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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메리카노 Aug 30. 2020

미운 네살..독립과 의존 사이

엄마가 너를 이해하는 법

요즘 우리 아이는 소위 말하는 미운 네 살의 질풍노도의 시기를 지나는 중인 듯 하다. 심하게 중립성을 잃은 딸바보 엄마의 눈에는, 적어도 그녀는 지난 40여개월 간 지나치게 짜증스럽거나 서럽게 운 적이 거의 없는 순둥이였다. 그렇기에, 최근 몇주간 그녀의 짜증스러운 울음과 떼쓰기, 반항은 유난히도 내 마음을 지치게 했다. (물론, 코로나로 장기화된 재택근무의 영향도 한 몫 했겠지)

그 흔한 돌치레도 하지 않고 엄마를 크게 애먹인 적이 없었는데… 너에게 있어서만은 나름 주도면밀하고 배려심이 넘치다 못해 과도한 이 엄마가 미리 어떤 상황이 생길지 설명하고 협조를 구하면, 찰떡같이 알아듣고 협조하던 판단력과 눈치 백단의 똑똑이였자나..... 너에게 무슨 일이 생긴걸까.....?

요 몇주간 의미를 알 수 없는 반항과 떼부리기, 말대꾸 등은 이전과 차원이 다른 새로운 모습의 네가 나타났다는 증거임이 분명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밉상스러운 네 모습까지 나는 기꺼이 사랑하고, 옳고 그름을 가르치며 네 마음을 받아주리라." 수 없이 되뇌인다. 


내가 하고 싶은 육아..


미운 네살 엄마의 고민이 쌓여간다. 그 동안 육아 공부를 소홀해서 그럴지도 모른다며, “자존감 높은 아이로 키우는 애착육아” 란 책을 재독하기 시작했다. (다시 읽어봐도 느끼지만, 특정 한 챕터 전체가 완전히 수긍하기 어렵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강추하는 책은 아니다. 평점 3.5/5)

책을 잃으며 점검한다. 읽어재낀 수많은 육아서들의 깊이와 넓이만큼, 내 마음은 한 사람의 인격을 사랑하고 보듬기에 충분했던가 ? 지난 40여개월의 여정을 나는 어떻게 보냈던가? 그래… 나 정말 책에서 하라는 대로 뜨겁게 사랑하며 희생하며 키웠는데… 내가 편한 육아가 아닌, 너의 관점에서의 애착 육아를 하려고 정말 노력했는데 말이야.


딸아, 나는 엄마의 하나님이 부족한 엄마를 기다려주시고 아낌없이 사랑하셨듯이, 너를 그렇게 사랑하고 싶어. 네 필요가 잘 채워지고, 네 작은 몸짓과 순간의 울음에 담긴 네 의견이 충분히 존중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 옳고 그름을 너에게 가르치고 네가 이 험난한 세상 속에서 어려움을 헤쳐나갈 수 있는 힘을 가진 건강한 영혼으로 자라가도록 말이야. 


성장단계의 파도를 타는 법에 대해 배우려고 노력하자 (84p) 


불과 1-2년 전의 네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이가 나려고 하는걸까, 정신적으로 큰 성장의 과정을 지나는 중인 걸까? 아이는 때때로 돌발 행동을 하곤 했었다. 늘상 큰 대자로 누워 세상 평안한 통잠을 가족들에게 선물했던 네가, 어느 한 주일은 매일 새벽 2-3시 경에 갑자기 깨어나 온 집안의 불을 다 켜야 한다며 소리를 치더니, 밤새도록 실컷 놀다가 5시가 되서야 잠이 들기도 했다. 어떤 날은 엄빠가, 어떤 날은 할아버지가 너를 아기띠에 들쳐매고 추운 겨울 캄캄하고 적막한 동네를 수십바퀴 돌기도 했더랬다. 몇시간을 걸어도 너는 잠이 들지 않고 눈이 초롱초롱 밤 동네를 신기한 듯 구경했었다.

