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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과삶 Dec 09. 2023

일하러 시드니 갔다가 신나게 놀고 왔어요

회사에 다니는 이유

요즘같이 어려운 시기에 해외 출장을 가기란 쉽지 않죠. 운이 닿아 올해로 두 번째 해외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둘 다 시드니고 이미 11번째 방문입니다. 출장을 다니면 출장일 앞뒤를 활용해서 개인 관광을 하기도 하는데요. 보통 출장 가면 월요일, 금요일은 비행기로 이동하고 화, 수, 목요일에 일을 하기에 저에게는 쉽지 않은 도전이었습니다. 출장일 앞뒤로 휴가를 내어 더 놀고 오겠다고 다짐하지만 주말에 모임이 있어서 연장하기가 쉽지 않더군요. 이번엔 기필코 더 시간을 더 보내겠다고 다짐했어요. 지난번 자기 집에서 머물다 가라고 했던 중국인 동료 덕분에 동료의 집 게스트룸에서 1박 했습니다.


지난번에도 동료 집에서 맛난 저녁을 먹었는데, 이번에도 얼마나 융숭한 대접을 받았는지 준비한 선물이 부끄러울 정도였어요. 한국인은 김치를 매일 먹는다는 말에 김치까지 준비한 정성에 눈물이 찔끔 났습니다. 겉절이를 좋아하는 저에게 묵은지를 주길래 조금만 먹었지만 말입니다. 여러분은 누군가를 위해 그렇게까지 마음 쓴 적이 있나요? 


동료는 딸 교육을 위해 4년 전 베이징에서 호주로 리로케이션(relocation) 했는데요. 친구가 많지 않아 조금 외롭긴 해도 시드니로 온 게 너무 좋다고 합니다. 주변 사람을 의식할 필요 없이, 경쟁하지 않고, 가족과 화목한 시간을 보내어 만족스럽다고 해요. 저보고 시드니 와서 이웃이 되어달라는 농담도 했죠. 살짝 마음이 동했어요.


동료는 만두를 빚었고 동료 남편은 베란다에서 바싹하게 구워 대접했습니다. 알록달록 다양한 과일과 샐러드를 푸짐하게 준비했더라고요. 맛나게 먹은 후 설거지를 도와주려고 해도 남편 일이니 그냥 두라고 동료가 말렸어요. 다음 날 아침 식사도 새벽부터 일어나서 준비하고, 피크닉 도시락까지 준비한 남편분께 정말 감사했어요. 맥주를 좋아하는 동료 남편에게 제주에일 같은 한국의 맛난 맥주를 선물해야겠어요.


점심으로 만두, 저녁으로 스테이크, 다음 날 아침 과일 천국

동료의 집에서 편안하게 쉬며 이야기 나누고, 한국 영화도 보고, 맛난 식사와 관광을 하며 제가 참 운이 좋은 사람이라 생각했습니다. 작은 인연이 싹을 틔워 여기까지 왔습니다. 다음에는 2박 넘게 시간을 내어 1박2일 여행을 떠나자는 동료의 말에 진한 우정과 감사를 느꼈어요. 한국에 오면 배로 갚아주고 싶어요. 


동료와 함께 본다이 비치클리프 다리(Sea Cliff Bridge)를 다녀왔는데요. 해외에서 친구들이 놀러 오면 소개하는 동료만의 시드니 명소라고 합니다. 이미 여러 번 방문했을 텐데 저를 위해 먼 곳까지 데려다줘서 정말 감사했어요.  


처음 시드니를 방문했을 때 해변이 유명해서 페리를 타고 맨리 비치나 왓슨스 베이 가봤습니다. 누구나 다 들어봤지만 아무도 읽지 않은 책이 고전인 것 처럼 워낙 유명해서 가봤을 거로 생각했는데 본다이 비치는 처음 가본 곳이더라고요. 평소에는 사람이 워낙 많은데 비가 오락가락해서 한산했습니다. 본다이에서 브론테 비치까지 연결된 해변도로(Bondi to Bronte Coastal Walk)를 산책했어요. 


