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회사에 큰 조직 변경이 이루어졌다. 내가 일하는 포지션이 하루 아침에 사라지게 되었다. (position eliminated) 외국계 회사에서는 의례 있는 일이라 놀랍지도 않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가족들과 미국에 이제 막 리로케이션 되어 온 찰나였다. 새롭게 온 유럽계 보스는 자신이 믿는 특정 프로파일의 사람들로만 새로운 팀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그 분야에서 인정 받던 나를 위한 자리는 없다. 회사 안팍에서 새로운 잡을 찾고자 네트워킹을 총동원하고 이곳저곳 인터뷰를 본지 3개월이 지났다. 평소에 늘 귀찮게 전화를 해대던 헤드헌터에게 큰 맘먹고 도움을 청했건만 뜨뜨미지근하다. 이제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급해지고 잠이 오지 않는 날이 지속됬다...
나와 내 지인들의 이야기이다. 회사 내의 여러 변화를 거치며 어떤 이는 살아남고 어떤 이는 떠난다. 열심히 일하고 능력있고 없고와는 큰 관계없는 심리전이다. 비교적 고용의 안전성이 높은 한국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스토리일지도 모르겠다.
어떤 이는 "내가 죽는 것보다는 낫자나. 가족들이 곁에 있고 결국 잡을 잃더라도 다른 무엇이라도 할 수 있어" 라며 삼주간 가족들과 휴가를 떠났다 했다.
어떤 이는 아내와 조용히 산책을 하며, 최악의 시나리오에는 마지막 보루로 남겨둔 자산을 팔아, 자녀의 교육을 마치기로 합의한다.
나는 나와 내 아이가 죽었다 살아난 그 날을 떠올렸다. 그 때를 기억하면, 어떤 어려움의 순간에도 감사하고 불평하지 않을 수 있다. 짤리면 어디서든 다시 시작하면 된다.
예기치 않게 예정일보다 두달 앞서 찾아온 출산, 아이는 1.2키로의 연약한 육신이었다. 나는 출산 후 며칠을 사경을 헤맸다. 아무리 의학이 발전했고 인큐베이터가 잘 개발되었다 한들, 엄마 품을 대신할 만하겠는가. 기적과 같은 신의 은총으로 우리는 둘다 무탈하다. 아이가 정상궤도에 오르기까지 그 몇달간의 고통의 시간을 생각하면, 어떤 어려움도 힘들겠지만 담대히 맞설 준비가 되어 있다. 그때 혹시라도 무언가 잘못 되었다면, 지금 우리는 매우 다른 모습 일 것이다.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잡을 잃는 것보다 더 큰 생명의 문제가 해결되었다.
인생을 살면서 새롭게 태어나는 경험을 했다면 그것은 우리를 어떤 순간에도 불평불만에서 건져줄 훌륭한 핑계가 될 것이다. 죽을 뻔한 그 고비를 넘어가는 일은 고통스럽고 처절하지만, 그 아픔의 시기를 절절히 감내하고 신의 축복으로 (만약 당신이 신의 존재를 믿지 않는다면, 운 좋게) 우리는 지금을 살고 있다.
눈 앞의 큰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각자의 스토리와 방법이 있으리라. 숨쉬는 것마저도 기적의 순간, 어떤 어려움에도 절대 포기하지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