그 때의 너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분명히 낮에도 충분히 잘 놀고 밥도 잘 먹고 낮잠도 제시간에 적당하게 잘 잤고,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할 만한 이유가 보이지 않아 엄마는 괴로웠었다. 그럼에도 감사한 것은, 온 가족의 밤잠을 깨우는 불청객에게 가족 중 누구 하나 짜증내거나 화내며 자라고 강요하지 않고, 네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묻고 들어주고 설득하며 기다려주었다. 그 폭풍 같은 한주가 지나니 다시 너는 네 이전 모습 그대로 순둥순둥하게 돌아와 나를 안심시켜 주곤 했다. 이 엄마의 눈엔 이성적으로 측정가능한 무언가가 보이지 않지만, 분명 네가 또 한층 크게 성장했던 거였구나 싶었다. 그렇게 몇 차례의 파도를 우리는 함께 지냈다.

미운 네살의 파도도 곧 지나가려니... 훗날 후회없이 이 시간을 보내고 지금의 너를 이해하리라.  


그저 묵묵히 사랑과 인내를 계속해서 이 작은 떡잎에 부어주는 과정이려니…. 


미운 네 살....  독립과 의존 사이


자존감 높은 아이로 키우는 애착육아 P 84.

정상적인 성장 발달 선상에 있는 아이들은 “독립과 의존 사이”에서
두걸음 전진하면 한걸음 후퇴하면서 점차 독립을 향해 나아간다.
한동안 부모를 멀리했다가 다시 찰싹 달라붙는다.
 언제라도 아이를 맞이할 준비를 하자.
재 애착은 독립을 향해 가고 있는 아이의 정서 발달을 위해 필요하다.


지금 네가 지나는 이 시간을 엄마는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독립과 의존 사이” 이처럼 지금 이 시기를 잘 표현하는 말이 있을까? 이 단어를 보고 나니 조금 마음이 놓이기 시작했다. 혼자서 옷을 입겠다며 절대 오지도 보지도 말라고 홀로 방에 들어가 끙끙 대다가도, 제 발 밑에 떨어진 포크가 손에 안 닿는다며  저 멀리 있는 엄마에게 주어 달라는 네 심리가 이런 거였구나? 정말 원해서 그런것도 아니면서 괜히 떼부리며 반항하던 것도 엄마의 사랑을 확인하고 싶었던 거였구나? 괜히 화를 내고 짜증내다가도 시도때도 없이 사랑한다고 표현하는 지독한 애교도 애착 재충전을 위한 것이었나보다.


"언제든지 한 걸음 (두걸음이라도) 후퇴해서 엄마에게 돌아와, 언제라도 엄마는 너의 후퇴를 감싸안고 위로하는 안전 기지가 되어 줄께. 너의 정서적 재충전을 도와 다시 전진하고 독립해갈 수 있도록 도울께"  


네 정서적 재충전을 돕고 더 확실한 안전기지가 되어 주기 위해서 나는 오늘도 공부하고 노력한다. 엄빠의 무언가를 닮았겠지만, 어쨌튼 내가 아는 내 모습과 다른 너의 성향, 네 기질에 대해서 더 잘 이해하려고 늘 관찰하고 아빠와 대화를 하려고 한다. 딸의 성향 및 행동을 표현할 수 있는 단어들을 적어보고, 객관적인 관점에서 아이를 이해하려고 노력해오고 있었다. 늘 내 머릿 속은... 내가 무엇을 도와줄 수 있을까? 어떤 경험을 더 시켜주면 좋을까? 무엇에 대한 두려움이나 주저함이 있는 것일까....? 


누군가를 인격적으로 사랑하고 양육해내는 이 엄청난 과업을 나는 잘 해낼 수 있을까.

두려움이 앞서는 40개월의 기록을 남겨본다. 


<함께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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