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잠든 캄캄한 밤. 엄마의 눈은 흐리멍텅 머리속은 멍해집니다. 하루종일 이 조용한 시간만을 고대해왔건만, 야속하게도 무엇을 할까 망설이는 사이 허무하게 시간은 흘러만 갑니다. 육아 중인 엄마라면 누구나 아기가 잠든 시간 이런 기분을 느껴보았을 것 같아요.
우리가 사는 이 곳 싱가포르는 현재 circuit breaker 중으로, 삶에 꼭 필요한 사업장 (슈퍼마켓, 음식점 등) 이외에는 모두 문을 닫았습니다. 회사도 재택근무를 시작한지 몇달째 되어갑니다. 아이의 학교는 2주전부터 돌연 홈스쿨링을 시작했구요.
이른아침부터 시작되는 회의와 몰아치는 일들로 머리 속이 복잡합니다. 아이는 아침부터 놀자고 나를 기다리고 있고요. 회의 중간 중간 들어와 내 상사와 회사 동료들에게 인사 하는 일은 이제 매일의 일상이 되었네요. 쩝.. 2-3시간 빡세게 회의와 일을 몰아서 해내고, 아이와 눈을 맞추며 즐겁게 놀아줍니다. 그 사이 아빠가 일을 하러 갑니다. 그리고 엄마가 다시 방에 들어가 일을 하고, 다시 나와서 아이와 놀아주고 식사를 챙겨주고.... 내 배고픔은 돌아볼 틈도 없어집니다. 여력이 없을 땐 매일 배달 음식이네요. 이렇게 매일매일을 보내다 보니 너무 지쳐버린 듯 해요. 재택근무하면 땡땡이라도 좀 치고 드러누워 잠도 자고 해야 하는데, 육아와 재택근무 병행이란 왠 말입니까.
아이가 잠들고 캄캄한 어둠 속에 나는 홀로 책상 앛에 앉습니다. 무엇을 하려고 왔지? 하고 싶은건 많지.... 글도 쓰고 싶고, 책도 쓰고 싶고, 기도도 하고 싶고, 밀린 중국어 공부도 하고 싶고, 투자 공부도 더 하고 싶고........ 그런데 나 왜이렇게 멍.......... 그냥 좀 쉬고 싶다. 누워서 그렇게 유튜브나 sns 질이나 하며 이 황금시간을 보내긴 아깝지 않아..? 그래도 그냥 아무 생각도 안하고 수동적여지고 싶다고 생각하며 멍... 해질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