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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메리카노 Oct 11. 2020

놀이 후 정리는 도대체 언제 해야 하는가

하던 것은 치우고 다음 놀이로 vs.  다 놀고 정리하기  

요즘 우리 부부에게 큰 논쟁 거리가 된 주제가 하나 있었다. "아이의 놀이 후 정리는 언제 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로 남편과 나는 의견 차이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정리와 청결을 중시하는 깔끔이 아빠"와 "(다른 사람에게 피해 안주고, 비싼 대가를 치루지 않고, 위생상 큰 문제가 되지 않으면) 왠만하면 허용해주는 엄마" 사이의 갈등이었다. 깔끔이 아빠 덕분에 어린 딸은 외출 후에 알아서 스스로 손도 잘 닦고 청결에 있어서는 교육이 잘 되어 있어 편하다. 


여느 유아기 아이가 그러하듯, 아이는 여러가지 놀이 사이를 옮겨다니고 있었다. 블록 놀이를 하다가, 여러 도형 모양의 자석으로 집을 짓다가, 기차 놀이를 하다가... 아이와 함께 놀고 있던 아빠는 여느 때처럼 "한가지 놀이가 끝났으면 치우고 다른 놀이를 해야 해"라며 아이에게 놀이를 옮길 때마다 지겹도록 설명을 하곤 했다. 물론 아이는 결코 아빠의 말대로 하지 않는다. 인내심 깊은 남편은 언젠가는 들어주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는지 늘 한결같이 놀이 하나가 끝나면 정리를 하고 다음 놀이를 하라고 아이에게 주문했다. 반면, 엄마인 나는 어디서 주어 들은 고급 육아정보는 잡다하게 많이 있다보니 "다 놀고 나면 정리해야 한다"며 다 놀때까지 내버려두는 사람이다. (그리곤, 다 놀고 나면 같이 치우기도 피곤하기도 하고 어차피 내일 또 놀껀데 하고 그냥 내버려 두기도 한다는 함정이 있지만...)  


아빠가 놀이 중간중간 치우라고 말할 때마다, 나는 (그러면 안되는 것을 잘 알면서도) 옆에서 참견질을 하고야 만다... "지금 아이가 집중해서 잘 놀고 있자나, 상상력 확장에 방해되니까 자꾸 치우라고 하지 말으라"며 만류하곤 했다. 그러면, 남편은 "아이가 놀이 하나를 마쳤으면 정리하고 치우는 법을 알려줘야하는데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다"며 나를 탓하곤 했다. 그러면 흔들리는 갈대 같은 얕은 육아지식을 가진 나는 "내가 제대로 가르치지 않고 있는건가?"하며 결국 흐지부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끝이 나버렸다. 아이도 아마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하나 혼란스러웠을 것 같다. (미안...!)




여하튼, 나는 실천 유무를 떠나서 일단 육아 전문가의 제대로된 육아지침을 열심히 찾아보는 맘 중 하나이다. 실천은 못하더라도 적어도 무엇이 정답(?)인지 알고 조금씩 바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싶어서라고 할 수 있다.  일종의 KPI (key performance Index)처럼 육아에 있어서 성공을 무엇으로 정의할 것인가에 대해 어느 정도 기준을 갖고 싶었다. 시험에 임하는 자세로 일단 답을 찾아 나선다. 


특히 이 놀이 & 정리 문제에 있어서, 이렇게 매번 부딪히기보다 제대로 찾아보고 남편과 합의를 봐야 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이전에 어디선가 분명히 오은영샘이 이야기 해주신 기억이 있었는데... 책과 인터넷을 뒤적뒤적 거리다 보니 드디어 발견. 링크를 복사해서 증거를 남편에게 들이민다. 상황 종료. 하하하


"놀이 또한 그렇다. 놀이는 유아기 배움의 기본이다. 놀이로 관계를 배우고 학습도 한다. 놀이는 정해진 틀이 없으며 놀라운 상상으로 엄청나게 확장되기도 한다. 

그런데 부모가 자꾸 “다른 놀이 하려면 하던 것은 치우고 해야지”라고 하면 놀이를 이어갈 수 없다. 아이는 어질러져 있는 장난감을 보고 아까 하던 것이 생각 나 다시 이어가며 놀이를 확장해 가기도 한다. 한 가지 놀이를 한 후 정리를 하고 그 다음 것을 하려고 하면 놀이의 흐름이 끊길 수도 있다

사실 아이가 책을 읽기를 바라면서, 즐겁게 놀기를 바라면서 자꾸 정리를 강조하는 부모는 아이의 ‘교육 목표’보다는 그저 자기 마음 편한 것이 우선이라고 보아야 한다." 


- 오은영 선생님 인터뷰 - 


선생님의 말씀이 정말 맞다. 우리 아이만 봐도 블록 놀이와 인형놀이, 구슬놀이 등을 자주 아주 희한한 방법으로 연결시켜서 새로운 놀이를 만든다. 이런 것이 상상력? 하이브리드? 확장력이라고 할 수 있으려나? 이로써, 놀이 후 정리에 있어서, 우리 가정에 평화가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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