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세 딸 아이를 둔 15년차 직장인 엄마입니다. 한 때는 현모양처가 되어 대가족을 이루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는데, 내가 몰랐던 나의 진짜 모습은 생각보다 훨씬 일을 사랑하는 워커홀릭이었습니다.
눈코뜰새 없이 끝도 없이 달리고 달리던 나에게 그렇게도 간절히 기다리고 기다리던 선물이 찾아왔습니다. 남들보다 짧은 8개월의 임신, 그리고 1년의 육아 휴직 기간 동안, 나는 내가 그렇게도 사랑했던 일과 경력개발의 많은 부분을 포기해야 했습니다. 내가 지원하기만 하면 합격했을 승진 기회가 찾아왔지만 임신 중 유난히도 버거웠던 체력과 다가올 육아휴직을 고려해 결국 기회를 포기하기로 했습니다. 입사 이래 줄곧 동경해 왔던 회사 내 글로벌 사회공헌프로그램에 운좋게 뽑혔지만, 어렵게 세상에 나와 엄마를 누구보다 필요로 하는 어린 딸을 두고 아프리카 오지에서 혼자 버틸 용기가 없어 기회를 포기해야만 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회는 없습니다. 달콤하고 행복한 희생입니다. 딸아이는 나의 모든 것을 주어도 아깝지 않을 최고의 선물이니까요. 1년의 육아휴직 기간 동안 아이를 향한 사랑은 너무나도 깊어 졌고, 그녀와 보내는 시간을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해, 내가 사랑하는 회사일도 더 효율적으로 더 잘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 하고 있습니다.
언젠가의 꿈처럼, 신이 허락한다면 둘째 아이를 갖고 싶다고 생각해왔습니다. 첫째 출산의 경험과 현재의 나이를 고려하면, 나는 고위험 산모이니 망설여지기도 합니다. 나를 망설이게 하는 것 중 하나는 타이밍입니다. 계획한 대로 다 되지는 않지만, 그래도 계획은 필요하니까요.
출산휴가를 마치고 이제 복귀 3년 차입니다. 출산 휴가 기간 동안 여러번의 인터뷰를 거쳐, 나는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었습니다. 새로운 나라, 포지션, 새로운 조직으로 복귀하게 되었고, 워킹맘으로서의 내 커리어에 새로운 챕터가 시작 된 것이지요. 점점 독립적이고 건강하게 자라가는 딸아이와 함께, 성장해가는 커리어와 성과들을 보며 기쁘고 자랑스럽기만 합니다.
내가 지금 임신하고 출산휴가를 간다 한들 회사의 누구 하나 눈치주고 막을 사람은 없습니다. 다만, 나는 내 스스로 지금 다시 임신과 출산을 하게 된다면, 나는 그 후 어떤 포지션으로 어떻게 가야 하지 라는 불확실성이 나를 망설이게 할 뿐입니다. 지난 2년, 누구보다 불철주야 열심히 일하고 나를 단련하여, 그동안 목표했왔던 포지션에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는 중이었는데… 아무리 짧은 출산 휴가라도, 한번의 공백은 마치 모든 것을 원점으로 리셋하는 느낌이자나요?
조금 더 늦추어 목표했던 포지션을 겟한 후에 둘째 아이를 도전해 볼까도 생각해보았습니다. 그러기엔 내 나이가 너무 어리지 않은 것 같아 걱정스럽네요. 이런 저런 핑계와 걱정들 앞에 답을 찾지 못해 헤매이는 워킹맘의 넋두리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