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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메리카노 Oct 22. 2019

실력보단 존재감 (presence) 전쟁

외국계회사에서 살아남기

3박 4일의 출장을 위해 자카르타 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웅웅 거리는 비행기 엔진 소음과 이방인들의 익숙치 않은 냄새가 코를 찔렀다. 혼자라서 가벼운 마음.

오늘부터 3-4일간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낼 생각에 설레다가도, 금새 사랑스런 딸을 가족들에게 맡기고 온 미안함과 무거움이 마음 속에 교차한다. 엄마의 출장은 늘 이렇게 시작된다.

이번 출장은 인도네시아 마켓에 새롭게 제품을 출시하기 위한 전략을 짜는 워크샵이다.

육아휴직에서 복귀한 지난 2-3년간, 될 수 있으면 출장을 가지 않는 방법을 선택해왔다. 운 좋게도 우리 회사는 이런 점에서 매우 관용적이다. 출장 대신 이메일이나 비디오회의로 참석하거나, 꼭 가야 한다면 야간비행도 마다하지 않고 끝나자마자 부리나케 돌아오곤 했다.
그렇게 2-3년 지속되다 보니 나와 관련 있는 일에도 가끔 나를 빼먹고 진행하거나, 은연 중에 나의 존재감 (presence)이 흔들린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제 실제로 공식적인 자리에서 얼굴을 들이밀고 네트워킹 하고 의견을 나누고 참여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위기감이 들었다.

외자회사의 해외지역 마케팅 업무란, 무언가 정해진 임무가 A-Z까지 정해진 것이 아니라 자신이 자기의 역할을 정의하고 만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누가 등 떠밀고 일일이 체크하지 않으니 자유로운 장점이 있다.

다만, 보스보다 더 중요한 것이, 조직 내의 연관부서의 리더 및 동료들(stakeholders)의 관점이다. 내가 적극적으로 그들과 “함께” 일을 찾고 “함께” 성과를 만들고 팀에 기여하지 않으면, 어느 순간 내 포지션에 대해서 누군가 의문을 제기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갸우뚱 할지도 모른다. 그러면서 운이 없다면, 다음 조직변경에서 내 포지션이 사라지기도 한다.

이 곳은, 진정 프로들의 세상이다.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닌, 스스로 네트워킹 하고 존재감을 나타내고 영향력을 미칠 영역을 찾아가는 그 과정이 중요한 것이다. 혼자 일을 잘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일 년전, 나를 아끼는 회사 내의 리더에게 나에 대한 피드백을 요청한 적이 있었다. 그동안 많은 리더들을 만나왔지만, 이 분은 단연 독보적인 완전 “서양 사람”의 관점을 가진 특별한 리더였다. 그의 피드백은 특별하고 새로웠다.

네가 너무나도 일을 잘하는 리더라는 것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어.
리더로서 앞으로 더 중요한 것은 존재감 (presence)을 나타내는 것이야.
조금씩 네가 존재감을 나타낼 스스로의 방식을 찾아가야 해

그 때는 순진하게도 지극히 한국인다운 근성주의 적 생각으로, 일만 잘하면 존재감은 당연히 자연스럽게 따라오리라 속으로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 세계는 특별했다.모두 다 평균 이상 일을 잘하고 똑똑하고, 그들의 청산유수 언변은 마치 그 사람 혼자 그 일을 다 한 것처럼 보이게도 만들었다.

 “어떻게 능력을 보여줄 것인가 (잭내셔)”이란 책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말의 내용은 실제로 중요하지 않다. 당신의 당당한 표정, 적당히 큰 목소리, 그리고 중심에 앉아서 여러번 대화에 참여하는 것이, 당신의 보이는 능력을 극대화 시켜준다. 실제 능력은 중요하지 않다.
직업의 영역에서는 겸손함은 피해야 한다. 이는 나중에 나타날 실패에 대한 방어이다.


그래서 나는 사실 꼭 내가 오지 않아도 되었을 이 워크샵을 여느때와 같이 마다하지 않고 날아왔다.

인도네시아 팀과 여러차례 전화회의를 통해 만나왔지만, 실제로 직접 만나는 것은 처음이다. 만남을 통해 나의 존재감을 더욱 드러내고, 우리의 팀웍을 더욱 찐하게 만들 것이다. 그 외에 참석하는 많은 글로벌, 리젼 리더들에게 최근 내가 집중하고 있는 프로젝트들을 소개하고 다른 연결고리를 만들어 갈 것이다.

내 안에 있는 나의 안전지대comfort zone를 거스르는 일은 언제나 쉽지 않다. 두배 세배의 의도적 노력이 필요하다. 일종의 <메타인지>이다.

굿 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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