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동료의 14개월 해외여행 도전기
뜻하지 않은 곳에서 큰 수확을 거둘 때가 있어요. 바로 사내 영어 동아리인데요. 매주 돌아가면서 발표를 하다 보니 다양한 이야기를 듣죠. 이번 주에 발표를 듣고 깜짝 놀랐어요. 기대하지 않았는데 카우치서핑(Couchsurfing)에 관한 정보도 얻고 도전을 꿈꾸는 시간을 가졌어요.
에어비앤비가 처음 서비스를 시작할 즈음에 카우치서핑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카우치서핑은 잠을 잘 수 있는 소파를 의미하는 카우치(Couch)와 파도타기를 하다는 서핑(Surfing)의 합성어입니다. 여행자에게 무료 숙박을 제공하면서 문화를 주고 받는 프로그램이죠. 카우치서핑을 하면 현지인의 집에 무료로 머물면서 현지인처럼 여행할 수 있어요. 여행자는 주인과 대화를 나누며 서로 문화도 배우고 친구도 될 수 있어요. 재미있겠다 하지만 위험하겠다 그러곤 제 생각에서 사라졌지요.
카우치 서핑(couch surfing)은 잠잘 만한 ‘소파(couch)’를 ‘옮겨 다니는 일(surfing)’을 뜻하는 여행자 네트워크로, 2004년 미국 보스턴의 한 대학생이 시작했다. 인터넷(www.couchsurfing.org)과 페이스북을 통해 운영되며, 세계 10만여 도시에 회원이 약 600만 명에 달한다. ‘숙소 교환’이 아니라, A는 B를, B는 C를, C~Z 중 누군가는 다시 A를 재워주는 식으로 연결되는 일종의 ‘무료 숙소 품앗이’다. 여행을 원하는 ‘서퍼(surfer)가 목적지 회원들에게 ‘호스트(host)’ 요청을 하면, 호스트는 자기소개서를 보고 교류하고 싶은 기술 · 지식 · 경험 등을 가진 서퍼를 선택, 숙박을 제공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왜 일부 지식인들은 ‘카우치 서핑’을 예찬하는가? - couch surfing (인문학은 언어에서 태어났다, 2014. 12. 8., 강준만)
이번에 주제 발표한 동료는 어릴 때부터 책상에 부모님이 세계지도를 깔아주셨다고 해요. 세계지도를 보고 우리나라가 작다는 것을 알게 된 동료는 언제가 세계여행을 가겠다고 꿈을 꾸었죠. 주변 친구에게 지속해서 세계여행가겠다는 목표를 알렸기에, 대학 졸업 전에 14개월을 계획하고 10개국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10개국만 다녀온 이유는 항공료를 절약하기 위해서 였다고 합니다. 그 외 숙박와 이동은 카우치서핑과 히치하이킹(hitchhiking)을 활용했다고 해요.
이 동료는 여성입니다. 전 참지 못하고 가장 궁금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위험하지 않았어요?"
"완전히 위험하지 않다고 말한 순 없겠죠. 내가 안전하다고 느끼면 안전함이 드러나고, 불안하다고 느끼면 상대도 그 불안함을 알아채죠."
그 말을 하는 동료에게서 자신감이 뿜어져 나왔어요. 상대가 느끼는 안전함이 바로 저런 거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신을 지킬 수 있다는 확신이 강력하게 느껴졌거든요. 함부로 대할 수 없겠다 라는 느낌이 왔지요. 제가 직접 카우치서핑을 하면서 해외여행을 다니는 것은 부담스럽지만, 호스트로 문화를 교류할 수 는 있을 것 같았죠. 그래도 위험할 것 같았어요. 또 질문을 던졌습니다.
"카우치서핑 호스트를 하면 위험하지 않을까요?"
"완전히 위험하지 않다고 말한 순 없겠죠. 내가 안전하다고 느껴질 때 시작하세요."
우문현답이었죠. 비단 카우치서핑 뿐일까요? 모든 일이 내가 확신이 느껴질 때 하는 게 맞겠죠. 14개월 동안 여행 다니며 얻은 결론은 "어디를 가도 나는 나다."라는 점이어서 자신을 더 사랑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부모님의 걱정과 스스로 포기하지 않기 위해 세 가지 원칙을 정했다고 해요.
첫째, 위험한 국가는 가지 않는다.
둘째, 어떤 결과가 생기더라도 스스로 감당한다.
셋째, 아무리 힘들어도 중간에 돌아오지 않는다.
이 원칙 덕분에 무사히 14개월의 카우치서핑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다고 해요. 원칙만 봐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이 동료는 이 경험으로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나이 많고 경험이 풍부한 시니어의 인생이야기는 지혜를 주지만, 20대 청년의 상상을 초월하는 도전 이야기는 가슴을 뛰게 합니다. 젊은 동료 덕분에 제 가슴이 쿵쾅거린 한 주 였습니다.
버킷리스트에 있는 은퇴 후 현지인처럼 각 도시에서 한 달 살기 프로젝트는 카우치서핑으로 시도해 볼까 해요. 그때는 노인이니 위험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도 들고, 그때 정도면 저도 자신감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