특히 바다를 바라보는 공원묘지(Waverley Cemetery)가 인상적이었어요. 비석에 적힌 글을 보려고 자세히 살펴보니 주로 이름과 출생일, 사망일이 많더군요. 100년 전에 태어나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난 묘지도 있었고요. 장수를 누린 묘지도 있었어요. 결국 우리는 언젠가 모두가 떠나야 합니다. 무엇을 위해, 어떤 목적으로 살아야 할지 다시 생각해 봤어요.



본다이 비치는 타마라마 비치, 브론테 비치, 클로벨리 비치로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바다와 수영장이 연결되어 바다를 보며 수영할 수 있더군요. 수영은 못하지만, 언제가 배워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 동료 말에 의하면 호주 사람들은 일 년 내내 수영한다고 해요. 해변이 바로 옆에 있고, 햇볕만 나면 따뜻하니 그럴 것 같았어요. 비 오는 날씨에도 서핑하고 수영하는 사람이 있었으니까요. 


다음 날 아침에 방문한 곳은 클리프 다리(Sea Cliff Bridge)입니다. 사진으로 봤을 땐 그냥 다리 같았는데요. 2004년에 18개월이나 걸려 만든 665m 길이의 다리로 기대수명이 100년이라고 하네요.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암벽 옆으로 다리를 내어 해안 전경을 볼 수 있게 만들었더군요. 다리 끝까지 걸어서 바닷가로 내려갔는데요. 게들이 우리를 보고 도망갔어요. 낚시를 즐기는 분도 있었어요. 


8자 모양 풀(Figure Eight Pools)을 바라보며 점심을 먹을 계획으로 근처 로열 국립 공원을 갔습니다. 차에서 내려 한참을 걸어가야 한다고 해서 동료가 자주 가는 센테니얼 공원으로 갔습니다. 마침 공원에서 바비큐를 즐기며 생일파티를 하는 사람도 있었는데요. 호주에서는 공원에 무상으로 전자 바비큐를 제공한다고 해요. 우리는 준비해 간 샌드위치와 과일을 먹으며 여유 있는 주말 오후 시간을 보냈습니다. 맑은 하늘과 여유로운 모습 때문에 문득 호주가 덴마크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업무차 일주일 머무르는 동안 잠시 짬을 내어 하버 브릿지를 도보로 건넌 일과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를 바라보며 루프탑에서 피시앤칩스를 저녁으로 먹은 이야기를 하면 너무 부러워할까 봐 사진만 올립니다. 눈 호강하라고 야경 사진도 하나 투척합니다. 


만일 저에게 아태지역 다른 곳으로 리로케이션(relocation) 해서 일하라고 한다면 시드니를 선택할 것 같아요. 자주 다녀 친숙하고, 정겹고, 해외에 있는 제2의 고향 같아요. 제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은퇴 후 해외에서 한 달씩 현지인처럼 사는 것인데요. 영국 런던은 예전에 점 찍어 두었고 두 번째로 호주 시드니를 선택하렵니다. 중국인 동료가 좋아하겠네요. 그때까지 인연이 닿는다면요. 



일하러 시드니 갔다가 신나게 놀고 왔다고 말했지만 아닌 거 아시죠? 미팅 내내 쉬는 시간은 화장실 잠시 다녀오는 시간뿐이었고, 점심시간은 음식을 가져오는 단 15분이었습니다. 한국 메일을 처리하느라 호주에서 근무시간 후에도 저녁까지 일했어요.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시간만 10시간이 걸렸습니다. 아침 7시에 호주 호텔을 나와서 한국 집에 밤 9시경 도착했습니다. 피로가 몰려오면서 온몸이 쑤시었습니다. 


주말이 행복한 건 정신없는 평일 덕분이듯, 바쁜 일정에도 짬짬이 누리는 소소한 여유 때문에 출장이 좋습니다. 제가 회사에 다니는 이유 중의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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