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신자, 실로 그리다》, 《1947 보스톤》 으로 보는 행복
쓸모와 기능에 집중하는 저에게 게임이나 영화는 시간 낭비입니다. 가끔 저에게 주는 선물로 영화를 보기도 하는데요. 할 일을 다 끝내고도 시간이 남아 뭘 해야 할지 모를 때, 조금의 휴식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 때 OTT를 들여다 보거나 영화관에 가서 최신 영화를 봅니다.
영화를 보는 동안은 수동적인 느낌이라, 단순 오락이라고만 생각했는데요. 〈심리학자가 전하는 마음을 치유하는 영화 이야기〉라는 프로그램을 듣고 마음이 변했습니다. 영화를 보는 동안 우리 마음속 전쟁이 멈추기 때문에 정신건강에도 좋다는데요.
영화는 우리가 보지 못하는 것을 보여 준다고 해요. 같은 공간에서 같은 경험을 해도 스쳐 지나가기 마련인데요. 영화감독은 우리가 주의를 기울이기 바라는 장면을 영화로 만들어 보여줍니다. 발견하지 못한 자연의 아름다움으로 안내하기도 하고, 상상도 못 한 새로운 관점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그런 차원에서 책이나 글, 그림, 음악도 동일합니다. 작가는 독자가 놓칠 수 있는 사고와 경험에 주의를 기울이기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쓰고, 화가는 자신의 시선으로 그림을 그려 소통하고, 음악가는 세상을 다르게 바라볼 곡을 만들고 연주합니다.
이 강의에서 특히 좋았던 점은 '행복'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행복하지 않은 이유는 주어진 행복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고 합니다. 주의를 둘 여유가 없거나, 상처나 아픔에 주의를 두기에 눈앞의 행복에 주의를 두지 못한다고 해요. 작아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아름다운 현재에 주의를 두는 게 행복의 기술이라고 강사는 주장합니다. 그러니 행복의 기술에 도움을 주는 예술은 작은 것을 확대해서 보여주는 돋보기가 아닐까요?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이신자, 실로 그리다》 전시에 다녀왔습니다. 실과 천이 어우러져 예술작품으로 탄생했는데 신기하면서도 예쁘더군요. 날실과 씨실이 만나 서울을 표현한 <한강, 서울의 맥> (1990-1993)는 19m 작품으로 전시 중앙에서 관람객의 시선을 독차지했습니다. 실로 표현한 잠실 종합운동장의 모습을 보니 반가웠어요. 10년 동안 아이들과 함께 살던 동네 추억이 떠올랐거든요. 전시를 보고 점심을 먹는데 의자를 장식한 패턴이 달리 보이더군요.
《1947 보스톤》영화를 봤습니다. 손기정 선수만 알았지, 서윤복, 남승룡 선수는 몰랐습니다. 보증금 마련과 성조기를 달고 뛸 위기의 상황에서 지혜를 끌어내어 극복하는 과정과 역사 속 사실을 조금 더 알게 되었습니다. 촬영지는 멜버른이었다지만, 보스턴에 갔던 기억도 떠올랐습니다. 서윤복 선수의 꿈을 응원하는 엄마를 보며 나를 응원하는 사람은 누굴지 생각에 잠겼습니다. "I'm happy, I'm runner." 하정우 배우의 대사에 저도 행복합니다. "I'm happy, I'm writer."라고 따라 외쳐봅니다. 한국인은 잘 웃지 않는다고 웃으라고 한 말에 살짝 미소 지어 봅니다.
이 글로 여러분에게 예술이라는 돋보기의 기능을, 일상에서 놓칠 수 있는 행복의 기술에 주의를 기울이도록 안내드렸습니다. 작아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일상의 아름다움에 감사하고, 행복에 집중하는 삶을 누려야겠습니다. 남은 추석 연휴 예술과 함께 지금 여기, 작은 순간의 행복을 찾아 나서는 건 어떨까요?
매일 독서 습관 쌓기 / 나를 찾아가는 글쓰기 / 내 글에서 빛이 나요 / 주간성찰 구독 / 글코칭 / 전체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