었다. 빵기의 잘못도 아니었고.


새로 데려온 아이의 이름은 '딱지'라고 지었다. 아기 딱지는 적응 기간이 필요해서 2주 정도 후에 합사를 권한다고 했다. 그래서 바로 빵기랑 붙여놓지는 않고 나흘 간 안방에서 먹이고 재웠다. 적응도 잘하고 사람을 잘 따르는 애교쟁이였다. 너무 사랑스러워서 '언제나 빵기랑 딱지를 똑같이 사랑해야지'라는 생각이 머리 속에 가득 찼다.


빵기랑 휴일동안 시간을 충분히 보내니 빵기가 안정되고 편안해졌다. 고민을 하다 드디어! 합사를 시켰다. 두근두근...! 결과는 대성공! 싸우는 듯 때리는 듯 하더니 일방적으로 한쪽이 밀리는 것도 아니고 둘이 하루종일 붙어서 장난을 치고 물도 나란히 마시고 너무 잘 놀았다. 확실히 서로를 적대시하거나 싫어하지는 않는다는 게 느껴졌다. 같은 종이라서 그럴까? 아니면 암컷+수컷의 조합이라서 그런걸까? 빵기와 딱지가 털 색상은 다르지만 이목구비가 닮아서 그런가?


내가 설거지를 하든 세탁실에 가든 늘 징징징징 떼를 쓰던 빵기의 모습이 없어졌다! 딱지와 하루종일 실컷 놀고 물도 많이 마시고 쿨쿨 꿀잠을 자는 빵기. 아이들이 붙어서 데굴데굴 구르며 놀다가 자다가를 반복하는 모습을 보니 딱지를 데려오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딱지야 환영해.

나, 빵기, 딱지.

우리 셋. 건강하고 다정한 가족이 되자.

서로가 있어 외롭지도, 마음이 힘들지도 않은 따뜻한 가족.

끝까지 너희 옆에 언니가 함께 할게.


언니가 중년이 될 때까지 우리 참 오랜 시간을 보내게 되겠지?

지금도 이렇게 너희가 사랑스럽고 애틋한데 시간이 지나면 얼마나 더 애잔해질까?

오로지 내 꺼. 내 가족. 내가 책임질 생명.

그래서 어깨가 무겁기도 하지만 더 가까운 느낌이야.


언니가 좋은 사료, 깨끗한 물, 쾌적한 화장실, 재미난 장난감, 따뜻한 집을 마련해 줄테니

그리고 언제나 다정하고 일관되게 사랑해 줄테니

빵기랑 딱지는 건강하기만 해 줘.


사랑해. 내 고양이들아.


우리집 막내 딱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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