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후반부터 시작된 해외 근무로 나는 시집 가기전부터 부모님과 오랜 시간 떨어져 살았습니다.
덕분이랄까, 지난 10년간 부모님은 매년 해외 여행을 하며 사셨지만,
엄마는 나에게 늘 "언제쯤 우리는 헤어지지 않고 살수 있을까" 라고 푸념하듯,
공항에서 아쉬움을 남기며 헤어지고 했어요.
아직도 마음이 짠한....
어떤 날은 엄마가 이른 아침부터 "별일 없지" 하며 카톡을 보내옵니다.
안 좋은 꿈을 꾸었다고 해요.
악몽이라도 꾸면 눈 앞에 안 보이는 자식걱정에 밤새 다시 잠을 못 이루었다고....
밤새 연락하고 싶은 것을 혹시라도 잠을 깨울까
새벽까지 기다렸을 엄마의 마음에 내 눈가가 촉촉해집니다.
오늘 아이를 재우다가 늘 그렇듯 나도 잠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짧디 짧은 잠을 자는 중, 악몽을 꾸었습니다.
4살 아이의 학교 선생님과의 심각한 면담.
반 친구들이 아이와 모두 놀기 싫어한다며 대책을 찾아보자는 이야기가 오늘의 주제인 듯 합니다...
나는 침착히... 급한 마음을 가다듬고
구체적으로 어떤 일들이 일어났는지 어떤 상황이 있었는지 관찰한 내용,
그리고 제안하는 대안 및 대책 등을 듣고 싶어서
선생님이 설명을 하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한마디 한마디 다 곱씹어 듣고 싶은데 오늘따라 유난히 주변은 너무 시끄럽고,
선생님도 빙빙 돌려 본론으로 안 넘어가서 답답 짜증스러운 중에 잠에서 깨버렸어요.
안도의 한숨과 함께 잠에서 깼지만 기분이 영 좋지 않습니다.
아이가 내 꿈에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 인 듯 합니다.
그 동안 스윗한 남편 꿈, 회사 꿈, 지나간 악몽 같은 전남친꿈 등이 내 꿈의 주된 주제였습니다.
악몽이라도, 그냥 무시하고 그러려니 하며 지나칠 수 있었는데...
아이가 꿈에 나오는 것은 주제와 무관하게 나의 온 신경을 곤두서게 하는 느낌입니다.
부디 내 무의식이 제발 이 부분만은 건들여주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휴...
나 벌써 아이의 교육 문제 학교/친구 문제 고민할 나이가 되었나.
이렇게 걱정많은 성격에, 나중에 아이를 학교에 어떻게 보내고 시집은 어떻게 보낼런지.
이제 초등학교도 가지 않은 자식 학교 및 교육 걱정에 꿈을 꿀줄이야..
한숨만 나옵니다.
애꿎은 남편에게 괜시리 애한테 더 신경써서 잘 하라며 화를 내며 툴툴 거리고,
다시 아이 옆에서 잠을 청합니다.
챙겨야 할 내 새끼가 생긴 다는 것이란 이런 느낌이구나..
우리 힘으로 우리 마음대로 되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는 무기력함이 벌써부터 엄습합니다.
그저, 전능하신 신의 보호하심을 구해야 할 뿐입니다.
엄마로서 더 많이 사랑을 표현하고
아이의 모든 것을 인정하고 지지할 수 있도록
매일매일 기도를 쌓아가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