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졸업 후, 바로 사회 생활을 시작하면서 이런 고민이 들었다.
"애 낳고 회사 갈까? 경력 먼저 쌓고 애를 낳아야 할까?"
나에게 선택권이 있다면 나는 결혼을 먼저 하고 출산도 하고 사회 생활을 시작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었던 사람 중의 하나였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내가 사회생활을 시작할 그 시점에 교제했던 남자와 나는 결혼의 확신이 전혀 없었고, 자연스럽게 나는 경력을 먼저 쌓고 “디렉터” 포지션을 일찍이 단 후 출산을 하는 루트를 밟게 되었다.
뒤돌아 보니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찍 시작한 덕분에 나이 어린 상사들과 불편하게 일할 상황도 없었고, 젊을 때 밤낮없이 일에 온전히 집중해 성과를 극대화 할 수 있었다. 어느 정도 쌓여진 경력과 능숙함, 적당히 높은 직급 덕분에 임신 중의 회사 생활도 비교적 자유롭게 보낼 수 있었다.
1년의 출산 휴가 후 회사로 복귀하는 자세 역시 좀더 편안했던 것 같다. 적당히 높은 직급의 숙력된 30대 애엄마의 성숙함은, 지난 10여년간 회사 내에서 보고 들은 워킹맘들의 무용담을 자기 것으로 소화하기에 충분한 그릇이 되어 있었다. 상사나 인사부에, 미안한듯 당당하게 내 권리를 주장하고 밀고 당기는 협상도 가능했다. 출산 전, 내 일과 경력, 사회적 위치 등이 나의 삶의 일부(또는 전부)가 되어 오랜 시간을 보내왔기에, 관성의 법칙처럼 그저 나는 내 자리로 돌아가고자 했다. 처음부터 경력단절 등의 옵션은 옵션이 되지 못했다.
큰 단점이 몇가지 있다. 스트레스와 난이도 있는 리더의 업무를 병행하며 30대 초반의 결코 이르지 않은 출산은 결국 엄마의 체력과 안전하고 건강한 출산에 결국 큰 부담을 줄 수 있다. 둘째 아이의 출산까지 고려한다면 고령 출산이 될 가능성이 아주 높아진다. 육아는 체력전인데, 30대는 역시 힘에 부친다.
일하는 엄마는 자라가는 아이의 시간에 맞추어 평생 이런 고민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걸테다. 그것이 어떤 이에게는 행복이고 어떤 이에게는 나를 잃어가는 슬픔일지도 모르겠다. 내 눈 앞의 건강한 아이, 출산 시 잘못 될 수도 있었고 안좋은 일이 생길 수도 있었지만, 신의 은총으로 건강히 내 앞에 있는 이 연약한 존재만으로도 감사하고 행복할 수 있는 세상의 모든 엄마가 되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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