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너럴리스트 vs. 스페셜리스트
최근 동료 한 명이 직무를 바꾸어 프로그램 매니저 역할을 한다. 프로그램 매니저는 회사 내에서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어, 그 프로그램이 잘 진행되도록 관리하는 직무를 수행한다. 깊게 한 가지 일에 집중하기보다는 큰 그림을 보면서 일을 진행한다. 처음 하는 일이지만 꼼꼼하게, 미리 일정을 챙기고, 성공적으로 프로그램을 관리하는 동료를 보며 직무를 잘 바꾸었다 생각했다.
그런데 동료는 다음과 같은 의문이 들었다고 한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내 전문성은 무엇인가?'
일을 하면서 대부분의 사람이 '제너럴리스트(Generalist)가 될 것인가 스페셜리스트(Specialist)가 될 것인가?'를 고민한다. 다양한 분야의 일을 경험하며 커리어를 쌓아갈 것인지 아니면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될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선다. 물론 스스로 원해서라기보다는 회사에서 정해주는 경우도 많다. 한때는 'T자형 인재'를 내세우며 넓고 깊게 전문성을 가져가야 한다고도 주장했지만 쉽지는 않다.
나는 교육 담당 중에서도 제너럴리스트가 되고 싶었다. 그래야 기회도 많다고 생각했다. 그야말로 두루두루 사용될 수 있는 사람인 셈이다. 업종에 상관없이, 분야에 상관없이 교육에 관한 한 다 할 수 있다, 이런 컨셉이다. 리더십 교육부터 직급별 교육, 승진자 교육, 기본 교육 등 회사에서 일반적으로 제공하는 교육을 기획하고 고민하는 그런 교육 담당. 하지만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던 한 업종과 분야의 스페셜리스트가 되었다. 어떻게든 빠져나와 제너럴리스트가 되려고 몸부림쳤다. 한 분야에 집중하면 구직 수요가 적어서 다음 커리어에 지장이 있을 거라 걱정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꼭 그렇지만 않았다. 제너럴리스트를 원하는 영역은 너무나 넓어서 오히려 공급이 넘치는 반면(레드오션), 스페셜리스트를 원하는 영역은 좁지만 공급이 적어서(블루오션) 조금만 경쟁력을 갖추면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다. 그만큼 상대적으로 기회가 많다. 덕분에 스페셜리스트로서 커리어를 잘 유지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제너럴리스트냐, 스페셜리스트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어떻게 일하는가?', '내 경쟁력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 좋고 나쁨이 아니라 일의 분야가 다를 뿐이다.
위의 동료는 어쩌면 스페셜리스트를 꿈꾸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난 이렇게 말했다.
"지금까지 일을 너무도 잘하고 있는데 왜 그런 고민을 해요? 이 직무가 너무 제너럴 한 일을 하기 때문에 전문성이 안 쌓인다고 말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이 일을 맡기 전과 맡은 후 지식과 경험의 차이가 엄청 크다고 전 느껴지는데요? 그런 제너럴한 것들의 깊이가 다 전문성 아닐까요? 꼭 한 분야에 깊다고 그게 전문성일까요? 큰 그림을 보고 프로그램을 관리하면서 회사가 돌아가는 방식을 다 알게 되었는데 그게 더 값진 게 아닐까요? 지금 누구보다 더 잘하고 있으니, 걱정마시고 자신감을 가지세요."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다르다. 작년의 나와 올해의 나는 다르다. 제너럴리스트든 스페셜리스트든 우리는 매일 전문성을 쌓아간다. 그렇게 성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