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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과삶 Jan 14. 2020

한국이 싫어서? 좋아서?

우리에게 행복이란 무엇일까?

굳이 독서 토론에 참여하려고 집에서 길을 나섰다. 평소 같으면 회사에서 퇴근하고 도서관으로 걸어가는데. 그 날은 집에서 재택근무를 한 날이다. 출퇴근 시간에 삼성역에서 신도림역 방면 2호선 라인이 지옥철이라는 이야기는 종종 들었다. 이런 거구나. 소설 속의 계나가 왜 한국을 싫어했는지 알겠다. 난 그동안 참 편하게 살았구나.


"아침에 지하철 2호선을 타고 아현역에서 역삼역까지 신도림 거쳐서 가 본 적 있어? 인간성이고 존엄이고 뭐고 간에 생존의 문제 앞에서는 다 장식품 같은 거라는 사실을 몸으로 알게 돼. 신도림에서 사당까지는 몸이 끼이다 못해 쇄골이 다 아플 지경이야. 사람들에 눌려서."

-《한국이 싫어서》에서


이 책을 추천한 20대 회원은 참석하지 않았다. 그녀는 장강명 작가의 소설이 쉽게 읽혀서 좋다고 했다. 2시간 만에 몰입해서 완독했으니 그렇다. 작가의 말에서 누구를 인터뷰했고 어떤 자료를 참고했는지 남겨놓았지만 여전히 남자 작가가 쓴 글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더군다나 작가가 경험하지도 않은 호주 이민 이야기는 곁에서 들려주는 듯 생생했다. 


"애국가 가사 알지? 거기서 뭐라고 해? 하느님이 보우하는 건 내가 아니라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야. 만세를 누리는 것도 내가 아니라 대한민국이고, 나는 그 나라를 길이 보전하기 위해 있는 사람이야. 호주 국가는 안 그래. 호주 국가는 “호주 사람들이여, 기뻐하세요. 우리들은 젊고 자유로우니까요.”라고 시작해. 그리고 “우리는 빛나는 남십자성 아래서 마음과 손을 모아 일한다.”고, “끝없는 땅을 나눠 가진다.”고 해, 가사가 비교가 안 돼."


역사적 배경이나 맥락을 무시한 채 애국가만으로 두 국가를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지만, 있는 그대로 사람을 인정하는 문화는 한국에서 여전히 부족하다.


우리는 왜 한국이 싫은지, 왜 좋은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물론 싫은 점도 있다. TV에서 화려한 재벌 이야기가 나오지만 실상은 희망이 없고, 노동의 가치를 평가 절하한다. 사람들은 점점 이기적이고 경쟁에 목을 맨다. 배려가 넘쳐 타인에게 오지랖으로 다가간다. 상대의 속도를 고려하지 않고 빨리 빨리를 주장하고, 자기 생각을 타인에게 강요한다. 다소 공동체 의식이 부족하고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다. 반면 좋은 점도 있다. 치안이 유지되고, 배달 문화가 발달했다. 설치나 수리 역시 전화만 하면 당일에도 처리할 수 있다. 무엇보다 한국에서 한국인이 산다는 것은 주류에 속하기에 편하고, 한국말로 소통되니 어려움이 없다. 한때 외국에 나갔던 사람들도 한국으로 다시 돌아올 만큼 살기 좋은 나라다. 


"나는 행복도 돈과 같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어. 행복에도 '자산성 행복'과 '현금흐름성 행복'이 있는 거야. 어떤 행복은 뭔가를 성취하는 데서 오는 거야. 그러면 그걸 성취했다는 기억이 계속 남아서 사람을 오랫동안 조금 행복하게 만들어 줘. 그게 자산성 행복이야. 어떤 사람은 그런 행복 자산의 이자가 되게 높아. 지명이가 그런 애야. '내가 난관을 뚫고 기자가 되었다.'는 기억에서 매일 행복감이 조금씩 흘러나와. 그래서 늦게까지 일하고 몸이 녹초가 되어도 남들보다 잘 버틸 수 있는 거야. 어떤 사람은 정반대지. 이런 사람들은 행복의 금리가 낮아서, 행복 자산에서 이자가 거의 발생하지 않아. 이런 사람은 현금흐름성 행복을 많이 창출해야 돼. 그게 엘리야. 걔는 정말 순간순간을 살았지."

 

'자산성 행복'과 '현금흐름성 행복' 정의가 이 책의 핵심이 아닐까? 사람마다 행복을 바라보는 방식이 다르다. 계나는 둘 다 만족하지 못했기에 한국을 떠났다. 그렇다고 호주에서 행복을 찾은 것도 아니다. 계나가 바뀌지 않는한 어느 곳에서도 행복할 수 없다.


나는 '자산성 행복'을 추구했지만 그 이자가 매우 낮았다. 성취하는 순간 늘 허탈했다. 자산성 행복을 획득하면 다음 자산성 행복을 추구해야 마음이 편했다. 무언가를 추구하지 않는 상태의 느슨한 나를 견디기 어려웠다. 나이를 먹고 지혜의 눈이 트인 지금에는 작은 현금흐름성 행복으로 만족한다. 행복의 순간을 강도가 아닌 빈도로 여긴다. 행복은 짧은 기쁨의 순간이다. 연락이 뜸했던 친구에게서 안부 문자가 오거나 추운 날 빨리 도착하는 엘리베이터 같은 게 아닐까? 여러분에게 행복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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