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의 말 한마디에 일희일비하지 않기로 했건만, 여전히 가끔 (아니 많이?) 휘둘린다. 다행이 나의 프랑스인 보스와 나는 케미가 아주 잘 맞는 터라, 서로 두터운 인연을 끊지 못하고 3년 이상 함께 일해오는 중이다.
나의 보스는 하여간 나를 귀찮게 안하고 나를 잘 믿고 기다려주고, 오히려 내가 쫓아다니며 해라 해라 잔소리 해야하는 편이다.... 가끔 뭘 나에게 시킬 때도 너무 설명이 짧아 진심 내가 다 알아서 해야하는 것이 대략 난감한 큰 함정이지만, 척하면 척 알아듣는 무시할 수 없는 연륜 덕분에 보스님 맘에 딱 드는 성과를 내주며 어찌어찌 잘 살아남고 있다. 언제든지 잡이 없어지고 짤릴 수도 있는 이 험한 외국계 회사에서 여하튼 잘 버티며 몸값을 올리며 살고 있으니, 일잘러라고 해두자.
여튼 본론으로 돌아가면, 보스가 갑자기 사내 메신저로 "그레이드 (직급)가 000야? 아니면 111(하나 위의 그레이드) 이야?" 하고 질문한다. 속으로 나는 올것이 왔군. 했다.
나는 000였고 111로 갈 순번이기도 하고 내가 하는 일들도 사실 111 그레이드가 하는 꾀 높은 수준의 리더쉽 롤이었기에... 타이밍을 보고 있었다. 그 간 조직의 큰 변화도 있었고 리로케이션 등으로 연봉 조정이 많이 된 상황이었기에, 너무 욕심부리는 (greedy) 한 이미지가 되면 안되지 하며 승진얘기는 타이밍만 보고 있었던 중이었다. 안타깝게도, 먼저 일로 성과로 보여주자며 한걸음 물러선 전형적인 여성직원의 행동방식이었다. 타이밍을 기다리는 동안 나의 전략은, 승진 보다 그 해의 연봉 및 성과급 인상 등을 어필해서 실리를 추구하는 방식이었고, 금전적인 면에서 꾀나 성공적였었다.
보스: 자네 지금 그레이드 (직급)가 000야? 아니면 111(하나 위의 그레이드) 이야?
나: (속마음 - 올것이 왔군!!) 안타깝게도 꾀 오랫동안 아직 000인데...
보스: 마자 나도 알아 우리 다음주에 그 얘기를 좀 하자 (내 해석 - 나에게 플랜이 있어)
나: 오 생각해주어서 정말 감사~ 그레이드와 무관하게, 나는 내 잡을 아주 즐기고 있단다!
최근 재독 중인 린인에서 셰릴 언니가 조언하신대로 연봉협상시 초긍정, 스마일, 험블한 가득한 자세를 잃지 않았으며, political correctness 를 중시하시는 보스님에게 딱 맞는 초긍정적인 답변을 보스에게 보냈다. 그리고는 사실 언제 얘기를 할까 하며 회의까지 잡아주는 완벽한 마무리를 할 수도 있었으나, 그럼 너무 기대하는 것 처럼 보일 같아서 참았다..... (참지 말껄껄....!!) 주말 내내, 남편에게 이 짧은 대화로부터 파생되는 나의 무한 기대감과 상상의 나래를 펼쳐주었다는....
Women can increase their chances of achieving a desired outcome by doing two things in combination. First, women must come across as being nice, concerned about others, and "appropriately" female..... Woman needs to combine niceness with insistence.
- Lean In -
그리고 오늘 화요일... 나는 기다리고 있다.
보스님, 언제 얘기를 꺼낼꺼야?? 기다리는 중이라고요!! 내일까지 암말 없으면 내가 물어봐야겠다...
이글을 보고 계실 세상의 모든 보스님들,
이런 중요한 얘기를 꺼냈을 때에는 반드시 칼 같은 follow up을 부탁드립니다.
기다리는 우리는 애가 탄다고요!!
함께 읽으면 좋을 작가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