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마주친 사람에게 돈 빌려주고 생긴 일

by 아메리카노

출근하는 길이었습니다.
한 젊은 청년이 다급한 표정으로

길목에 들어서더군요.

성큼성큼 나에게 다가와 emergency 라며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자신이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 주민이라며,

처음으로 그랩을 탔는데

택시비를 현금으로 내야 하는지 몰랐다고

구구절절 설명을 했습니다.

돈을 빌려달라는 부탁이었습니다.

우리 돈 만원 정도의 액수였어요.
마침 지갑을 열어보니

평소에 잘 안들고 다니는 현금이

오늘따라 있었습니다.


여러 생각이 머리속에 교차하더군요.

이 사람이 나에게 사기치는 것은 아니겠지.
나도 가끔 도움이 필요한 그런 날이 있으니까.

내가 없는 상황에 아이가 도움이 필요할

누군가 선뜻 대신

아이에게 도움을 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에게 돈을 건냈습니다.

그는 돈을 갚으러 오겠다며

내 주소를 받아 적어 가지고 갔고요.

그리고 하루종일 궁금했습니다.

생각해보니 아파트 단지 내 택시 내리는 곳은

그 방향도 아니었고

세워져있는 택시도 보지 못했으니까요.

남편은 그냥 마음 쓰지 말고

버렸다고 생각하라며 잊으라 했습니다.
그 사람이 돈을 갚으러 왔으려나?

안 갚으면 어떻게 잡지? 별 생각이 다 들더군요.

돈이 아까운 것도 있었지만

선한 세상에 대한 믿음의 배신감이

같아서 마음이 쓰였습니다.

다음에 정말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을 주게 같아서 싫어거든요

그리고 이틀 후 남편에게 카톡이 왔어요.

그 사람이 집에 찾아와 돈을 주고 갔다고요.
오 아직 살만한 세상이네 하며

기분이 좋아지던 찰나,

더 기분이 좋아질 말을 들어 설레였네요.

남편 왈: 그 남자, 엄청 젊어보이던데? 자기한테 관심 있다고 작업 걸려고 돈 빌려달라고 한거 아니야?


네, 나름 파란 눈의 반짝거리는 (금발은 아니지만 멋진 브라운) 머리칼을 가진 건장한 청년이 말을 건 것은 맞습니다.

출근길 부스스한 이 통통한 아줌마에게

설마 작업을요?

하하하하하하하


남편의 질투어린 경계심이

왠지 기분 좋아졌던 하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