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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메리카노 Nov 17. 2019

구조조정에 대처하는 자세

어느 날 갑자기 회사에 큰 조직 변경이 이루어졌다. 내가 일하는 포지션이 하루 아침에 사라지게 되었다. (position eliminated) 외국계 회사에서는 의례 있는 일이라 놀랍지도 않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가족들과 미국에 이제 막 리로케이션 되어 온 찰나였다. 새롭게 온 유럽계 보스는 자신이 믿는 특정 프로파일의 사람들로만 새로운 팀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그 분야에서 인정 받던 나를 위한 자리는 없다. 회사 안팍에서 새로운 잡을 찾고자 네트워킹을 총동원하고 이곳저곳 인터뷰를 본지 3개월이 지났다. 평소에 늘 귀찮게 전화를 해대던 헤드헌터에게 큰 맘먹고 도움을 청했건만 뜨뜨미지근하다. 이제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급해지고 잠이 오지 않는 날이 지속됬다...

나와 내 지인들의 이야기이다. 회사 내의 여러 변화를 거치며 어떤 이는 살아남고 어떤 이는 떠난다. 열심히 일하고 능력있고 없고와는  관계없는 심리전이다. 비교적 고용의 안전성이 높은 한국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스토리일지도 모르겠다.


어떤 이는 "내가 죽는 것보다는 낫자나. 가족들이 곁에 있고 결국 잡을 잃더라도 다른 무엇이라도 할 수 있어" 라며 삼주간 가족들과 휴가를 떠났다 했다.

어떤 이는 아내와 조용히 산책을 하며, 최악의 시나리오에는 마지막 보루로 남겨둔 자산을 팔아, 자녀의 교육을 마치기로 합의한다.

나는 나와 내 아이가 죽었다 살아난 그 날을 떠올렸다. 그 때를 기억하면, 어떤 어려움의 순간에도 감사하고 불평하지 않을 수 있다. 짤리면 어디서든 다시 시작하면 된다.

예기치 않게 예정일보다 두달 앞서 찾아온 출산, 아이는 1.2키로의 연약한 육신이었다. 나는 출산 후 며칠을 사경을 헤맸다. 아무리 의학이 발전했고 인큐베이터가 잘 개발되었다 한들, 엄마 품을 대신할 만하겠는가. 기적과 같은 신의 은총으로 우리는 둘다 무탈하다. 아이가 정상궤도에 오르기까지 그 몇달간의 고통의 시간을 생각하면, 어떤 어려움도 힘들겠지만 담대히 맞설 준비가 되어 있다. 그때 혹시라도 무언가 잘못 되었다면, 지금 우리는 매우 다른 모습 일 것이다.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잡을 잃는 것보다 더 큰 생명의 문제가 해결되었다.



인생을 살면서 새롭게 태어나는 경험을 했다면 그것은 우리를 어떤 순간에도 불평불만에서 건져줄 훌륭한 핑계가 될 것이다. 죽을 뻔한 그 고비를 넘어가는 일은 고통스럽고 처절하지만, 그 아픔의 시기를 절절히 감내하고 신의 축복으로 (만약 당신이 신의 존재를 믿지 않는다면, 운 좋게) 우리는 지금을 살고 있다.

눈 앞의 큰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각자의 스토리와 방법이 있으리라. 숨쉬는 것마저도 기적의 순간, 어떤 어려움에도 절대 포기하지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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