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을 변화시킨 낯선 타인
대학 졸업을 앞둔 나는 방황했다. 취직할 능력도 자신도 전혀 없었지만, 그저 하루라도 빨리 취직해서 부모님에게 경제적 힘이 되고 싶었다. 뚜렷한 기준없이 이곳저곳 입사원서를 넣고 면접 보기를 반복했다. 취업에는 네트워킹이 중요하다던데, 어리숙한 나는 그저 가만히 그 자리에 계속 서 있을 뿐이었다.
그 때, 그 한 사람이 잠시 내 인생이 불쑥 나타났다. 생전 만나본적도 없고 이야기도 한번 해본 적 없는 그 언니. 나와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된 언니(A)의 친구(B)였다. 사실, 그 친구 언니(B)가 다니는 회사와 업계에 대해 나는 전혀 무지했지만, 부모님에게 체면을 세울만한 대충 적당한 곳이면 어디라도 좋았다.
"언니(A), 저 그 외국계 회사 000 포지션에 관심 있어요. 어떻게 하면 들어갈 수 있을까요?"
그 이후, 무엇에 이끌린 듯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영문이력서도 제대로 쓸 줄 모르는 내 이력서를 본 언니(A)는 "최근 이력이 가장 위로 오게 써야지" "이런 단어를 사용하는게 더 좋겠어" 하며 조언했다. 언니(B)는 생판 일면식이 없는 나를 사내직원 추천(Referral) 해주었다. 덕분에 인터뷰 기회를 얻었지만, 역시나 어리숙하고 준비되지 않은 나는 어리고 유약한 인상을 주고 말았다. 그 회사 내에서 인정 받고 있던 언니(B)는 회사 안의 결정권자들에게 나를 대변해주었다. 이런 저런 우려의 목소리에도 자신있게 내가 책임질테니 기회를 달라고 말이다.
그리고 나는 그 업계 최고의 외국계회사에 입사하게 되었다. 내 능력에 넘치는 과분한 곳이었다. 언니(B)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정말 열심히 일하고 공부했고. 다행히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해외경험이 거의 전무했던 나를 세계 무대로 이끌어내고 커리어우먼으로 성장할 기회를 준 반전 인생이 시작된 순간이다.
어느 날 갑자기 우리의 인생에 나타난 누군가의 도움의 손길이 우리 인생을 바꿀 수 있다. 이러한 기적을 경험한 사람은 우리도 다른 누군가에게 기적이 될 수 있음을 믿는다. 동일한 선순환을 만들기 위해 주변을 둘러보게 된다. 우리는 서로 도우며 그렇게 살아간다. 이런 일들에 논리적인 규칙이나 순서가 있어야 할 필요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