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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과삶 May 24. 2018

오너십 공을 던져 변화를 끌어내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코칭 의뢰인

꾸준함과 성실함은 저를 대표합니다. 결벽증에 가깝게 항상 계획하고, 확인하고, 체크합니다. 혹시 실수한 건 없는지, 혹시 일정을 잊고 있는 건 없는지 노심초사합니다. 약속 시간보다 항상 최소 10분 전에 가야 마음이 편합니다. 그마저도 10분 전에 도착하지 못할까 봐 시계를 몇 번이나 보며 전전긍긍합니다. 모든 약속은 미리 리마인더를 보내 한 번 더 확인하고 답이 없으면 불안해합니다. 참 피곤한 인생입니다.


코칭 의뢰인 A는 저와 정반대의 사람이었습니다. 일정을 보내어도 수락하지 않고, 연속으로 제시간에 오지 않았습니다. 기다리다가 5분 정도 지나 문자를 보냈는데 답이 없고, 전화를 해도 받지 않았습니다. 예의상 15분 기다려보고 마지막으로 전화했을 때 연결이 되어 겨우 코칭할 수 있었습니다. 15분 지나 시작했다고 45분만 코칭할 순 없어서 제 시간은 그렇게 낭비되었습니다. 피같이 소중한 코치의 시간을 뺏가는 코칭 의뢰인들을 종종 만나기 마련입니다. 항상 핑계는 동일합니다. 


"아 우리 코칭이 2시부터였나요? 제가 일정을 잘 확인 안 해서요. 죄송합니다. 다음에는 제가 와서 먼저 기다릴게요. 호호"


하지만 두 번째 코칭 세션 역시 그랬습니다. '참 편하게 사는 사람이구나!' 생각하고 그래도 다음 번엔 제때 올 것이라는 믿음을 가졌습니다. 코치는 늘 코칭 의뢰인을 믿기 마련이니까요. 세 번째 세션에는 더 큰 사고가 났습니다. 역시나 15분 정도 기다리는 동안 문자와 전화를 했으나 연결이 아예 되지 않았습니다. 더 이상 참는 게 맞는 건지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메일을 보냈습니다. 


"더 이상 제가 먼저 코칭 세션을 진행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은 것 같으니 필요하다고 판단되시면 먼저 일정을 잡아 저에게 알려 주시기 바랍니다."


A가 먼저 손 내밀지 않으면 우리의 코칭 세션은 깔끔하게 종료되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은 있었지만 이런 충격요법이 아니면 A가 변할 것 같지 않았습니다. A는 저의 메일을 읽기 전에 저의 부재중 전화와 문자를 확인하고 나중에 문자를 보냈습니다. 


"헉, 제가 외부 미팅이 잡혀서 연락을 못 드렸네요. 어떡하죠? 세 번이나... 넘 죄송합니다."

"네 메일 드렸으니 보시고 일정 잡아 알려주세요."


미안해하는 것을 보면 A의 태도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코칭을 피하는 것도 아니었고요. A의 오래된 습관 때문이었습니다. A는 저와 완전히 다른 사람입니다.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이 있으므로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야 할 것입니다. 저는 A에게 공을 던지고 코칭 의뢰가 오기를 기다렸습니다. 약 1주일이 지난 후 A가 코칭을 의뢰하면서 일정을 먼저 잡았고 우리는 네 번째 코칭 세션을 가졌습니다. 다행히 A는 제시간에 왔습니다. 긍정적인 분위기로 코칭을 시작했습니다. 


"A님은 어쩌면 다른 재능이 너무 뛰어나셔서 일정을 지키는 게 어려운 것 같습니다. 천재들은 자신이 하는 일에 너무 집중하다 보면 사소한 것을 신경 못 쓰는 경우가 있기 마련이지요."


A가 스스로 일정이나 약속을 지키기를 바랐습니다. 코칭의 관계에서의 문제가 아니라 비즈니스상으로 큰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A와의 코칭이 끝난 후 다음 일정에 대해서 A가 먼저 이렇게 말했습니다.


"다음 일정은 날짜만 알려주시면 제가 먼저 일정초대를 보낼게요. 그래야 제가 오너십을 가져 잊지 않을 것 같아요. 그리고 말로만 하고 실천에 대해 진행되는 게 없으니, 오늘 코칭에서 나눈 실천 사항에 대해 한 가지라도 시도해 보고 진행 사항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약속을 세 번이나 지연하고 펑크를 낸 의뢰인의 이런 적극적인 의사 표현이 감사했습니다. 코칭을 하다 보면 이러한 자발적인 제안에 가끔은 놀라기도 하고 가끔은 배우기도 합니다. 이런 게 코칭의 매력이 아닐까요? A의 인생에 조금이라도 변화의 시발점을 안겨 주게 되어 코치의 보람을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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