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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메리카노 Sep 07. 2020

올빼미 엄마의 넋두리 일기

엄빠는 왜 모두 아침형 인간이어야 하는가?

게으른 사람의 변명처럼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아무리 밤에 일찍 자도 아침에는 머리가 멍하고 밤에 더 머리가 잘 돌아가는 올빼미형 인간이다. 노력하면 아침형 인간이 될 수 있을까? 긴 시간 노력하고 습관이 되면 아마 내 머리도 적응을 해줄지도 모르겠다. 


누군가 나에게 엄마가 되고서 가장 힘든 점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주저없이 "아침" 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엄마가 될 예정이라면, 아침형인간이 될 각오를 단단히 하셔야 한다.  새벽 2-3시 쯤 나를 깨우는 신생아의 울음소리는 견딜만 했지만, 오히려 아침 7시면 규칙적으로 일어나서 놀자고 하는 아가의 해맑은 얼굴은 행복함 뒤로 엄마에게 힘든 시간 중의 하나였다. 그때를 돌아보자면, 불굴의 모성애로 눈을 부릅뜨고 아침 이유식을 해먹이고 매일의 루틴을 지겹도록 잘 해낸 내가 참 대견하다. 아이의 루틴을 내 생활패턴에 맞추어 늦게 일어나도록 조정해 볼까도 생각해보았었다. 아이러니 한 것은, 아이를 나같이 아침에 게으른(*) 올빼미형 인간으로 키우기는 싫었다. 게다가 밤에 일찍 자야지 키가 많이 큰다니, 내가 "당분간" 아침형인간으로 아이의 시간표에 맞추어 살아야 겠다고 생각했다.

*올빼미형 인간은 절대로 게으르지 않다. 아침은 늦게 시작하지만,  실제로는 주어진 시간 안에 엄청나게 많은 일들을 소화하고 있단 말이다!!! 


그렇게 "당분간"일줄 알았는데, 생각해보니 아이가 대학입학을 하기까지 앞으로 10여년은 아침형인간으로 살아야 한다는 "진리"를 최근에 깨달았다. 아이가 프리스쿨을 다니기 시작했는데, 출근시간보다 2시간은 빠른 등원시간에 이제서야 현실을 마주한 것이다. 부모님의 출근시간을 배려한 등원시간일테니 고맙지만....  회사도 지각할까봐 이른 아침 미팅은 가급적 안 잡고, (코로나 이전부터) 특별한 일이 없으면 재택근무를 늘상 해오던 게으른 엄마에게는 매일 아침에 큰 도전이었다. 나는 아이를 깨우고 입히고 씻기고, 남편은 (다행히 도시락은 아니다) 필요한 물, 간식 등을 싸고 간단한 아침(그래봤자 계란 후라이 하나)을 준비한다... 나도 아직 밥도 못 먹었는데... 내 엄마가 보고 싶어지는 순간이다.


어떤 주는 매번 늦다보니 선생님에게 연락이 왔다. 사실 초등학교도 중고등학교도 아니니, "늦으면 좀 어때 너무 무리 하지 말자"하며 등원시간에 대해 좀 마음을 편하게 먹은 것도 있었다... 선생님은 아침마다 아이가 일어나기 힘들어하는지, 무엇이 문제인지 도와주고 싶다고 했다. 멎쩍어서 여러가지 핑계를 댔지만, 사실 진실은... 


"선생님, 아이에게는 아무 문제가 없고요.... 제가 문제입니다" 


나도 한때는 아침형인간으로 산 적이 있었다. 나름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면서 매일 새벽예배의 봉사를 했었다. 매일 5시 반...  그렇게 일년을 했다. 물론 새벽예배 다녀와서 다시 잔 적이 아주 많다... 나에게 있어 아주 늦은 밤은 아침형 인간의 이른 아침 집중력과 효율이 나타나는 시간이었고, 나는 올빼미에서 아침형으로 바꾸는데 들어갈 노력을 다른 일들에 사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엄마가 되니, 내가 내 노력을 어디에 사용할지는 내 소관이 아니다. 아이의 등교시간과 도시락만큼은 협상 불가한 주제이니 말이다.  


엄마 노릇 앞으로 잘 할 수 있을까? 아침마다 이제 도시락 2개씩 싸는 고등학생이 되면, 나 정말 잘 할 수 있을까 요즘 정말 걱정스럽다. 나도 조금씩 노화가 되면서 아침 잠이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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