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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과삶 Dec 17. 2018

자기이해를 위한 기록의 힘

함께 쓰는 성장의 비결 #2

『함께 쓰는 성장의 비결』 매거진의 일과삶이에요.

얼마 전 회사에서 계약기간이 종료되어 퇴사하던 인턴 직원이 저에게 질문을 했어요. 
"앞으로 커리어를 정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게 뭘까요?"
저는 "자기 자신을 잘 아는 것 즉, 자기이해죠."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그 친구가 또 질문을 했지요.
"어떻게 하면 저를 잘 알 수 있을까요? 어떻게 자신을 잘 아셨어요?"
갑작스러운 질문이었지만 저는 망설임 없이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가장 추천하고 싶은 방법은 일기를 쓰는 거죠."라고 대답했습니다. 어떻게 일기가 자신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까요? 전 오늘 이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저는 '진정한 나'를 알고 싶어서 대학교 때 심리검사 연구소를 기쁜 마음으로 찾아갔습니다. 겉으로는 성실하지만, 집에서는 가끔 게으르고 나태한 모습에 제가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이라고 죄책감을 느꼈었거든요. '내가 생각하는 나'와 '겉으로 드러나는 나'가 다르다는 생각도 했어요. 저는 심리검사라는 게 병원에서 엑스레이 찍듯이 스캔하여 심리상태를 진단해 주는 것으로 알았습니다. 하지만 스스로 설문조사에 답하는 것이어서 실망이 컸지요. 제가 저를 모르는 데 '설문조사로 나온 나'가 과연 제 모습일지 신뢰가 가지 않았어요.

당시 심리 상담사는 저의 고민에 대해서 이렇게 답했습니다.
"모든 사람이 다 그렇게 겉과 속이 다르게 사니까 고민할 필요가 없어요. 어떤 검사도 완벽하게 사람의 내면을 읽어주지는 않습니다. 진단을 통해 나온 결과를 보면서 스스로 찾는 수밖에 없어요."
그렇습니다. 스스로 찾아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나는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질문을 늘 품고, 스스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면서 살았습니다. 저는 누구보다 제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싫어하는지, 어떤 강점이 있는지, 어떤 약점이 있는지 잘 압니다. 물론 아직까지도 제가 몰랐던 저를 발견하고 가끔 놀랄 때도 있긴 하죠. 그러면 저는 어떻게 스스로 찾았을까요?

인턴 직원에게 말한 것처럼 일기의 힘이 큽니다. 초등학생 때 시작한 그림일기부터 지금까지 일기를 쓰고 있어요. 고민과 생각의 크기 만큼 일기가 남아있지요. 마음이 정리되지 않거나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 일기를 썼어요. 글로 마음 상태를 쓰다 보면, 정리가 되고, 객관화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더 좋은 방법은 다시 읽는 것입니다. 자기가 쓴 일기를 다시 읽어 본 적이 있나요? 정말 흥미롭답니다.

저는 2000년부터 일기를 워드로 쓰기 시작했어요. 몇 번의 이사로 손으로 쓴 일기는 찾을 수 없는데 다행히 워드 일기는 아직도 보관하고 있습니다. 2000년에 워드로 쓰면서 월 단위로 파일을 만들었지요. 1월.doc부터 12월.doc의 12개의 파일이 있어요. 그래서 약 2006년까지 7년 치의 일기를 월 단위로 보관했죠. 7년 치를 월 단위로 보관하니 다시 볼 때 파일이 너무 커서 그 이후에는 년 단위(2018.doc)로 저장하고 있답니다. 월초가 되면 일기를 쓰기 위해 해당 월 파일을 열면서 과거 그 달에 제가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고민을 했었는지 읽어보고, 지나간 시절을 회상했지요. 그러면서 과거의 저를 이해했어요. 혹은 마음이 불안하고 제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할 때는 기록된 일기를 모두 읽으며 이런 생각들을 했어요.

'맞아, 난 옛날에도 나에게 긍정적인 응원을 많이 했구나.'
'그래 난 새로운 것을 배우고 아는 걸 좋아했었지. 지금도 참 좋아. 그러고 싶어.'
'난 역시 전략적인 사고가 부족해.'
'내가 나서서 사람들 챙겨주는 건 참 잘했는데.'
'예나 지금이나 난 참 거절도 못 하고, 바보 같아.' 
'예전엔 참 고민도 많았는데 지금 난 그때에 비해 많이 성장했구나.' 

'과거 기록 속의 나'와 '현재의 나'를 비교하면서 저를 재확인하고 알아나갔습니다. 여러 번 읽으면서 많이 생각하니 다른 누구보다 저에 대해 잘 알게 되었어요. 자신에 대해 잘 알면 좋은 점이 많아요. 자신의 강점을 활용하고 좋아하는 일을 하면 더 결과를 빨리 얻을 수 있겠죠. 같은 시간을 사용하더라도 강점이 있으면 더 빨리, 더 잘할 수 있고, 좋아하면 즐기면서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능한 한 약점이 있거나 싫어하는 일은 사전에 피할 수 있겠죠. 굳이 스트레스 받으며 억지로 할 필요가 없으니 삶이 즐거워 집니다.

<긍정심리학 코칭기술>에서 로버트 디너(Robert B. Diener)는 강점은 돛단배이고 약점은 돛단배에 난 구멍이라고 말합니다. 구멍을 그대로 두면 배가 가라앉을 것이므로 막아야겠죠. 하지만 구멍을 막는다고 해서 배가 앞으로 나아가는 것은 아닙니다. 배가 가라앉지 않게 잘 막으면서, 순풍에 돛 단것처럼 앞으로 나갈 수 있게 관리해줘야겠지요? 자신을 제대로 안다는 것은 약점을 막고 강점에 집중한다는 의미입니다. 전 시간이 오래 걸리긴 했지만 일기의 힘으로 제 자신을 더 잘 알게 되었고, 제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찾았어요. 그리고 제 강점을 더욱 살리려고 노력하죠. 어떤가요? 일기를 써보고 싶지 않나요?

인턴 직원에게 말하지 못한 팁인데요. 일기가 부담스러우면 간단한 메모로 자신만의 기록을 시작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자신이 무언가를 잘하고 있거나 즐기는 순간 혹은 잘 못하고 있거나 하기 싫은 순간을 기록해 보는 거죠. 시간이 지나면 망각하기 때문에 그런 순간이 느껴질 때 바로 작성해 보세요. 그러한 기록들을 모으고 다시 또 확인하면서 수정해 나가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좀 더 구체적으로 알 수 있어요. 한 달만 신경 써서 기록해보면 자기이해가 조금이라도 깊어질 것입니다. 지금 이 글을 읽으면서 느낀 여러분에 대한 생각을 적어보면서 시작하면 어떨까요?


다음 매거진 글은 김희성 작가님의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는 영어 공부법 : 바쁘다는 핑계는 그만 대기로 했다>입니다. 성장을 위해서 시간관리를 돕는 방편으로 자투리 시간 활용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기대해 주시고, 다음 매거진 때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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