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일과삶 Apr 30. 2019

행복은 무료 업그레이드와 같은 것

지금, 여기, 행복한 순간을 즐기자

10시간 이상 장거리 비행기를 타야 한다. 비행기 티켓을 발권하는 순간 만석이라며 비즈니스 클래스로 업그레이드해 준다. 여행을 간다. 호텔에 숙박하려는데 일반 객실이 만실이라며 스위트 룸으로 업그레이드해 준다. 자주 가던 식당에 간다. 신메뉴를 개발했다면서 특별식을 제공한다. 좋다. 최소 중국집에 갔는데 군만두 서비스라도 받는다. 살면서 이런 경험 한 번씩은 해보지 않았을까?


출장을 다니며 실제로 서너 번 비즈니스 클래스로 업그레이드를 받았다. 처음에는 이게 웬일인가 싶었다. 기내식은 그릇부터가 다르다. 일회용 플라스틱이 아닌 도자기 접시에 유리잔을 사용한다. 사무장이 와서 직접 인사까지 한다. 다리도 쭉 뻗을 수 있다. 의자가 180도로 펼쳐지니 누워서 비행기를 타는 기분이다. 꿈같은 시간이다. 


'비행이 끝나면 비즈니스 클래스는 내 것이 아니다. 아무리 화려하고 멋있어도 내 것이 아니다. 나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다.'


한 두 번 업그레이드 받고 나니 세 번째는 기쁘기보다는 평정심이 생겼다. 끝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니 그다지 기쁘지 않았다. 물론 업그레이드된 좌석에 앉아 편안하게 가는 것만으로 감사한 일이다. 하지만 비행시간이 끝나면 나는 다시 신데렐라의 마법이 풀려 평범한 사람으로 돌아가야 한다. 일반석으로 가도 그다지 슬프지 않다. 내가 영원히 일반석 인생을 사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인생이 그런 게 아닐까? 영원히 소유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어떤 부귀영화도 영원하지 않다. 그 순간일 뿐이다. 인생이 아무리 빛나고 잘나도 종착점은 정해져 있다. 행복도 그렇다. 어린 시절 소풍가기 전날까지 얼마나 설레었던가? 특별한 이벤트가 있기 전날 얼마나 잠못들고 가슴 뛰었던가? 하지만 모든 게 끝이 있다. 영원한 행복은 없다. 오히려 기다리는 순간이 더 즐거운 경우가 있다. 


어차피 죽을 거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 할까? 어차피 영원한 행복은 없으니 기뻐하지 말아야 할까? 아니, 그렇지 않다. 끝이 있는 것을 아니까, 영원하지 않으니까 그 순간을 만끽해야 한다. 행복한 순간을 즐기고, 다음 행복한 순간이 올 그날을 설레며 기다려야 할 것이다. 행복한 시간을 계획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면서, 때가 오면 즐기고, 또 다음 번을 기약하는 삶, 그게 인생이다. 그러다 우연히 예상치 않았는데 행복한 일이 생기면 뜻밖의 선물처럼 즐기면 된다. 무료로 업그레이드되는 순간처럼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사랑하는 아들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