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할머니의 시집
시바타 도요 할머니는 90세가 넘어 시를 쓰기 시작했다. 1911년 생이니 2010년, 100세에 <약해지지 마> 시집을 출간했다. 화려한 기교가 넘치는 시집이 아니라 할머니의 인생이 그대로 느껴져서 많이 공감되고 좋았다. 마치 할머니가 자신의 인생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처럼 정겹다. 시집과 함께 있는 사진과 그림들도 잘 어울려서 이 가을에 읽어보면 좋겠다.
스스로에게 힘을 주기 위한 시다. '수도꼭지를 비틀어'에서 결연한 의지가 느껴진다. 차리리 슬플 때는 확 쏟아버리고 새롭게 시작하는 게 좋을 때가 있다. 새 찻잔에 커피를 마시면 아픔도 다 잊을 수 있겠지?
'나에게', '너에게' 제목도 참 수수하고 정감 있다. 있는 힘껏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다시 해보는 것이다. 실패는 당연한 것이다. 실패를 통해 성장하는 게 더 중요하다. 96세 할머니도 못한 게 많고 할 것도 많지만 후회 없는 삶을 위해서는 다시 해보는 것이라고 삶의 지혜를 알려주신다.
누군가의 칭찬을 받고 싶어서 97세의 나이에도 화장을 한다는 할머니. 너무나 솔직하고 아름답다. 얼마 전 회사 임원과 대화를 나누면서도 칭찬에 목말라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렇게 다들 사랑받고 싶고, 칭찬받고 싶어 하는데 왜 우리는 사랑과 칭찬에 인색한 것일까?
나이가 들어 20년 동안 혼자산 할머니는 스스로 "약해지지 마. 힘내, 힘내"하면서 다잡으며 생활하신다. '순수하게 기대는 것도 용기'라는 글에 부끄러움을 느낀다. 항상 다른 사람들에게 부탁도 잘 못하고, 호의도 잘 받지 못하는 나는 아직 용기가 부족하다. 언젠가는 용기를 내어 순수하게 기대어 보고 싶다.
추천 시집: <약해지지 마> 시바타 도요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