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을 지켜야 할 우리의 사명
어린 시절 나는 유독 어리숙하고 순수했다. 아니, 순수하다 못해 바보같았다고 표현해도 좋을 듯 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쩌면 그렇게 바보같을 수 있을지 놀라울 정도다. 정말 나쁜 의도를 가진 사람들이 내 주변에 있었다면, 나는 수치심 가득한 인생을 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몇가지 에피소드가 기억난다. 불혹이 가까운 나이가 되어서야 그 상황들을 곰곰히 생각하고 따져본다. 잘못된 상황이란 확신이 서지 않던 무지함과 두려움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던 사건들, 결국 다 잊은 듯 했지만 내 마음 속에 상처가 되어 남아 있었다.
중학교 시절이었다. 학급 반장을 맡고 있었더랬다. 덩치가 산만하고 시커먼 얼굴을 한 도덕 선생님은 교실에서 서슴없이 성희롱 적인 발언을 했다. 왜 수업시간에 그런 이야기로 연결되었는지 모르겠지만, 내 가슴이 아스팔트에 껌딱지 같을 거라는 둥의 발언을 자주 했다. 기분이 좋지 않다고 느끼면서도 선생님은 다 옳지, 뭐라고 말할수도 없자나 하고 그냥 눈을 아래 깔고 책상만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20여년이 지나도록 그냥 잊자 하고 살다, 이제서야 분노와 수치심이 나를 괴롭게 했다.
두번째 기억나는 에피소드는, 이렇다. 고등학교 때 교제했던 나름 첫 사랑의 남자친구의 일이다. 그 당시 학교에서 소위 말하는 노는 친구들과 한때 우르르 몰려 다닌 적이 있었다. 그들은 나와 남자친구 단둘이 시간을 보내라고 자리를 만들었다. 천진난만한 나는 그게 나쁜 의도 였을 줄 전혀 몰랐다. (바보 아니냐고? 바보 맞다) 나를 참 아끼고 좋아해주었던 순수한 그 친구 덕분에(?) 나는 여전히 로맨틱한 사랑을 믿는 소녀로 남을 수 있었지만, 사실 만약 내 딸이 그런 상황에 처한다면 매우 위험한 순간이었다고 생각된다.
세번째 기억은 좀 심각하다. 중고등학생 시절 교회 수련회에서의 일이다. 대학생 언니오빠들이 선생님으로 수련회 전체의 이런 저런 행사를 진행하곤 했다. 레크레이션 시간, 팀 별로 작은 종이 위에 많은 사람이 올라가는 팀이 이기는 게임이었다. 작고 가벼운 나를 한 대학생 오빠가 목마를 태웠다. 근데 이 놈이 중심을 잡는 듯 하며 은근히 내 엉덩이를 엄청나게 쓰다듬어 대는 것이다. 하.... 그 순간 또 멍청한 나는 기억만 할 뿐, 불편한 상황을 만들어야 할지 어째야할지 몰라 그냥 잠자코 있을 뿐이었다. 다행히 보는 눈이 많아 오래 가지는 못했다. 그때도 그냥 그런 일이 누구에게나 있으려니 하며 잊어버리자 하고 잊었다. 이런 순간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나는 그저 무지한 어린 아이였을 뿐였다.
성(性)적으로 점차 문란해지고 험란한 세상,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상황이 문제가 있는 (또는 가능성이 있는) 상황인지, 그리고 이런 상황들을 어떻게 지혜롭게 대처해야할지 가르쳐야 한다. 아이들은 백지와 같다. 가르쳐주지 않으면 모르고, 반복하지 않으면 잊는다. 유튜브 등 미디어에서 흘러나오는 저질 컨텐츠들이 아이들의 깨끗한 도화지를 시커멓게 칠해지기 전에 좀 오버한다 싶을지라도 가르치고 또 가르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